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할수록 손해예요. 올해부터 전액관리제를 시행하면 정해진 월급이라도 받아 갈 거라고 기대했는데 말짱 도루묵이 됐어요. 하루 사납금으로 13만7천원을 내야하는데 어떤 날은 승객을 스무 명도 못 태워요. 내 돈으로 사납금 메우면서 일해요. 그만둘까 하루에도 몇 번 생각합니다.”

10년 전부터 택시운전대를 잡았다는 A씨의 말이다. 그는 사회적 거리 두기로 손님이 급감하면서 하루 13만원이 넘는 사납금을 채우기 위해 끼니도 거르며 일한다. A씨는 “정부가 처음 2차 재난지원금 이야기를 꺼내 들 때 일말의 기대가 있었는데 법인택시는 제외된다는 말을 듣고 왜 우리만 차별하나 화가 났다”고 말했다.

정부가 4차 추가경정예산으로 7조8천억원을 풀어 생계벼랑 끝에 선 소상공인과 특수고용 노동자를 돕겠다고 했지만 선별지급을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 전택노련

전액관리제에서 사납금제로 회귀한 택시업계
법인택시 노동자 “운송수익 급감에 사납금 못 채워”


국회는 14일 정부가 제출한 4차 추경안 심사에 착수했다. 그런데 추경안 발표 이후 정부가 제시한 선별 기준에 대한 ‘형평성’ 문제가 쟁점이 되고 있다. 논란이 가장 뜨거운 곳은 택시업계다. 같은 택시업계에 종사하면서 동일한 피해를 겪었는데 4차 추경안이 ‘소상공인·영세 자영업자’ 지원을 목표로 한 탓에 법인택시 노동자는 대상에서 빠졌다. 개인사업자로 등록한 소상공인 신분의 개인택시 기사는 코로나19 재확산으로 매출이 감소한 사실이 확인되면 100만원의 새희망자금을 받는다. 반면 노동자 신분인 법인택시 기사는 아무런 지원도 받지 못한다.

이헌영 전택노련 노사대책국장은 “서울시의 경우 지난해 대비 택시 운송수익금이 30% 감소하면서 80만~145만원 줄어든 것으로 집계된다”고 말했다. 택시기사들이 마이너스 월급을 받는 경우도 생기고 있다. 올 초부터 적용한 전액관리제가 코로나19로 국토교통부와 지자체의 감독이 느슨해지면서 현장에서 아예 자취를 감췄기 때문이다. 연맹 관계자는 “전액관리제를 시행하던 곳 대부분이 경영이 어려워지자 사납금제로 회귀했다”며 “사납금을 채우지 못하면 자신의 돈으로 메워야 하기 때문에 차라리 권고사직을 받고 실업급여를 선택하는 기사들이 급증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법인택시 기사는 지난해 12월 10만2천320명에서 올해 6월 9만명으로 12% 감소했다.

소상공인은 지원받는데 알바노동자는 외면
여행업계·항공기취급업체도 고통 호소


정부는 연매출 4억원 이하이거나 영업제한 명령을 받은 소상공인 291만명을 대상으로 최대 200만원까지 2차 재난지원금을 지급한다. 헬스장이나 PC방, 스터디카페 등이 대상이다. 그러나 이곳에서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꾸리던 노동자를 위한 지원금은 없다. 알바노조는 “영업시간이 단축돼 매출이 줄어드는 소상공인에 지원이 필요한 것만큼 근무시간이 단축돼 월급이 줄어드는 저임금 알바노동자에게도 지원이 필요하다”며 “500만 알바노동자를 외면하지 마라”고 호소했다.

여행업계 대부분을 차지하는 5명 미만 소규모 여행사도 2차 재난지원금 범위에 포함시켜 달라는 요구가 높다. 정부 지원이 소상공인에 한정되다 보니 영세 법인여행업 사업자들은 지원받을 수 없다. 한국관광협회중앙회는 “여행업은 2월 이후 7개월째 매출이 0원인 상태로 어려운 시기를 참고 견디고 있다”며 “매출이 전혀 없는 상황에서도 법인을 유지하며 임대료와 직원 휴업수당, 4대 보험료, 퇴직적립금 같은 경비를 매달 지출하는데 이번 지원에서 제외한 것은 모순”이라고 밝혔다. 전체 2만여개 여행사 중 5명 미만인 사업장이 93%를 차지한다.

항공기취급업(지상조업사) 협력업체 노동자들도 “정부 지원이 없으면 당장 길거리로 나앉을 수 있다”며 재난지원금을 요구하고 있다. 연합노련은 “이스타항공에 이어 아시아나항공까지 인수 무산되면서 협력업체 노동자 구조조정도 확산하고 있다”며 “무급휴직으로 버티고 있는 항공기취급업 협력업체 노동자를 2차 재난지원금 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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