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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가 파업이라니

기사승인 2020.08.28  08: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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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형탁 노회찬재단 사무총장

   
▲ 김형탁 노회찬재단 사무총장

이런 이야기까지 칼럼으로 써야 할지 고민스러웠지만, 그래도 분명하게 짚고 넘어가야겠다. 일반 국민에게는 ‘의사 총파업’이라는 말이 이상하지 않을 수도 있겠다. 그러나 의사 총파업은 성립할 수 없는 말이다. 이를 분명하게 인식하고 있는 언론들은 의사 파업이라 하지 않고 ‘집단행동’ 또는 ‘집단 휴진’이라고 표현한다. 하지만 상당수 언론들이 파업이라는 말을 당연하게 사용하고 있다. 당사자들이 사용하는 총파업이라는 표현을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받아들이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라 본다.

단체행동권은 헌법으로 보장된 노동자의 권리다. 헌법에서 이 권리를 특별하게 언급하고 있는 것은 노동자는 경제적 약자이기에 그 권리를 최고법으로 보호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노동자는 단체로 묶이지 않으면, 그리고 그 단체가 노동을 거부하는 실력행사의 합법적 권리를 가지지 않으면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늘 당할 수밖에 없는 존재다. 그리고 권리의 저울이 한쪽으로 지나치게 기울면 사회와 국가 자체가 지속될 수 없다. 그것이 노동자의 권리를 헌법에서 보장하는 이유다.

그런데 과연 의사 집단이 그 기준에 부합하는가. 물론 그 기준에 부합하는 의사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백번 양보해 의사를 노동자로 인정하더라도, 쟁의행위는 노동조합을 통하지 않으면 안 된다. 대한의사협회나 관련 협회가 모두 노동자로 구성된 것도 아니고, 더군다나 노동조합이 아니어서 파업을 주도할 자격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사들의 행동을 파업이라 표현하는 것은 그들의 집단행동에 사이비 합법성의 탈을 씌우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 노동조합이라고 해서 언제나 쟁의행위가 가능한 것이 아니다. 적법한 노동조합이라 하더라도 쟁의행위를 하기 위한 요건을 갖추지 못하면 파업이나 태업 등의 행위를 할 수 없다. 먼저 조합원의 직접·비밀·무기명 투표를 통해 과반수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 또한 노동쟁의를 하기 위해서는 노동위원회에 신고를 하고 조정절차를 거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리고 아예 쟁의행위를 할 수 없는 노동자들도 있다. 주요 방위산업체에서 일하는 노동자들 상당수는 쟁의행위 자체를 할 수 없다. 방위산업체가 아니더라도 ‘공중의 생명·건강 또는 신체의 안전이나 공중의 일상생활을 현저히 위태롭게 하는 업무’에 종사하는 노동자는 쟁의행위가 제한된다.

만약 이를 어길 시에는 어떻게 되는지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절차 하나만 잘못 지켜도 불법 파업으로 구속되거나, 그렇지 않더라도 해고 등 상당한 불이익을 받게 된다. 절차를 다 지키더라도 노동자는 근본적으로 약자의 위치에 있기 때문에 파업이 성공한다는 보장은 전혀 없다.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파업이 장기화되면 결국은 굴복하거나 양보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내몰린다.

자, 그런데 의사 파업이라니. 그것도 총파업이라니, 이게 가당한 일인가. 광복절 이후 코로나19가 급작스럽게 확산돼 대다수 국민은 생계가 암담하지만 어쩔 수 없이 하루하루를 견디고 있다. 방역을 위해 쏟아왔던 의료진들의 그간 노력을 어찌 모르겠는가. 하지만 공중의 생명과 건강을 담보로 벌이는 그 행위는 어떠한 명분으로도 합리화할 수 없다. 노동자들의 권리인 파업이라는 기준에서 보더라도 이는 명백한 불법 행동이다. 노동자들의 행동은 그 요건을 갖추지 못하였다는 이유로 강제해산 당하고, 주도한 이는 구속당한다. 그런데 불법적인 집단행동을 한 의사들은 어떻게 될까. 파업의 권리를 보장받은 이도 그 절차적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는 이유로 온갖 불이익을 당하는데, 과연 그 권리를 가질 수 없는 사회의 기득권 세력이 저지른 행동에는 어떠한 대가가 따를까. 아마 그에 대해서는 우리가 한 행동은 파업이 아니니, 그 잣대로 재단할 일이 아니라고 변명할 것이다.

지역에까지 의료진의 손길이 제대로 미치도록 공공의료를 강화하자는 정책에 대해 그들이 내놓은 대안은 제대로 찾아보기 힘들다. 대신에 몇 가지의 협박과 같은 말은 있다. 건강보험료가 대폭 오를 것이라는 말이다. 글쎄 그것이 그들이 그토록 염려하는 부분인지는 잘 모르겠다. 의사들의 집단행동에 대한 비판 글은 워낙 많아 더 보탤 것은 없다. 다만 이 집단행동을 파업이라고 부르지 않기를 바란다. 파업이라는 용어를 쓰는 것에는 의도가 숨어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아무런 문제의식이 없기 때문이 아니라 실제로는 파업을 집단 이기적 행동으로 폄하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노회찬재단 사무총장 (htkim82@gmail.com)

김형탁 labortoday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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