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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장될 수 없는 말, 직장내 성희롱

기사승인 2020.08.12  08: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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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민지 변호사(민주노총 법률원)

   
▲ 조민지 변호사(민주노총 법률원)

여기, 상급자에게 “여자는 가슴이 예뻐야 하니 가슴 운동을 하라”는 말을 들은 직원이 있다. 이게 무슨 소리인가 싶겠지만 21세기 현대, 한국 사회에서 실제로 일어나는 일이다. 상급자는 직원의 인사평가와 보직배치를 좌우한다. 직원은 여기에 항의한다. 그리고 돌아온 것은 잦은 전보배치, 낮은 인사평가, 그리고 징계다. 이 직원에게는 무려 다섯 가지가 넘는 징계사유가 붙었다. 그중에 ‘가슴 운동을 하지 않은 부분’이 쏙 빠졌음은 물론이다.

말 그대로의 ‘언어적’ 성희롱은 성범죄를 구성할 정도에 이르지 않는다. 여러 흉악한 성범죄들 사이에서 성범죄를 구성하지 않는 성희롱의 경우 피해자가 자신의 불이익을 회복할 방법은 민사소송이 유일하다. 피해자는 자신의 직접적인 정신적 손해와 문제제기 과정에서 받았던 여러 불이익을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의 방법으로 주장한다.

지난해 4월 법원에서는 “미투, 그 이후”(법정으로 온 성범죄 사건의 쟁점들)이라는 주제로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여기에서 발표된 젠더법연구회 학술팀 소속 판사들의 분석에 따르면(‘성범죄·성희롱으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 사건에서의 위자료 산정’ 2019, 김연주 외 참조) 하급심 판결례에서 직장내 성희롱 사건의 위자료 액수는 대체로 500만원 이하이며, ‘부적절한 행위일 수는 있으나 불법행위라고 볼 수 있는지 의문’이라는 답변을 제시한 판사도 있다고 한다.

다시 위 사례로 돌아가 보자. 이 당사자는 다른 몇 가지의 징계사유와 함께 면직을 당했다. 힘들었지만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했고, 이겼다. 이제 민사소송 차례다. 당사자는 법원으로부터 어느 정도의 손해를 인정받았을까? 정답은 50만원이다. “소송비용은 각자 부담한다”는 말과 함께.

법원이 불법행위로 인한 위자료를 산정함에 있어서는 피해자측 사정에 가해자의 고의, 과실의 정도, 가해행위의 동기, 원인, 가해자의 재산상태, 사회적 지위, 연령, 사고 후의 조치 등 관련한 사정을 그야말로 종합적으로 고려한다고 한다. 그런데 이 사건에서와 같이 모든 것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가 고작 50만원이라면, 법원은 여전히 성범죄를 구성할 정도에 이르지 아니한 언어적 성희롱이 위법한지에 대해 유보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직장내 성희롱은 위법한가? 당연히 위법하다. 성희롱이 언어적일 뿐이라면? 역시 위법하다. 일회적인 경우에도? 역시 위법하다. “형사상 범죄를 구성하지 않더라도 피해자로 하여금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해서 인격권을 침해하는 성적인 언동”의 영역은 존재한다. 피해자는 이로 인해 정신적·신체적 부담을 느끼게 되는데, 여기에는 문제를 제기하는 경우 그가 몸담아 온 노동환경 자체가 오히려 피해자에게 등을 돌릴 수 있다는 불안감까지도 포함된다.

공허한 말처럼 느껴지지만, 일회적인 언어적 성희롱의 경우에도 당연히 위법하다. 피해자가 손해배상 청구를 하는 이유는 그것이 위법하기 때문이며, 손해배상 청구 외에는 별달리 다른 구제수단이 없기 때문이다. 성희롱은 불법이다. 관성에 치우쳐 ‘친한 사이라면 할 수 있는 말’ 또는 ‘부적절하지만 불법은 아닌 말’이라며 치장하지 말자.

조민지 labortoday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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