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마트산업노조 코스트코지회가 설립되면서 국내 대형마트 ‘빅 4’에 모두 노조가 생겼다. ㈜코스트코코리아는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매출액 4조원을 돌파한 미국국적 기업이다. 오프라인 유통시장이 부진한 와중에도 강세를 보였다.

1994년 한국에 진출한 코스트코는 꾸준히 성장세를 이어 왔지만 노동자들의 고민도 높게 쌓였다. 지난 7월에는 청와대 홈페이지에 ‘코스트코코리아의 코로나19 관련 대응으로 직원들이 고통받는다’는 제목의 국민청원이 게시됐다. 사측의 일방적인 직원식당 폐쇄 통보를 비판하는 내용이었다. 코스트코와 관련한 국민청원은 2018년에도 있었다. 박건희(28·사진) 노조 코스트코지회장은 이런 현상을 노사 소통이 단절됐다는 증거라고 했다. 박건희 지회장은 “회사는 (노동자들에) 업계 최고 수준으로 대우한다고 말해 왔다”며 “다른 마트에 비해 코스트코는 복지가 전혀 없다”고 밝혔다.

<매일노동뉴스>가 지난 12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마트산업노조 사무실에서 박 지회장을 만났다. 올해로 입사 5년차를 맞은 그는 “노조활동이 처음”이라며 “연차 강요문제 등을 반드시 해결하고 싶어 노조에 대해 오랫동안 고민해 왔다”고 했다.

“노사 간 소통 단절, 노조설립 오랫동안 고민했다”

- 20대 노조위원장이다. 고충은 없나.
“2016년 입사자인데, 새로 입사하시는 분들도 나보다 나이가 많아 아무래도 (노조와 관련한) 이야기를 할 때 고민이 있다. 같이 일하는 ‘형’들은 30~40대 분들인데, 나는 20대라 이야기에서 진정성이 부족해 보이지는 않을까 걱정스러운 부분이 있다.”

- 조합원들은 대체로 어떤 직군인가.
“지점 안에서 하는 일은 크게 세 개로 나뉜다. OB는 신선·정육·베이커리·치킨·델리 등이다. MD는 가정생활·가공식품·냉동 및 냉장식품 등을 진열하고, FE는 주차·캐셔·회원카드를 업무를 한다. 노조에 가입한 직군은 고른 편이다.”

- 노조를 설립하기까지 어떤 일이 있었나. 
“2018년에 임금 테이블 변경을 사측이 일방적으로 통보해 청와대에 국민청원이 오른 일이 있었다. 그때 왜 우리 코스트코만 노조가 없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OB부서는 작업장 안에서 관리자들이 일을 하니까 직원을 존중하지 않고 폭언하는 일도 있었다. 코스트코가 외국 기업이니까 ‘복지가 좋을 거다’ ‘처우가 좋을 거다’라고 생각하는데 실제로는 타사에 비해서 복지 혜택이 없다. 그래서 생각을 하다가 올해 초 노조를 만들겠다고 생각해 포털사이트에 노조에 관해 검색해 봤다. 이후 마트산업노조 관계자들과 연락해 익명으로 운영되는 오픈채팅방을 만들어 뜻있는 회사 사람들을 모았다. 2018년에도 익명 채팅방을 만들었다. 아는 사람끼리만 채팅방을 찾았다. 그러다가 지난달 청와대 청원 문제가 또 터지니까 이제 해보자고 생각했다. 2018년보다 많은 호응이 있었다. 채팅방에서 노조 필요성을 자주 이야기했다. 7월에는 준비위원회를 설립했다. 그리고 부서별 메일이 있는데, 총회 전에 ‘노조가 준비되고 있다’는 내용의 메일을 보냈다. 회사에 큰 이슈가 됐고, 온라인 카페나 채팅방을 모르는 분들도 노조를 알게 됐다. 메일을 계속해서 보냈다. ‘코로나19로 힘들지 않냐’ 같은 내용이었다. 사람들이 알도록 현장 이슈를 이야기했다.”

- 2018년 청원은 어떤 내용이었나.
“한 매니저의 아내가 올린 글이었다. 슈퍼바이저(대리) 직급이다. 이분들은 출근하고 센싱(출퇴근시간 기록)을 안 했다. 출퇴근 시간이 따로 없었다. 회사에서 12시간씩 일했는데 신규 오픈하는 매장은 훨씬 오래 있었다고 하더라. 집에 있는 시간이 일주일에 하루도 안 될 정도라고 했다. 청원 이후 회사가 그 직급의 연봉을 10% 정도 올렸다. 외부로 알려지면 대응하고 소통하지만, 알려지지 않으면 소통조차 하지 않으려 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 2018년 “임금테이블이 일방적으로 바뀌었다”는 내용의 청원도 있던데.
“이 부분은 좀 더 알아봐야 한다. 11호봉이 말호봉인데 1천40시간 근무할 때마다 1호봉씩 오른다. 5년6개월을 일하면 말호봉이다. (2018년에) 그걸 처음에 8단계로 줄였다. 줄인 후 기존에 1·2·3호봉이었던 분들을 다 (새로운 호봉제의) 1호봉으로 넣었다. 그때 노조가 있었더라면 이렇게 쉽게 (회사가) 8호봉으로 나누지는 못했을 것이다. 이후 다시 6단계로 임금테이블이 바뀌었다. 일방적이었다. 불만이 계속 나오니까 다시 원상태로 11단계로 늘어났다. 모두 한 달 안에 일어난 일이다. 이 때문에 입사일이 거의 차이 나지 않아도 호봉을 다르게 적용받는다. 확인해야 할 문제다.”

“업계 최고 대우 한다는 코스트코, 복지제도 형편없어”

- 강제 연차사용 문제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고 들었다.
“날씨가 안 좋거나 매출이 계획 대비, 플랜(목표) 대비 떨어지면 지점에 메일이 온다. 추가 연차를 넣으라고. 쓰고 싶지 않은 직원도 강제로 연차를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든다. 부서별로 몇 개를 넣으라고 한다. 할당량처럼. 이 문제를 많이 얘기했다. 법 테두리 밖에서 일어나는 거니까. 이 문제에 관해서는 모든 직군이 공감할 수 있는 문제다.”

- 코스트코는 모두 정규직으로 고용해 처우가 좋은 줄 알았다.
“정규직이긴 하지만 거품이 많이 끼었다. (복지제도를 요구하면) 회사는 실비보험을 들어 주지 않느냐고 이야기하는데, 이 실비보험은 (의료보험 제도가 민영화된) 미국 기준 월 120만원 상당의 건강보험이다. 이미 실비보험이 있는 분들은 많다. 타사도 실비보험은 있다더라. 또 홈플러스는 업무상재해를 제외하고 질병이나 상해를 입었을 때 회사에 병가를 3개월 이상 신청할 수 있다고 한다. 코스트코는 병가가 1년에 5일이다. 자녀가 있는 분들은 아파도 못 쉰다. 아파서 쉬게 되면 연차를 일단 쓴다.”

- 노동강도는 어떤가.
“일산점의 경우 올해 8월까지 안전사고가 50여건이나 있었다. 2명이 할 일을 1명이 하니까 바쁘게 움직이기도 하고, 직원 안전사고가 많다.”

- 동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노동조합 하면 ‘투쟁’ ‘싸운다’는 이미지로만 비춰지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노동조합은 헌법에 보장된 권리로, 그 권리를 행사하는 것만으로도 축하받을 일이다. 사측의 이익과 노동자들 간 이익을 맞춰야 한다. 중간을 맞추면 좋은데 현실적으로 그러긴 힘들다. 아무리 교섭을 해서 맞춰 나가더라도 회사 이익이 훨씬 많을 거다. 격차를 줄여 보자는 거다. 노조를 설립한 지 일주일 정도 지났는데 앞으로 더 많은 분들이 함께해 주시면 훨씬 바꿀 수 있는 것도 많고 우리의 목소리도 더 크게 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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