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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수찬 넥슨지회장·차상준 스마일게이트지회장] 게임업계 노조설립 2년, 판교의 ‘오징어잡이 배’ 불은 꺼졌을까

기사승인 2020.09.14  08: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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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이 회사 입사 초창기엔 갖은 야근에 불규칙한 식사에 건강관리를 제대로 못할 때가 많았어요. 입사했던 10여년 전에 비해 지금 30킬로그램 정도 쪘다니까요. 원래 이러지 않았어요.”

차상준(37·사진 왼쪽) 화섬식품노조 스마일게이트지회(SG길드)장이 웃으며 말했다. 차 지회장이 매고 있는 지회 카드 목걸이엔 지금보다 날씬한 모습의 과거 사진이 붙어 있었다.

‘오징어잡이 배’ ‘등대’. 밤늦게까지 불이 꺼지지 않는 게임회사를 빗댄 말들이다. 그만큼 게임업계 노동자들은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고 있다는 뜻이다. 2016년 게임업체 넷마블 자회사 노동자가 과로 끝에 숨지기도 했다. 고용불안에 문제제기를 하기도 힘든 상황. 이런 가운데 2년 전 넥슨과 스마일게이트 노동자들이 게임업계 최초로 노조를 설립했다. 넥슨지회는 2018년 9월3일, 스마일게이트지회는 이틀 뒤인 같은달 5일 만들어졌다. 이후 게임업계 노동환경은 나아졌을까.

<매일노동뉴스>는 두 지회 설립 2주년을 맞아 지난 11일 오전 차상준 지회장과 배수찬(35·사진 오른쪽) 노조 넥슨지회(스타팅포인트)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경기도 성남시 넥슨지회 사무실에서 만난 두 사람은 지난 2년 동안 달라진 점을 묻자 모두 “포괄임금제 폐지 합의로 인한 노동시간 변화와 권고사직이 사라진 것”을 꼽았다. 다만 구체적인 세부 상황은 조금씩 달랐다. 장시간 노동이 거의 사라진 넥슨과 달리 스마일게이트는 특정 부서에서 주 52시간 초과 근로가 여전히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현재 넥슨지회엔 직원 4천500명 중 1천500명 가량이, 스마일게이트지회엔 직원 2천명 중 370명 가량이 가입했다.

넥슨지회 “지회 설립 이후 거의 주 40시간 일해”
스마일게이트지회 “여전히 주 52시간 넘는 부서 있어”


- 게임업계는 장시간 노동으로 유명하다. 지회 설립 전 상황을 알려달라.
차상준 : 회사에서 먹고 자면서 일주일에 집에 한두 번 들어가는 경우도 많았다. 많게는 주 100시간씩 일하기도 했다. 신작 출시를 앞두고서만이 아니라 평소에도 그랬다. 우리나라에 게임산업이 처음 태동할 당시 개발자들이 골방에서 밤새고 라면 끓여 먹으면서 게임을 만들었던 문화가 최근까지 영향을 미친 탓이다. 경영진 마인드가 거기서 크게 바뀌지 않았다. 게다가 회사가 나가라면 나가는 분위기, 게임업계가 엄청 빠르게 발전하고 업데이트도 지속적으로 해야 하는 상황인 탓도 있다. 우리는 여름·겨울휴가도 없다. 드라마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에서 극 중 정해인이 게임 개발자다. 드라마를 보진 않았지만 정해인이 퇴근해서 놀다가 연애하는 게 나오는 것 같은데 그런 거는 (현실에서는 쉽지 않다)….

배수찬 : 지회 설립 전엔 포괄임금제라 업무시간 자체가 측정되지 않았다. 아무 때나 출근하고 아무 때나 나왔다. 그러면서 일은 ‘겁나게’ 많이 해야 했다.

- 직원들 연령대가 젊은 편인데 이런 노동환경과 연관이 있다고 봐도 되나.
차상준 : 게임업계에는 20~30대가 많고, 40대도 좀 계신다. 50대는 많지 않다. 기본적으로 업계 자체가 연식이 20~30년으로 얼마 안 돼서다. 그런데 그뿐 아니라 (장시간 노동환경에 못 이기고) 그만두는 경우가 적지 않은 탓도 있다. 실제 게임 개발하다 그만두고 (판교) 주변에 치킨집 하는 분도 많다. ‘개발자의 끝은 치킨집이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오는 이유다. 주로 40~45세 정도면 나가는 것 같다. 오랫동안 일하기엔 어려운 부분이 많다.

- 주 52시간(연장근로 12시간 포함) 상한제 시행, 포괄임금제 폐지 합의 이후 장시간 노동 관행이 개선됐나.
차상준 : 우리 회사의 경우 특정 부서들이 합의 이후로도 주 52시간을 넘기고 있다. 게다가 주 52시간 이후 초과근무에 수당도 지급하지 않고 있다. 회사가 주 51.9시간에 퇴근 처리를 하게끔 유도를 한 다음 일을 시키면서다. 회사는 ‘자발적으로 야근하는 것도 회사의 귀책사유가 된다’는 것을 알고 이렇게 한다. 직책자들이 장시간 노동을 시작하면 밑에 있는 사람들은 내부 분위기에 휩쓸려서 자신들도 주 52시간을 넘어서 일할 수밖에 없는 분위기가 만들어진다. 직책자들도 게임이 잘 안 돼 스튜디오(팀)이 없어지면 고용이 불안해지다 보니 밑에 있는 사람들을 그렇게 만드는 것이다. 회사에 이야기를 했지만 근본적인 문제 해결에 대한 노력은 없다. 우리는 장시간 노동이 불법이라는 것을 확실히 공지해 달라, 그런 분위기를 만들어 가는 사람은 징계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배수찬 : 우리 회사는 많이 개선됐다. 지금은 주 40시간에 가깝다. 제가 보기에 회사에서 ‘빡세게’ 관리했다. 야근을 하고 싶으면 야근을 해야 할 필요성을 설명하고, 그 필요성이 정말 있을 때만 하다 보니 초과근로가 거의 발생하지 않고 있다.

지난해 단체교섭 합의로 넥슨지회과 스마일게이트지회는 각각 같은해 8월과 10월부터 포괄임금제를 폐지했다. 포괄임금제는 장시간 노동 문제의 주범으로 꼽혀 왔다.

- 업무 마감 시한을 앞두고 수면·위생·기타 개인 생활을 희생하면서까지 연장근무하는 ‘크런치모드’도 사라졌나.
배수찬 : 넥슨에선 상식적인 수준으론 거의 없어졌다.

차상준 : 우리는 많이 없어지진 않았다. 크런치모드엔 예상할 수 있는 것이 있고 없는 것이 있다. 예상할 수 없는 크런치모드를 하는 것은 우리도 반대할 생각이 별로 없다. 쉽게 말해 서버가 떨어져서 긴급하게 복구를 해야 한다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그런데 예상된 크런치모드가 있다. 일정이 한참 전부터 정해져 있는데 누가 봐도 이상한 일정이라면 이걸 회사가 수정을 할 건지, 강행을 할 건지 정해야 한다. 여기서 강행하면 크런치모드가 발생하는 것이다. 넥슨은 그런 예상된 크런치모드가 많이 없어진 것이다.

“팀 해체 뒤 권고사직 없어졌지만 무한 대기”
“게임업계는 성장하는데 이익분배는 잘 안 돼”

▲ 배수찬 넥슨지회장


- 고용불안도 게임업계 고질적 문제다. 지회 설립 뒤 해소됐나.
배수찬 : 권고사직은 없어졌지만 팀이 없어지면 무한 대기발령하는 문제가 남았다. 우리는 프로젝트가 접히면 당사자가 직접 나서서 같은 회사 내 다른 팀에 면접을 보고 일을 구해야 한다. 지회 설립 전엔 다른 팀을 3개월 동안 구하지 못하면 권고사직을 제안받았는데, 권고사직을 거부하는 사람은 거의 못 봤다. 게임업계는 이직이 잦은 곳이다 보니 (권고사직으로 분쟁이 생겨) 커리어를 이상하게 만들어 놓으면 다른 곳에 취직이 안 될 수도 있어서다. 또 직원들이 노동권에 대한 인식이 없다 보니 권고사직을 거부할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런데 교섭에서 회사가 상호 신뢰 간에 권고사직은 하지 않겠다고 한 뒤 사라졌다. 문제는 프로젝트가 접혀도 권고사직은 안 당하지만 다른 팀을 구하지 못해 무한대기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대기 중에도 급여는 받지만 마음이 편하지 않다. 일이 없다는 것은 사람에게 큰 스트레스 중 하나다. 우리는 이걸 직장내 괴롭힘의 일종이라고도 본다.

- 대안은 없나.
배수찬 : 지금으로선 계속 버텨야 한다고 본다. 그러면 회사 입장에서도 비용이 계속 나가니 대안을 만들 거라 생각한다. 교육과정을 만든다거나, 어느 정도 면접을 봤다면 다음부턴 회사가 의무 배치를 한다거나, 이 사람들을 위한 일자리를 충분히 만들거나 하는 방안도 제안했고 현재 논의 중이다.

- 스마일게이트 상황은 어떤가.
차상준 : 과거엔 프로젝트가 접히면 사람을 내보내곤 했다. 지회 설립 뒤 그런 부분이 많이 없어진 편이다. 물론 회사가 프로젝트가 접힌 이들에게 기존에 하던 일과 다른 업무를 시켜 논란이 되기도 했지만, 회사가 ‘그런 일 없도록 하겠다’고 해서 정리됐다. 지금까지는 프로젝트가 접혀도 직원들이 수월하게 다른 팀으로 이동하는 편이다. 넥슨과 달리 전환배치가 잘 되는 것은 우리 회사의 경우 프로젝트가 접히는 사례가 많지 않아서다. 단협 체결 이후 전환배치 대상자가 20명 정도밖에 안 됐다. 넥슨은 1년 사이에 수백명은 접힌다. 게임회사마다 경영 방법이 달라서 넥슨은 프로젝트가 더 자주 접힌다. 한편으론 우리도 접히는 인원들이 많아지면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걸 의미하기에 계속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 차상준 스마일게이트지회장


- 급여를 비롯해 게임업계 기타 노동조건은 어떤 편인가.
차상준 : 대개 사람들이 게임업계가 돈을 엄청 많이 벌 거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지난해 국내 200대 기업의 CEO·임직원 보수격차가 가장 큰 곳이 엔씨소프트였다. 게임은 컴퓨터랑 사람만 있으면 만들 수 있다. 컴퓨터 금액이 얼마 안 될 거고 나머지는 다 인건비다. 우리는 공장부지가 필요한 것도, 원자재가 필요한 것도 아니다. 그래서 게임업계가 돈은 엄청 번다. 그런데 수익 분배가 잘 되고 있냐라고 하면 아닌 것 같다. 또 게임업계 큰 회사들 평균 연봉이 거의 비슷하다. 이직이 굉장히 잦은 곳이어서 회사들끼리 담합이 의심된다.

“노조 있으면 상처 도려내려고 노력,
노조 없는 곳은 좋아 보여도 곪은 상태”


- 지회 설립 배경이 궁금하다. 평소 노동운동에 관심이 있었나.
배수찬 : 관심 전혀 없었다. 어쩌다 보니 (주 52시간 상한제 시행 관련해) 근로자위원을 하게 됐는데 회사와 포괄임금제 폐지 등을 이야기하는 데 한계를 느꼈다. 진짜 노조밖에 답이 없구나 생각해서 만들게 됐다.

차상준 : 저도 주 52시간 상한제 시행과 함께 회사 내 근로자대표를 하면서 지회를 설립했다. 그래서 둘 다 지회 설립 시기가 비슷하다. 당시 근로자대표로 회사랑 이야기해 보니 ‘노답’이어서 노조를 만들었다. 저는 원래 노동 문제에 관심이 있었다. 게임업계에서 여러 번 이직을 거치면서 주변에서 과로사가 됐든 자살이 됐든 돌아가신 분을 꽤 많이 봤다. 몇 해 전 넷마블 자회사에서 과로사로 돌아가신 분도 지인이었다. 주변 사람들이 그렇게 되는 것을 보면서 바꿔 나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 지회 설립했을 때 직원들 반응은.
차상준 : 다들 충격받았다. 게임업계에 노조가 만들어질 것을 단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고 하신 분이 대부분이었다. 저는 일주일 동안 (문의) 전화만 받다가 끝났다. 지회 설립 하루 만에 지회에 가입한 조합원이 100명을 넘었던 것 같다.

배수찬 : 저도 지회 설립 첫날 문의 전화를 부재중까지 합치면 100통 정도 받았다. 지회 설립 뒤 일주일 동안 800명 정도가 지회에 가입했다.

- 지회의 주 구성원 연령대가 20~30대다. 노조에 이질감을 느낄 수도 있을 것 같은데.
배수찬 : 그래서 처음엔 노조에 대한 이미지를 바꾸고 싶어서 여러 시도를 했다. 노조 조끼 대신 노조 후드티를 만들어 입는다거나, 게임에 나오는 캐릭터로 피규어를 만들기도 했다. 최근엔 장마 이벤트로 지회 우산도 만들었다. 노조 굿즈가 별거 다 있다. 여러 가지로 이미지를 바꾸는 것부터 시작했지만 종착점은 행동을 하는 것이라 생각하긴 했다. 그래서 집회도 했고 거기서 ‘철의 노동자’도 불렀다. 언젠가부터는 조끼도 입고 (우리 방식과 기존 방식을) 병행해 나가는 상황이라 생각한다.

차상준 : 우리도 비슷하다. 맨 처음 필요했던 것은 인식을 바꾸기 위한 다양한 방안이었다. 지회 이름도 ‘SG길드’나 ‘스타팅포인트’처럼 다 따로 가지고 있지 않나. 우리도 지회 후드티를 만드는 등 (조합원들에 대한) 허들을 많이 낮추는 노력을 많이 했다.

- 조합원들끼리는 어떻게 소통하나.
차상준 : 보통 인터넷 카페나 SNS 채팅방을 많이 이용한다. 게임업계는 직원들이 보통 프로젝트 안에서 움직이기 때문에 같은 회사를 다녀도 프로젝트 A팀과 프로젝트 B팀은 만날 접점이 없다. 그러다 채팅방 한군데로 몰아넣으니 상황이 얼마나 다른지 그때서야 알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과거에는 구사대가 조합원들을 때리고 하지 않나. 요즘엔 그렇게 하지 않는다. 정보로 사람을 조작한다. 정보를 주지 않고 서로 간에 이간질하는 방식으로 사람들을 제어한다. 가령 팀별로 알고 있는 정보가 다 다른데 사람들이 한군데서 다 같이 이야기하기 시작하니까, 회사가 숨기고 싶어 했던 정보까지 다 나왔다. A팀에선 이렇게 안 했는데 B팀에선 이렇게 했다거나 하는 정보다. 그런 것들이 회사가 가장 싫어하는 부분 중 하나다.

배수찬 : 우리도 SNS 채팅방에서 소통한다. 비슷하다.

- 화섬식품노조의 기존 노조 운영 방식과 의견 차이는 없었나.
차상준 : 노조에서 우리 말을 잘 들어 주신다. 만약 우리 이야기를 안 들어주셨으면 우리가 그 노조에 안 들어갔을 것이다. 의견 차이는 서로 조금씩 바꿔 나가고 있다. 조합원 교육에 무게가 실려야 한다는 것은 우리가 배우고, 노조에서는 우리를 통해 쉽게 홍보물을 만드는 방법이나 채널 쓰는 법을 알아 가는 것 같다.

배수찬 : 장담하는데 우리가 그분들을 불편해하는 것보다 그분들이 우리를 불편해하는 부분이 더 많을 것이다.(웃음)


- 게임업계 노조가 있는 곳과 없는 곳의 근무환경이 차이가 있다고 보나.
배수찬 : 노조가 있는 곳은 안에 있는 상처를 어떻게든 도려내고 치료하려고 노력한다. 그래서 이곳에 문제가 있다는 메시지가 계속 나가니까 어떻게 보면 노조가 있는 회사가 더 안 좋아 보일 수 있다. 반면 노조가 없는 곳은 문제를 계속 곪은 상태로 가지고 있다. 겉으로 좋아 보이지만 아닐 수도 있다.

차상준 : 노조가 없는 곳은 우리와 점점 격차가 벌어질 것이라 생각한다.

- 남은 임기 동안 이루고 싶은 일이 있다면.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은.
차상준 : 다니고 싶은 회사를 만들고 싶다. 또 올해 말부터 2021년 임금·단체협상도 시작해야 한다. 우리를 시작점으로 포괄임금제를 폐지하는 회사들이 생기는 것처럼 추가적인 다양한 방법으로 게임업계 노동권을 변화시키는 노력을 해 보려고 한다.

배수찬 : 다음 씨앗을 만들기 위한 터전을 만들고 싶다. 여러 의견이 나올 수 있어야 건강한 지회가 된다고 생각해서다. 빨리 차기 지회장을 뽑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그리고 투쟁 가능한 노조, 지속가능한 노조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싶다. 마지막으로 (업계에) 노조를 만들까 말까 고민하는 분들이 있을 텐데 혼자만의 고민으로는 한계가 있다. 찾아와서 같이 고민해 보면 좋겠다.

최나영 joie@labortoday.co.kr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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