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일 오전 롯데택배 노동자 한 명이 야외 분류작업 중 쓰러져 119구급차에 실려 조치를 받고 있다. <현장 노동자 제공>
롯데택배 노동자 200여명이 20일 오전 롯데택배 군포터미널에서 간선차를 막아서는 단체행동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간선차의 상·하차 작업이 늦어지면서 택배노동자들이 터미널 인근 주차장에 차량을 세우고 분류작업을 하는 상황이 반복됐기 때문이다.

이날 전국택배노조와 현장 노동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간선차의 상·하차 작업 지연은 1년여간 지속됐다. 현장 노동자들은 롯데택배 군포지점에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했지만 해결되지 않았다. 이날은 물량이 비교적 적은 목요일인데도 분류작업이 오후 12시30분이 넘어서야 끝날 것으로 예상되자, 노동자들은 오전 8시30분께부터 한 시간 동안 “대책을 내놓기 전까지 작업을 중단하겠다”며 터미널 내 간선차를 막아섰다. 간선차에 실린 물건이 터미널에 늦게 하차되면, 택배노동자 분류작업 지연이 불가피하다. 배달을 늦게 시작하면 그 시간만큼 밤늦게까지 일하게 된다.

롯데택배 노동자들은 장시간 노동을 불러오는 간선차 상·하차 작업 지연을 해결하려면 상·하차 인력을 고용·투입하는 아웃소싱업체가 인력을 보강하고, 원청인 롯데택배가 터미널 작업공간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루 이틀 일 아니다”

간선차는 허브터미널에서 실은 물건을 배송지와 가까운 지역 서브터미널로 전달하고, 택배노동자가 집화해 서브터미널로 모인 물건을 허브터미널로 옮기는 역할을 한다. 군포터미널은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으로 가는 물량이 거쳐 가는 곳이어서 물량이 많이 몰린다. 허브터미널 겸 서브터미널 기능을 한다.

“다들 불만에 쌓여 있는 상태였어요. 하루 이틀 이야기도 아니고 1년여 전부터 불거져 온 일인데, (간선차의 상·하차 작업이) 어제도, 오늘도 늦는 거예요. 최소한 오전 10시에는 나가야 늦지 않고 배송을 할 수 있는데….”

10년 넘는 경력의 롯데택배 노동자 ㄱ씨가 단체행동에 나선 이유를 털어놓았다. ㄱ씨는 “12시에 간선차 상·하차 작업이 끝나면 1시, 2시가 돼 배송을 시작하는데 그럼 배송은 언제 하냐”고 했다. 그는 “배송량이 많은 화요일은 저녁 10시나 11시에 끝난다”며 “점심은 빵이나 김밥 같은 걸로 때운다”고 전했다. 택배기사별 차이는 있지만 보통 주중에는 오후 7~8시에 배송작업이 끝난다. 오전 7시 출근하고 주 6일 근무하는 것을 감안하면 주당 근로시간 52시간을 훌쩍 넘는다.

5년 넘게 롯데택배에서 일한 ㄴ씨는 “택배 없는 날로 쉬어서 다들 분위기가 괜찮았다”면서도 “택배 물량이 많아 힘든 것은 괜찮은데 하차 작업이 지연되니 쌓였던 게 터졌다”고 설명했다. ㄴ씨는 “집화 거래처에 오후 4시면 가야 하는데, 늦게 나와서 지금도 발바닥에 땀이 나도록 뛰어다니고 있다”고 토로했다. 인터뷰 중에도 ㄴ씨는 물건이 담긴 손수레를 쉬지 않고 끌었다.

“야외 분류작업 중 쓰러진 노동자”

“오늘도 야외에서 일하다 택배기사 한 명이 열사병 증세를 보이며 쓰러졌어요. 야외 작업에는 위험이 항상 도사리고 있죠. 차가 후진하다가 사고가 날 수도 있고요.”(롯데택배 노동자 ㄷ씨)

이날 군포터미널에서는 택배노동자 한 명이 분류작업 중 열사병 증세를 보이며 쓰러져 병원으로 후송됐다. 야외 분류작업은 택배노동자가 간선차에서 하차된 물건을 직접 손수레에 싣고, 자신의 택배차량으로 옮겨 상차 작업을 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땡볕에서 진행되니 노동자가 체감하는 노동강도는 훨씬 높다.

이날 단체행동은 시작한 지 1시간 만에 일단락됐다. 현장에 있던 노동자에 따르면 해당 터미널을 이용하는 택배 대리점 소장과 상·하차 작업 인력을 공급하는 용역업체 관계자가 화요일 오전 10시30분, 수요일 오전 9시30분, 목요일 오전 8시, 금·토요일 7시에는 상·하차 작업을 완료하겠다고 약속했다고 한다. 하지만 ㄷ씨는 “80~90%는 안 지켜진다고 본다”며 “인건비 때문에 인원을 충분히 투입하지 않아 발생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작업공간이 좁아 물량을 소화하기 어려운 만큼 다른 곳에 터미널을 만드는 것도 방법”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군포터미널을 이용하는 택배기사는 200여명이다. 해당 터미널은 간선차 60여대가 접안하면 가득 찬다. 간선차 두 대가 세워질 공간에 1톤 택배차량 세 대가 세워진다는 점을 고려하면, 택배차량 90~100대만 터미널 내에 들어설 수 있다.

롯데택배 관계자는 “현재는 대리점장들과 현장 기사 간 이야기가 잘된 상태”라며 “분류인원을 매일매일 섭외해 투입하는데 화요일 물량이 많아 힘들었는지 평소보다 몇십 명 정도가 적게 나와 작업이 지연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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