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20일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열린 '특수고용 노동기본권 쟁취, 대리운전노동자 생존권 사수 농성투쟁 선포식'에서 대리운전기사들이 노조법 2조 개정을 주장하고 있다.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특수고용 노동자가 오랜 기다림 끝에 노조설립 신고증을 받았지만, 교섭 문턱에서 좌절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2조를 개정해 ‘근로자’ 개념을 넓히는 것이 근본 해결책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30일 노동계에 따르면 최근 대리운전 서비스 앱 ‘카카오T대리’를 운영하는 카카오모빌리티가 대리운전노조의 교섭요구를 거부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지난 27일 공문을 통해 “당사가 단체협약을 체결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지 불분명하다는 법률 검토 의견이 있었다”며 사실상 교섭 불응 의사를 밝혔다.

대리운전노조는 카카오모빌리티와 교섭하기 위해 노동위원회에 교섭요구 사실공고의 시정신청을 할 계획이다. 하지만 노동위가 시정명령을 내려도 회사가 이를 거부해 행정소송을 제기하면 장기전이 될 수밖에 없다. 노조설립 신고증을 받는 데 428일을 기다려야 했던 대리운전 기사가 또 수년을 흘러 보내야 할 수 있단 의미다.

노동부에게 설립신고증을 정식 교부받은 노조에 사용자가 교섭을 거부하는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사용자는 “노조법상 노동자 여부를 가려야 한다” “지휘·감독하는 사용자가 아니다”며 교섭 책임을 회피해 왔다.

학습지노조 재능교육지부(지부장 여민희)도 그 피해자다. 지부(당시 재능교육교사노조)는 1999년 설립신고증을 받았고 법내노조로 활동했다. 하지만 2008년 회사의 부당노동행위와 부당해고로 노사는 법적 다툼에 돌입했다. 10여년이 지난 뒤인 2018년 대법원으로부터 노조법상 노동자라는 판결을 받게 됐다.

또 다른 학습지 업체 대교 역시 교섭요구 사실공고문을 부착하라는 중앙노동위원회의 시정명령을 거부해 행정소송 중이다. 서울행정법원은 지난 4월 대교 학습지교사의 손을 들어줬지만 사측이 항소해 2심이 진행 중이다.

여민희 지부장은 “노조법이 개정돼야만 한다”며 “회사는 노조법상 노동자로 인정받은 학습지교사 사례를 특수한 것으로 보고, 근로시간면제 제도와 같은 당연한 권리를 줄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노사 이견이 큰 탓에 지부는 65차례 교섭에도 5년째 단체협약을 체결하지 못하고 있다.

오민규 노동자운동 연구공동체 ‘뿌리’ 연구위원은 “정부가 유럽연합(EU)과 국제노동기구(ILO)에서 요구하는 것처럼 노조법 2조를 개정하고 노조설립신고 절차를 개선해야 한다”며 “또 사용자가 소를 제기하면, ‘더 이상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말만 반복하는 노동부는 사용자를 위한 행정을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방과후강사노조는 노동부에 설립신고서를 제출한 지 448일이 지난 이날까지도 정식 노조로 인정받지 못한 상태다. 김경희 노조 위원장은 설립신고증 교부를 요구하며 지난해 11월과 이달 두 차례 삭발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