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동건강연대가 6월15일 국회 소통관에서 쿠팡 천안 물류센터 유해가스 사망 의혹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쿠팡 목천물류센터 구내식당 조리보조원 사망사건과 관련한 현장조사가 유족 대리인 참석을 막은 채 실제와 다르게 이뤄졌다는 의혹이 12일 제기됐다.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식당을 청소하던 조리보조원 박아무개씨는 지난 6월1일 가슴 통증을 호소하며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숨졌다. 청소용 세제와 락스를 혼합하는 과정에서 국내 허용 기준치 이상의 독성물질이 발생했을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사인을 둘러싼 논란이 거셌다.

지난 11일 고용노동부와 산업안전보건공단은 식당에서 락스와 세제를 혼합하는 과정에서 독성물질이 발생했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작업환경측정을 앞두고 현장조사를 했다. 그런데 현장조사에 ‘사업장 보안’을 이유로 유족 대리인 참석을 불허했다. 대신 쿠팡 본사 직원과 구내식당 위탁운영자인 동원홈푸드, 고인이 속한 인력파견업체 아람인테크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유족은 지난달 16일 이들 업체 관계자들을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노동부 천안지청에 고소·고발한 바 있다.

이날 현장조사의 쟁점은 청소용 세제 혼합 과정에서 유독물질의 발생 여부에 맞춰졌다. 그런데 회사측은 현장근무자를 배제한 상태에서 사업장에서 일한 경험이 없는 동원홈푸드 소장이 대리시연하는 방식으로 세제를 혼합했다. 현장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퇴직자들은 락스와 세제를 물이 담긴 들통에 큰 머그컵으로 각 1컵 정도씩 사용했다고 진술한 반면 이날 현장에서는 세제 뚜껑에 조금씩 덜어서 사용하는 모습을 대리시연한 것이다. 유족의 사진촬영도 막았다.

강은미 정의당 의원은 “명확한 사인 규명을 위해서 재해 당시 실제 작업환경과 동일한 조건에서 유해성 검증이 이뤄져야 한다”며 “그런데 유족이 선임한 대리인 등 전문가 참여는 철저히 배제하고 식당 운영에 아무런 책임이 없다고 발을 빼던 쿠팡이 오히려 현장조사에 적극 대응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지적했다.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유독가스 발생 우려가 있어 락스 성분과 소독제를 혼합해 사용해서는 안 된다. 락스의 대표성분인 차아염소산나트륨이 계면활성제와 향료 등 알코올 성분과 반응할 경우 클로로포름이 생성될 수 있기 때문이다. 클로로포름은 고농도 노출시 중추신경계 기능저하 또는 마취로 사망에 이를 수 있다.

강 의원은 “현장조사와 작업환경측정에 유족 대리인 등 전문가 참여를 보장하고 쿠팡발 코로나 19 감염으로 인한 전파 감염자까지 산업재해로 인정될 수 있도록 ‘쿠팡 방지법’을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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