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북 김천의 한국도로공사 본사 로비에서 농성을 하던 조합원들이 단체사진을 찍는 장면. <김도준 감독>

자회사 고용을 거부해 한국도로공사에서 해고당한 톨게이트 노동자들의 투쟁을 기록한 다큐멘터리 영화 <보라보라>가 영화관에서 관객들을 만난다. 코로나19로 오프라인 개봉이 어려운 상황을 고려해 영화는 지난 5월 OTT 플랫폼인 웨이브에 선 공개됐다. 21회 전주국제영화제 초청작으로, 코로나19 때문에 온·오프라인으로 긴 기간에 걸쳐 상영한다.

<보라보라>는 투쟁에 참여한 노동자들이 제작에 참여했다. 독립영화 감독인 김도준 감독의 제안으로 조합원들이 농성 현장을 직접 기록했다. 영화는 캐노피 위에 올라선 노동자들을 비추며 시작한다. 2019년 6월30일 1천500명 집단해고라는 사태를 맞아 서울톨게이트에 오른 이들이다. 고덕영업소에서 요금수납원으로 일한 김승화 감독이 캐노피 위에서 98일간 고공농성을 하며 촬영했다.

“도로공사 ‘갈라치기’에도 연대하는 우리가 옳다”

조합원들은 지난해 9월부터 도로공사 경북 김천 본사 안과 밖에서 점거농성을 했다. 같은해 7월에는 청와대 앞 노숙농성을 했다. 신림영업소에서 요금수납원으로 일한 김미영 감독이 농성장 안을 촬영했다. 조합원이자 투쟁 당사자인 감독들은 동지들을 촬영하다가, 대화를 나누다가, 동료에게 카메라를 쥐어주기도 한다.

1천시간에 달하는 촬영 기록에는 조합원들의 갈등과 토론 과정도 고스란히 담겼다. 경찰과 대치하는 모습, 투쟁의 방향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이 그렇다. 당시 이강래 도로공사 사장은 톨게이트 요금수납원이 공사 정규직이라는 대법원 판결에 불복하는 입장을 냈다. 수납원들에게 환경정비 업무를 주거나 자회사 전환을 제안했다. 도로공사 안에 여러 노조가 있는 데다가 투쟁이 길어지자 이탈을 노린 ‘갈라치기’ 였다.

여름옷을 입고 투쟁을 시작했던 노동자들은 어느새 두꺼운 옷을 입는다. 또 하나의 긴 토론이 시작된다. ‘2015년 이후 입사자’에 대한 논의다.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 중재로 도로공사가 한국도로공사톨게이트노조와 정규직 전환을 합의하자 농성장 안에서도 긴 토론이 이어진다. 도로공사는 2015년 이후 입사자에 대해서는 불법파견 소지를 없앴기 때문에 법원 판결을 기다린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조합원들은 2015년 입사자를 포함한 복직 합의안을 쟁취할 때까지 기약 없는 싸움을 계속할지, 투쟁을 멈출지 사이에서 고민한다. 이 과정에서 노동자들만이 보여줄 수 있는 연대와 양보의 가치가 꽃핀다.

요금수납원에게 도로 옆 잡초뽑기 시키는 도로공사

“2015년 이후 입사자도 불법파견”이라는 대법원 판결 후 이들은 2020년 1월 투쟁을 끝낸다. 하지만 투쟁을 마치고 복귀한 1천500명 해고자들은 아직도 회사 안에서 싸우고 있다. 도로공사가 중장년 여성과 장애인 노동자들에게 이동을 많이 해야 하는 환경정비업무를 맡겨서다.

톨게이트 노동자들 중 80%가 여성노동자다. 장애인도 25%를 넘는다. 해고자들이 원직복직을 주장한 이유다. ‘공사 안의 비정규직 정규직화’, 이 과정에서 벌어지는 노동자들 간의 갈등과 연대는 2020년 ‘인천국제공항공사 사태’를 맞이한 현재에도 유효한 메시지를 던진다.

영화 제목인 <보라보라>는 김천 농성장 율동패 이름이기도 하다. 민주노총 산하 4개 노조 조합원이 모두 모인 율동패다. 김도준 감독은 “투쟁 과정에서 웃는 일도 많아 이 장면을 그대로 보여주고 싶어 영화 제목도 <보라보라>로 정했다”고 밝혔다.

영화는 15일과 21일 서울 중구 CGV 명동역 씨네라이브러리에서 상영된다. 15일에는 ‘관객과의 대화’행사로 진행돼 김도준 감독, 김미이·반효정·김경남 조합원, 정길우 촬영감독이 참석한다. 서울 상영회가 끝나면 9월16일까지 전주 완산구 전주디지털독립영화관에서 상영 일정이 이어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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