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의 네 번째 노동이사제 시도가 무위로 돌아갔다.

11일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와 금융노조 캠코지부(위원장 김승태)에 따르면 캠코가 지난 10일 주주총회를 열고 공석인 5명의 비상임이사를 선출했다. 노조가 추천한 인사 2명은 제외됐다. 캠코는 이들을 금융위원회에 보고하고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김승태 위원장은 “2명이 모두 탈락한 것은 아쉬운 결과”라며 “올해 말 비상임이사 선출 일정이 남아 있어 다시 시도해 볼 계획”이라고 전했다.

문재인 정부가 노동이사제 도입을 공약했기 때문에 기대감이 컸던 터라 노동계에선 아쉬움을 드러냈다. 최근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도 노동이사제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했고, 국회에서도 노동이사제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노조 관계자는 “연내 법제화 가능성도 제기되는 등 분위기가 무르익었다고 판단했는데 아쉬운 결과가 나왔다”고 전했다.

정부가 정책 이행의지를 보이지 않는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이 관계자는 “이번 이사 추천은 사실 노동이사제가 아니라 사외이사추천 형태였다”며 “정부가 의지를 갖고 있었다면 충분히 실현할 수 있었을 텐데 밖으로 나오는 노동이사제에 대한 긍정적인 반응과 실제 정책 사이에 괴리가 있어 보인다”고 평했다.

네 번째 시도까지 무위로 돌아가면서 노조는 법제화를 위해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노조 관계자는 “공공기관이 선제적으로 노동이사를 도입하면 법제화에도 더욱 탄력을 받을 수 있어 기대감을 품었지만 현재로서는 입법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게 유력한 대안”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캠코 비상임이사 선출에는 모두 34명이 지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가운데 공석인 5명의 3배수인 15명이 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통과했다. 주주총회에서 이 가운데 5명을 선출했다. 캠코는 결정이 나지 않았다며 후보로 선출된 인사에 대한 정보를 모두 비공개했다.

한편 노조에서는 2017년 KB국민은행지부와 IBK기업은행지부·한국수출입은행지부가 노동이사 추천을 시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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