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태진 금속노조 대전충북지부 노동안전보건부장(한국노동안전보건연소)

최근 자동차 휠을 생산하는 충주지역 사업장에서 일하던 조합원의 추가상병(왼쪽 팔꿈치 외·내상과염) 신청이 불승인됐다. 근로복지공단 자문의사회의가 불승인 처분 근거로 제시한 것은 “최초 업무상질병 진단일 이후 약 1년 후에 추가상병을 신청했고, 전형적인 퇴행성 변화 소견이므로 업무와 신청상병이 인과관계가 없다”는 것이었다. 이 내용만 보면 불승인 처분이 타당하다고 오해할 수 있었다. 1년 동안 요양치료를 하면서 해당 기간 업무를 하지 않았는데 최초 승인상병과 같은 원인으로 추가상병을 신청한 것은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필자 또한 해당 문구만 보고 해당 조합원이 요양을 연장하기 위한 꼼수(?)로 추가상병을 신청한 것으로 오해했다.

하지만 사실관계를 다시 확인해 보니, 해당 조합원은 지난해 11월19일 충주 건국대학교병원에서 진단을 받고 요양급여신청 소견서로 최초 산재를 신청했다. 재해자는 재해조사 등 요양처리 절차를 거치는 과정에서 통증이 심해져서 12월부터 사업장에 휴직을 신청하고 요양했다. 또한 양팔 모두 수술하면 재활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으니 2월에 오른쪽 팔꿈치를 수술하고, 추후 왼쪽 팔꿈치를 수술하는 게 좋겠다는 병원소견에 따라서 오른쪽 팔꿈치부터 수술하고 재활치료를 했다.

그는 올해 2월20일 질병판정위원회 심의회의에서 업무상질병으로 인정된다는 판정을 받았다. 근로복지공단 충주지사는 3월11일 재해자에게 요양승인 결정을 통보했다. 재해자는 최초상병 승인 결정 이후, 3월 중순에 왼쪽 팔꿈치를 수술하면서 추가상병을 신청했다가 불승인 결정이 나온 것이다. 이 때문에 온전히 재활치료를 하지 못한 상태에서 사업장에 복귀할 수밖에 없었고, 지금도 통증을 견디면서 일하고 있다.

추가상병 제도의 허점, 클린하지 않은 클린자문의

추가상병 제도는 최초상병에 대한 산재승인 이후에 동일한 원인으로 발생한 상병에 대해 최초요양 신청처리 절차를 생략하고 신속하게 승인하는 것이다.

그러나 해당 사건에서 두 가지 문제가 드러났다.

추가상병 신청은 최초상병 승인이 난 뒤 할 수 있다. 재해자는 올해 3월12일 최초상병 승인 결정 이후 한 달도 안 된 3월26일에 추가상병을 신청했다. 그런데도 자문의사는 지난해 4월1일을 최초상병 승인 결정일로 오인했고, 마치 1년이 지난 시점에 추가상병을 신청한 것으로 둔갑했다.

두 번째는 자문의사가 재해자의 진료기록을 제대로 검토하지 않은 것이다. 진료기록에는 최초상병 승인 이전에 오른쪽 팔꿈치와 함께 왼쪽 팔꿈치 통증을 호소하고 치료를 한 기록이 있었다. 그런데도 자문의사는 1년 동안 재해자가 통증을 호소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자문의사는 1년이 지난 시점에 추가상병을 신청했기에 업무와 관련성이 없고, 퇴행성질환이기에 추가상병을 불승인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해당 사건은 근로복지공단 충주지사 자문의사회의로 넘어가게 되었다. 그러나 자문의사회의에서도 불승인 사유의 근거는 1년이 지나서 신청했기에 업무와 관련성이 없다는 것이었다.

근로복지공단의 추가상병 처리규정을 살펴보면 추가상병을 판단할 때는 기존의 재해조사 기록·발병 부위·의학적 소견·업무부담 요인이 끝난 시점과 발병 시점의 간격 등을 조사해서 결정해야 한다고 돼 있다. 이번 사건에서는 이런 절차가 지켜지지 않았다. 명백하고 중대한 하자로 인해 잘못된 행정처분을 한 것이다.

잘못된 행정처분 책임, 재해자에 전가해선 안 돼

행정관청은 행정행위에 위법 또는 부당한 하자가 있을 경우 직권으로 그 효력을 소멸시킬 수 있다. 직권취소는 행정관청 스스로 반성하면서 행정목적을 실현하기 위한 것이다. 행정관청은 원처분을 취소하고 하자를 보완해 다시 적법한 처분을 할 수 있다. 행정행위의 법적합성 원칙에 비춰 볼 때, 위법·부당한 행정행위를 한 관청이 적법성을 회복할 권한을 줘야 한다는 취지다.

그럼에도 근로복지공단에 이와 유사한 사례들에 대해 문제제기하면 천편일률적으로 이의신청제도만 알려 주고 자신의 책임은 끝난 것처럼 하고 있다.

공단이 직권취소를 하고 재처분한다고 해도 재해자 고통은 줄어들지 않는다.

다행히 면담을 통해서 근로복지공단 충주지사는 해당 사건을 재심의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이미 두 달이 넘게 재해자는 온전히 재활을 마치지 못한 상태에서 부담작업을 해야 하는 일터로 돌아갔다. 행정처분기관의 잘못으로 고통과 손해를 온전히 재해자가 짊어지는 것이 올바른 행정인지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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