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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균 2주기 100일 앞인데] 비정규직 신세 못 벗은 발전 간접고용 노동자

기사승인 2020.09.02  08: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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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전비정규직연대회의 “더 늦기 전 정부가 결단 내려야” … 산자부 “부처 단독으로 할 수 있는 건 없다”

   
▲ 2018년 12월18일 오전 서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비정규직 100인 대표단들이 김용균씨의 죽음을 추모하는 모습.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2018년 12월11일 새벽 충남 태안 화력발전소. 입사 3개월차 스물네 살 비정규직 청년은 홀로 남아 컨베이어벨트 아래 떨어진 낙탄을 줍다 재해로 숨졌다. 청년노동자 고 김용균씨 죽음은 “위험의 외주화는 중단돼야 한다"는 주장에 많은 사람이 귀 기울이게 했다. 28년 만에 산업안전보건법이 전면개정되도록 했다. 당정TF는 지난해 12월 고 김용균 노동자 특별노동안전조사위원회의 22개 권고안을 반영해 “연료·환경설비 운전 노동자를 정규직화하고 경상정비에 대한 공공성을 강화하고, 처우를 개선하겠다”고 발표했다. 일사천리로 진행될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고인의 기일을 100여일 앞둔 1일까지도 그의 동료는 비정규직 신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정규직 전환이 늦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1일 <매일노동뉴스>가 노·사·전문가 협의체 논의 진행 과정을 짚어봤다. 발전소 연료·환경설비 운전과 경상정비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 논의는 지난해 5월부터 각각 개별 노·사·전 협의체를 꾸려 진행되고 있다.

“과거 정부 공공기관 정책 탓에
발전소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추진 어렵다?”


연료·환경설비 운전부문 노·사·전 협의체는 지난 5월 자유총연맹(소유지분 31%)이 가지고 있는 한전산업개발 지분을 한전(소유지분 29%)과 발전 5사가 전량 매입해 공공기관으로 지정하고 비정규직들을 이 기관 정규직으로 전환하기로 의견일치를 이뤘다. 지난해 12월 당정TF가 하나의 공공기관을 만들어 정규직 전환을 추진하는 것으로 방향을 잡은 데 따른 것이다. 하지만 3개월이 넘도록 한전의 지분 매입 절차는 진전이 없는 상태다.

한전이 한전산업개발 주식을 매입하려면 횡령·배임에 관한 논란을 넘어야 한다. 한전산업개발 최대 주주인 자유총연맹은 비싼 값에 주식을 팔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자유총연맹이 소유한 지분 시장 가치는 한 주당 3천300원(1일 장종료 기준)으로 전체 지분의 31%는 시가 330억원 정도다. 하지만 경영 프리미엄으로 훨씬 높은 가격을 요구하고 있다. 한전과 발전 5사가 횡령·배임 논란을 벗어나려면 실사를 거쳐 적정 시장가격을 확인해야 한다. 그런데 한전은 지분 매입을 위한 절차에 해당하는 실사에 나서고 있지 않다. 공공기관운영위원회 결정에 따라 추진했던 부채 감축 정책의 일환인 한전산업개발 지분 매각 계획을 재검토 없이 되돌릴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한전은 지난 4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부채 감축 및 경영효율성 향상을 위해 한전기술과 한전산업개발 보유지분 매각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자산 처분을 통한 부채감소 계획은 2009년 “공공기관 선진화 계획”과 2014년 “공공기관 정상화 정책”의 일환으로 진행돼 왔고, 이사회는 당시 한전산업개발 지분 매각 계획을 의결했다. 한전 이사회는 과거 매각 결정을 철회해야 한다.

발전비정규직연대회의 관계자는 “한전 입장에서는 이사회 결정을 철회해야 할 이유가 필요하니 산업통상자원부의 입장이 담긴 공문을 달라고 했다”며 “그런데 산자부가 공문을 보낸 지 한 달이 지난 지금도 이사회를 열고 있지 않다”고 비판했다. 발전비정규직연대회의에 따르면 산자부는 지난 7월 말께 한전에 “지난 5월 노·사·전 협의체에서 자유총연맹 주식을 전량 매입해 공공기관으로 전환하는 것에 합의했으니 후속대책을 점검, 적극 검토를 추진하라”는 취지로 공문을 보냈다.

한전 관계자는 “공공기관운영위가 정책기조를 바꾸지 않으면 이사회를 열 수가 없다”며 “현재와 과거 정부 의사결정의 다른 부분이 정리가 돼야 (지분 매입) 추진이 가능하다고 의견을 냈고, 산자부와 관련된 내용을 검토해 보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법적기구인 공공기관운영위의 성격을 봤을 때 특정부처(산자부)가 (기존 공공운영위의) 반대되는 결정을 내린다고 해도 과거 결정을 뒤바꾸긴 어렵다”고 주장했다.
 

2019년12월12일 오전 당정TF가 더불어민주당 당대표회의실에서 ' 고 김용균 특조위 권고안 정부이행계획'을 발표하는 모습.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비정규직 신분으로 남게 되는 경상정비 노동자”

최근까지 실무논의를 지속하고 있긴 하지만 경상정비 부문 노·사·전 협의체 논의도 공전하고 있다. 공공운수노조는 경상정비 업무를 수행하는 노동자들의 고용안정을 위해 계약기간을 6년 이상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사측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지금까지 발전사와 민간 정비업체(70%)는 3년 단위로 수의계약을 맺어 왔다. 적격심사제를 통해 특별한 문제가 없다면 계약을 재연장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정부는 안전·기술 중심의 낙찰제로 기조를 정했고, 앞으로 공개경쟁입찰 방식을 확대할 예정이다. 경상정비 노동자들이 여전히 비정규직 신분으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애초 김용균 특조위는 경상정비 노동자도 한전KPS로 재공영화하라고 권고했다. 그런데 당정TF는 지난해 12월 “민간 정비사의 파산 및 상장회사의 주주 반발, 간접인력의 고용 불안정 등 현실적인 제약 조건이 있다”며 “경상정비에 대한 공공성 강화와 처우개선을 기본 입장으로 정했다”고 밝혔다. 경상정비 업무의 경우 연료·환경설비 운전 분야보다 훨씬 많이 시장에 개방돼 있던 탓에 발생한 문제다. 경상정비 부문 노·사·전 협의체도 현실적 제약을 인식해 고용안정과 처우개선 중심으로 논의를 진행 중이다. 공공운수노조 한국발전기술지부는 경상정비 업무 역시 한전KPS를 통한 재공영화를 해야 한다는 주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태성 발전비정규직연대회의 간사는 “과거 민영화·외주화했던 사업을 재공영화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피부로 느끼고 있다”며 “발전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문제와 관련해 직접적인 정책을 수립하고 이행하는 것은 정부, 특히 그 주무부처인 산자부가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산자부 관계자는 “산자부가 단독으로 할 수는 없다”며 “기관 간 협의를 하는 데 정부가 도움을 줘야 한다면 국무조정실을 중심으로 기획재정부·고용노동부 등 관계부처와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전했다. 발전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예상 시점 및 계획을 묻는 질문에 이 관계자는 “일정과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한전과 발전 5사가 자유총연맹 지분 매입 전 실사를 당장 시작해도 3~4개월이 걸린다. 현재로선 고 김용균씨 동료의 정규직 전환이 2주기 전에 이뤄질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강예슬 yeah@labortoday.co.kr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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