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비스연맹

지난 2월 우리 사회를 일시 정지시켰던 코로나19 재확산 속도가 심상치 않다. 2차 팬데믹 위기와 공포로 사회와 일터 곳곳에서 신음소리가 들린다. 대구를 중심으로 한 1차 팬데믹 이후 우리 사회와 노동현장은 얼마나 달라졌을까. 위기 대응능력은 과연 성장했을까. 코로나19 재확산 국면에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매일노동뉴스>가 2회에 걸쳐 긴급 진단한다. <편집자>


1. 진료체계와 노동자 방역

2. 고용위기, 위험한 노동자


“코로나19가 재확산 조짐을 보이면서 공항으로 가는 통근버스도 사라지고 있어요.”

면세점에서 일하는 K씨의 말이다. 이달 중순까지만 해도 코로나19가 잠시 주춤해지고 여름휴가 성수기를 맞아 면세점도 잠시 활기가 돌았다. 그런데 코로나19 2차 팬데믹 위기가 덮치면서 면세점업계도 얼어붙기 시작했다.

정부는 면세점업을 특별고용지원업종으로 지정해 고용유지지원금 지급기간을 종전 180일에서 240일로 60일 연장했다. 하지만 K씨는 요즘 잠을 이루지 못할 정도로 괴롭다. K씨를 비롯한 면세점에서 일하는 노동자 10명 중 9명은 특별고용지원업종 지원 연장 혜택을 받지 못한다. 면세점업이 아니라 도·소매업으로 등록돼 있는 협력업체 소속이기 때문이다. 면세점업으로 등록된 곳은 롯데면세점·신라면세점 같은 대기업뿐이다.

“인천공항 면세점에서 해외명품 브랜드를 판매하는데 매출이 지난해보다 80%가 줄었어요. 직원들 절반은 휴직 중이죠. 그나마 3월부터 고용유지지원금을 받아 유급휴직이 가능했는데 지원기간이 다음달 27일이면 끝나요. 요즘 9월 근무표를 작성하는 기간인데 회사에서 27일 이후에는 ‘휴업’이라고 쓰지 말라는 지시가 내려왔어요. 고용유지지원금이 종료되니 휴업은 안 된다는 거죠. 유급휴업이 안 되면 그 다음 수순은 어떻게 될까요? 우리 회사는 아무 이야기도 안 하고 있는데, 다른 회사들은 벌써부터 점장에게 내보낼 직원 명단을 제출하라고 압박하고 있다고 해요. 불안해서 잠이 안 오네요.”

반면 롯데면세점과 신라면세점은 상반기 매출이 50% 가까이 감소했지만 인력은 줄이지 않았다. 호텔롯데의 올해 반기보고서를 보면 롯데면세점 정규직은 6월 말 기준으로 970명이다. 지난해 말 942명에서 2.9% 증가했다. 신라면세점 정규직은 880명으로 지난해(879명)와 같은 수준이다. 다만 비정규직은 롯데의 경우 지난해 40명에서 22명으로 45% 줄고, 신라는 111명에서 77명으로 30% 줄었다. 코로나19 고용위기는 하청 비정규 노동자부터 시작됐는데 고용유지를 위한 정부 지원은 거꾸로 원청 대기업부터 이뤄진다는 비판이 커지는 이유다.

민간, 중소기업, 여성 일자리부터 덮쳐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가리지 않고 감염시키지만, 고용위기는 그렇지 않다. 공공보다는 민간의 일자리가, 대기업보다는 중소기업 일자리가, 남성보다는 여성의 일자리가 절벽으로 내몰리고 있다.

금융위기나 공황 같은 경제적 요인이 아니라 전염병이라는 ‘외부 충격’에서 비롯된 코로나발 고용 충격은 경제적 약자일수록 가혹했다. 기업 규모별로는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의 생산력 위축이 월등히 컸다. 제조업 부문 대기업의 생산증가율(전년동기 대비)은 지난 1분기 8.7%, 2분기 -3.3%를 기록한 반면, 중소기업의 경우엔 1분기 -1.6%, 2분기 -9.8%로 훨씬 컸다. 서비스업 부문 역시 중소기업의 생산증가율 감소 폭이 올해 1분기(-2.3%)와 2분기(-4.7%)로 대기업의 2배 이상이었다.

상대적으로 불안정한 일자리에 있는 여성과 청년·노령층에 충격은 집중됐다. 고용지표상으로만 봐도 코로나19가 확산한 올해 2월 이후 4개월 동안 60대 이상과 20대의 고용률이 크게 감소했다. 4개월 동안 60세 이상 고용률은 3.4%포인트, 20대 고용률은 2.3%포인트 감소했다. 전염병 직격탄을 맞은 서비스업과 임시직 비중이 높은 탓이다. 성별로도 이런 특성이 확인된다. 올해 3~6월 평균 남성 취업자는 19만6천명 감소한 반면 여성은 26만4천명이 줄었다. 이 기간 숙박 및 음식점업에서만 13만3천명의 여성이 일자리를 잃었다. 대부분 1~4명 소규모 사업장이었으며, 임시직과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 감소폭이 컸다.

외환위기와는 전혀 다른 코로나19 고용위기 양상
일시휴직으로 충격 흡수, 고용회복 속도 빨라


홍민기 한국노동연구원 동향분석실장에 따르면 코로나19 충격으로 3월과 4월 두 달 동안 취업자는 102만명 감소하고 일시휴직자는 99만명 증가했다. 둘을 합치면 두 달간 200만개 일자리가 줄어든 것이다. 5월부터는 개선 조짐을 보이며 60만개 일자리가 회복되고 6월에도 40만개가 회복됐다. 1998년 외환위기는 회복기간이 16개월이고, 2008년 금융위기 때는 14개월이 걸렸는데 이에 비하면 고용회복 속도가 빠르다.

홍민기 동향분석실장은 ‘2020년 상반기 고용동향’ 보고서에서 “외환위기 때는 일시 휴직이 9.2%, 금융위기 때는 39.9%를 차지했는데 코로나19 위기 때는 일자리 충격의 50%가 일시휴직이었다”며 “해고보다 일시휴직으로 많이 이동한 것이 일자리 빠른 회복에 큰 도움이 됐다”고 평가했다. 정부의 적극적인 고용유지 정책이 일자리 회복을 앞당기는 데 도움을 줬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2차 팬데믹이 현실화하면 하반기 고용지표는 예측하기 힘들다. 당장 구조조정 위기에 몰린 노동자들은 “정부가 다만 3개월 만이라도 고용유지지원금을 연장해야 한다”고 호소한다.

충남에서 시외버스를 운영하는 금남고속과 충남고속·한양고속·중부고속·삼흥고속 5개 업체는 정리해고 수순 밟기에 나섰다. 충남 시외버스노동자 1천517명 중 유급휴직자 523명(35%)을 정리해고하겠다는 것이다. 경남지역 시외버스업계도 정리해고를 예고하고 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이동이 줄면서 시외버스 매출이 곤두박질쳤기 때문이다. 이들 업체가 2월부터 받아 온 정부의 고용유지지원금은 9월15일이면 모두 종료된다. 박춘순 충남지역버스노조 중부고속지부장은 “회사가 고용유지지원금 종료 후 1개월 되는 시점인 10월15일자로 유급휴직자 77명을 내보내겠다고 예고하고 있다”며 “정부의 고용유지지원금 180만원에 회사가 20만원을 부담해 월 200만원을 받으며 근근이 버텼는데 정리해고 예고 통보로 눈앞이 캄캄하다”고 말했다.

박 지부장은 “사측에 정리해고는 최후의 수단이니, 석 달만 더 버텨보자고 설득하고 있다”고 말했다. 2021년이 되면 고용유지지원금을 다시 신청할 수 있기 때문에 노사가 고통분담하며 연말까지만 버텨 보자는 것이다. 자동차노련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도 함께 고통분담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노선버스는 시민의 이동권을 보장하기 위한 필수적인 공공서비스인 만큼 고용유지지원금 지급 기간을 연장하고 지자체도 고용유지를 위한 지원에 동참해야 한다는 요구다.

‘9월 실업대란’이 예고되지만 정부는 일반 업종의 고용유지지원금 지급기간(180일)을 추가 연장하는 것을 머뭇거리고 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올해 1월1일부터 이달 23일까지 유급휴업에 따른 고용유지지원금을 받기 위해 고용유지조치 계획을 신고한 사업장은 7만7천453곳에 달한다. 이재갑 노동부 장관은 최근 2차 팬데믹이 우려되자 고용유지지원금 지급 연장을 검토해 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재원 문제가 먼저 풀려야 한다. 정부는 3차 추가경경정예산과 고용보험기금 계획 변경으로 예산을 2조1천632억원 확보했는데 현재 절반가량 남았다.

“해고금지 구호보다 실질적 대책 고민해야”

유급휴업에 따른 고용유지지원금이 종료되더라도 기업의 구조조정을 막을 장치는 있다. ‘무급휴업·휴직 고용유지지원금’을 활용하면 된다. 180일간 유급휴업 고용유지지원금을 받았더라도 180일간 무급휴업 고용유지지원금을 신청하면 받을 수 있다. 다만 신청 조건이 좀 더 까다롭다. 노동위원회의 승인을 얻어 무급휴업을 실시하는 경우나 회사와 노동자가 휴직에 합의를 하는 경우만 해당된다.

무급휴업(휴직은 90일 이상)을 하면 평균임금 50% 이내에서 180일간 노동자에게 직접 지원한다. 해가 바뀌면 유급휴업에 따른 고용유지지원금을 다시 신청할 자격이 주어진다. 노동부 관계자는 “진짜 경영이 어려워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사업장에서 일시휴직 지원 제도를 다각도로 활용한다면 해고를 피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고 말했다.

모두투어도 이런 경우에 해당한다. 모두투어 성과연봉직군(정규직) 노동자 900여명은 이달부터, 능률직군(무기계약직) 노동자 170명은 지난 5월부터 유급휴직에서 무급휴직으로 전환했다. 특별고용지원업종에 해당하지만 3월부터 매출이 사실상 ‘0’에 가까워 부득이하게 내린 결정이다. 김종탁 모두투어노조 위원장은 “무급휴직 고용유지원금은 평균임금의 50%밖에 안 되고, 최대 월 198만원의 한도도 있어 생활고가 심각하다”며 “아르바이트를 하지 않으면 생활이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특히 앞서 무급휴직에 들어간 무기계약직 170여명은 11월이면 이마저도 종료되기 때문에 생계가 막막한 실정이다. 이미 롯데관광은 9월부터 희망퇴직을 실시하겠다며 구조조정을 예고한 상태다.

전문가들은 “코로나 고용위기는 취약계층에 더 가혹하다는 특성을 보인다”며 “이들이 고용위기로 추락하지 않도록 핀셋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실장은 “앞으로 해외는 물론이고 우리나라도 팬데믹 지속 기간을 아무도 알 수 없기 때문에 지금처럼 사상 유례없는 재정지출 의존도를 장기간 유지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재정투입 대상의 명확성과 효과의 극대화, 지출 규모의 적절성·적시성을 확보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노동계도 해고금지 구호만 되풀이하기 보다는 실질적 대책을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지원 노동자운동연구소 연구원은 “코로나19 고용위기는 5명 미만 사업장, 민간부문, 가동률이 급락한 서비스업종, 공단의 영세 제조업체인데 이들은 평상시도 평균근속이 2~4년으로 매우 짧고 해고와 이직이 잦은 데다 노조조직률도 1% 미만이어서 단체협약 보호를 받기도 어려운 조건”이라며 “해고금지 구호는 코로나19 고용위기에 직면한 노동 현장에서 효과가 그다지 없는 요구”라고 꼬집었다.

김미영·임세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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