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가 새는 KT경기중앙빌딩의 내벽 모습(사진 왼쪽)과 지난 4월 폭우로 물이 새는 경기도 의정부시 KT경기중앙빌딩 바닥에 물을 받는 양동이를 설치한 모습. 

KT노조 본사지방본부(위원장 정연용)가 구현모 KT 사장을 고용노동부에 고발했다.

본사지방본부는 11일 구현모 사장과 박아무개 KT업무지원단장을 노동조합 및 노동조합조정법(노조법)·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지난 7일 노동부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본사지방본부는 KT가 노조와 체결한 단체협약을 어기고 노동자의 근로조건을 개선해야 할 책임을 외면해 노조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KT와 노조가 체결한 단체협약 70조에 따르면 회사는 ‘근로조건의 개선을 통해 적절한 작업환경을 조성’할 책임을 진다. 이를 어길 경우 노조법 92조2항 라목 ‘안전보건 및 재해부조에 관한 사항’을 어긴 책임을 물어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본사지방본부는 KT가 산업안전보건법 5조2항을 어겼다고 주장했다. 산업안전보건법 5조는 사업주 의무를 규정한 조항이다. 5조2항은 사업주의 의무로 ‘근로자의 신체적 피로와 정신적 스트레스 등을 줄일 수 있는 쾌적한 작업환경의 조성 및 근로조건의 개선’을 명시하고 있다. 본사지방본부는 KT가 수년에 걸쳐 이 같은 의무를 방기하고 있어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본사지방본부가 문제의 장소로 지목한 곳은 경기도 의정부에 소재한 KT경기중앙빌딩이다. 1965년 준공된 이 건물은 KT 경기지원 1팀 노동자 6명이 근무한다.

55년간 시설개선이 이뤄지지 않아 근무가 어려울 정도로 열악하다는 게 본사지방본부의 주장이다. 노동자들이 근무를 시작한 2014년부터 수십 마리의 쥐가 출몰했고, 현재도 쥐가 계속 출몰할 정도로 환경이 취약하다고 했다. 본사지방본부는 옥상의 방수처리가 망가지고 배수 시설에도 이상이 생겨 옥상 곳곳에 물이 고여 있을 뿐만 아니라 이로 인해 옥상 바닥 콘크리트가 부식됐다고 덧붙였다. 노동자가 근무하는 3층 사무실도 2017년부터 누수가 발생했고, 천장 보드가 낡아 떨어지는 일도 있었다. 본사지방본부에 따르면 지난 4월에도 비가 많이 내려 3층 사무실 천장에서 낙수가 발생하고, 옥상에는 물이 발목까지 올라올 정도로 가득 찼다. 노동자들은 건물 붕괴 위협을 느껴 KT업무지원단에 시설 보수와 사무실 이전을 요청했으나 검토 중이라는 말만 있을 뿐 사실상 묵살됐다고 주장했다. 이 과정에서 폐질환 등 건강상 위협을 느낀다는 노동자의 주장에 사용자쪽은 “발병하면 산업재해로 처리해 주겠다”는 식으로 대응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연용 위원장은 “사용자쪽 대응이 무척 실망스럽다”며 “KT는 노동자가 쾌적한 환경에서 일할 수 있도록 할 의무와 책임을 다하지 않아 불가피하게 고발했다”고 주장했다.

정 위원장은 KT가 불필요하게 소란을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KT는 앞서 6일 사무실 이전을 줄기차게 요청했던 KT경기중앙빌딩 노동자 2명을 징계했다. 이들이 사무실 환경을 언론에 제보하는 과정에서 언론 취재를 방해한 협력업체 노동자에게 폭언을 했다는 이유다. KT는 각각 정직 3개월·감봉 3개월 징계를 결정했다. 정 위원장은 “환경을 개선하거나 사무실을 이전해 달라는 절박한 요구를 외면하고, 언론 제보 과정의 잡음에 책임을 물어 징계한 것은 문제를 회피하기 위한 것”이라며 “세계적인 IT 선도기업이 근무하는 노동자의 환경개선을 묵살하는 것은 실망스럽다”고 밝혔다.

한편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서울북부지청은 이번 고발에 따라 KT경기중앙빌딩의 실태를 확인하기 위해 조만간 실사에 나설 전망이다. 서울북부지청은 지난달 22일에도 한 차례 KT경기중앙빌딩을 방문해 조사했다. 지난달 31일에는 국가인권위원회도 본사지방본부의 요청에 따라 실사를 했다. 회사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별다른 입장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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