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부천물류센터(신선물류센터 2공장) 코로나19 집단감염 사태는 우리 사회에 숙제를 남겼다. 고용형태에 따라 감염위험도 달라진다는 건강격차 문제다. 부조리함은 해소되기는커녕 꼬리를 물고 다른 부조리를 만든다. 물류센터는 정상가동했지만 노동자들은 사과를 받지도 못했고, 생계곤란을 겪는가 하면 입바른 소리를 했다가 일자리를 잃었다. 법률가들과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이 집단감염 피해자를 지원하며 물류산업 선두기업 쿠팡을 주목하는 까닭이다. 매일노동뉴스가 여섯 차례에 걸쳐 쿠팡 피해자 지원 활동가들의 글을 싣는다.<편집자>

 

아프면 3~4일 쉬어라?
▲ 이경민 참여연대 사회경제2팀장

코로나19 관련 정부 방역 지침 중 ‘아프면 3~4일 쉬기’가 있다. 정부는 아프면 쉬어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지만 그저 나에게 주어진 휴가를 사용하는 것일 뿐, 어디 맘 놓고 쉴 수 있겠는가. 그나마 정규직 노동자들은 나은 형편일 수 있다. 비정규직이나 자영업자 같은 불안전 노동에 놓인 노동자들은 아프면 맘 놓고 쉬는 게 어렵다.

쿠팡의 물류센터 직원은 대부분 계약직이거나 일용직이다. 쿠팡맨은 정규직으로 직접고용 한다지만 실제 정규직은 드물고 계약직이 대다수다. 요즘 빠른 배송을 내걸고 있는 상황에서 법정 휴게시간도 사용할 수 없다. 식사도 제때 챙겨 먹기 힘든데 쉰다는 말 자체는 사치일 뿐이다.

아프면 국가가 소득을 보장하는 해외

외국은 상병이 발생하면 유급병가휴가를 주고 있다. 장기간의 휴직이 필요한 경우 소득을 보장하는 상병수당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대부분이 유급병가휴가와 상병수당 제도를 도입하여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와 미국만 유일하게 관련 제도가 부재하다. 다만 미국은 일부 주에서 병가휴가를 도입해 시행 중이다.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세계 각국에서는 아프면 쉬는 것을 보장하기 위해 유급병가와 상병수당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코로나19 예방 차원에서 휴가를 지원하거나 대기기간을 두지 않고 있다. 진단서 제출을 제외·유예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 코로나19 국면에서 사회안전망으로서 제도가 운용되고 있다는 점은 중요하다.

공적제도 부재

공무원은 업무상은 물론 업무와 관련 없는 상병에 대해서도 유급병가 사용이 가능하다. 일정기간 동안 소득보장을 받을 수 있는 공적제도가 마련돼 있다. 일반 국민들은 업무와 연관된 상병에 대해서 산재보험을 적용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까다롭다. 민간회사의 경우 일부는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에 따라 유급병가를 주고 있다. 그러나 확실한 사용자의 의무로 보장하고 있지는 않다.

한국노동패널 21년차 자료를 이용한 사회공공연구원 분석(2020년)에 따르면, 전체적으로 직장에서 병가를 도입하고 있는 비율은 낮은 것으로 나타난다. 사업장 규모가 작고, 고용이 불안정하고, 임금이 낮고, 노조가 없는 사업장일수록 보장이 안 되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일반 국민을 위한 공적제도가 없는 것이 현실이다.

유급병가·상병수당 도입 절실해

아프면 맘 편히 쉬어야 하는 이유는 제대로 된 치료를 위해서다. 특히 자영업·비정규 노동자·일용직 등이 빠른 치료에 집중하는 이유는 소득보장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일을 쉰다는 것은 소득감소로 이어진다. 대체적으로 입원 치료보다는 외래진료를 받게 되고 이는 재활의 어려움으로 귀결된다. 또한 질병으로 소득이 감소하면 빈곤층으로 떨어질 가능성도 농후하다.

코로나19라는 위기상황에서 방역을 위해서라도 유급병가와 상병수당 도입은 매우 절실하다. 특히 고용형태가 불안정할수록 몸이 아파도 생계를 위해 일터에 나가야 하는 현실은 국가가 책임지는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미 1952년부터 국제노동기구(ILO)는 상병수당 도입을 권고했고, 이미 국민건강보험법 50조에는 상병수당 근거가 명시돼 있다. 국가는 유급병가와 상병수당을 즉각 시행해 시민의 최소한의 안전과 생활을 보장해야 한다. 이것이 국가의 의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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