▲ 대학노조 서울대지부와 민주일반노조연맹, 비정규직 없는 서울대 만들기 공동행동 소속 학생들이 10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행정관 앞에서 청소노동자 사망 1주기를 추모하는 집회를 하고 있는 모습이 행정관 창에 비치고 있다. 안쪽으로 대학발전기금 기부자들의 이름을 새겨둔 공간이 보인다. ‘서울대학교를 위한 당신의 아름다운 이름을 영원히 기억합니다’라고 적혀 있다. <정기훈 기자>
서울대 청소노동자가 열악한 휴게실에서 휴식 중 사망한 지 1년이 지났지만 간접고용 노동자를 대하는 서울대 시선은 바뀌지 않은 듯하다. 이번엔 서울대생활협동조합 노동자들이 고용불안을 호소했다.

‘비정규직 없는 서울대 만들기 공동행동’을 포함한 10여개 노동·학생 단체가 10일 오전 서울 관악구 서울대 60동 행정관 앞에서 1주기 추모문화제를 열었다. 대학노조 서울대지부(지부장 송호현)는 이날 문화제에서 코로나19를 겪는 생협노동자들의 노동실태를 거론했다. 송호현 지부장은 “서울대 구성원 복지를 위해 일해 온 생협이 코로나19로 예산 지원을 요청하자 대학본부는 별개 기관이라고 답했다”며 “직원을 보호하기 위한 취업규칙은 13년째 그대로”라고 말했다.

“코로나19로 계약연장 안 된 생협노동자들”

서울대생활협동조합은 대학과 독립된 법인으로 2001년 서울시 인가를 받았다. 생협은 카페·매점 등을 운영하는데 대학 구성원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서비스를 제공해 ‘학생복지’ 개념이 강하다.

서울대 안에는 조리·판매직 등에 종사하는 180여명의 생협노동자가 있다. 대부분 호봉제를 적용받는 정규직이고, 기간제·계약직 노동자도 일부 있다. 서울대는 지난 1학기와 2학기를 비대면 강의로 결정했다. 이로 인해 생협 이용자가 줄어 적자가 누적되자 302동 등 일부 시설을 폐쇄하면서 문제가 시작됐다. 방학과 비대면 강의로 이용자가 줄었지만 계약직 직원 계약을 연장하지 않아 현장 노동자들의 노동강도는 줄지 않았다고 한다.

지난 3월부터 2주간 10여명의 직원들이 번갈아 가며 무급휴직을 하고 있고, 4월부터는 한 달에 40여명씩 고용유지지원금을 신청해 받고 있다. 한 계약직 직원은 “계약직들은 (계약연장이 안 될까 봐)밤에 잠이 안 온다”고 토로했다.

학생회관에서 근무하는 A(54)씨도 “코로나19 이후에 계약직 6명이 계약연장이 되지 않아 바쁜 시간에는 몸에 무리가 올 정도로 노동강도가 세다”고 토로했다.

상반기 적자로 생협 사무처가 대학 본부에 재정 지원을 요청했으나 돌아온 대답은 “직원들 교육 똑바로 시켜야겠다”는 한 재무과 관계자의 충고였다. 식당의 배식시간이 끝나고 노동자들이 식당을 청소하는 2시 이후에 에어컨과 전등이 켜져 있어 전기요금을 낭비한다는 이유였다. 이후 이들은 청소시간과 조리도구를 정비하는 시간에 에어컨을 끄고 일한다.

“생협 식당 외주 주는 결정하더니, 이제는 관계없다?”

의결 기구인 서울대생협 이사회에는 대학본부 교직원이 포함돼 있다. 서울대 교육부총장은 생협 이사장이고 학생처장도 이사다.

지부에 따르면 서울대 본부는 2018년 생협이 운영하던 식당을 외부 업체로 전환운영하는 데에도 깊이 관여했다. 서울대가 할랄 식당을 제공하기 위해 생협이 운영하던 식당을 적극적으로 포기하도록 제안했다는 얘기다.

비정규직 없는 서울대 만들기 공동행동의 최인영 집행위원장은 “본부는 생협 문제를 학생과 노동자 간 제로섬 게임인 것 처럼 말해 왔다”며 “지난해 생협노동자들 파업 때도 노동자들의 처우가 개선되면 식대가 인상돼야 한다고 얘기했다”고 밝혔다. 공동행동과 서울대지부는 생협이 수익구조만을 위한 곳이 아니기 때문에 대학 본부가 구성원 복지를 위한 생협 직영화를 책임질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이창수 지부 부지부장은 “서울대에 생협 직영화를 요구하고 있다”며 “직영화가 되면 학교가 직원 급여를 책임지고 생협으로 인한 수익은 학생 복지를 위해 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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