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설계사로 일하는 A씨는 화물차 운전을 하는 남편과 초등학교 2학년인 자녀와 함께 산다. 남편은 장거리 운전과 새벽 배송이 많아 일주일에 2~3일만 집에 들어온다. 올해 상반기 코로나19로 아이의 등교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A씨는 일을 거의 하지 못했다. 감염 우려로 보험상담을 원하는 고객을 만나기도 어려울 뿐 아니라, 아이를 돌봐 줄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6개월 가까이 일을 못하자 A씨 가구소득은 절반 가까이 줄었다. 결국 A씨는 9월부터는 온라인 수업을 듣는 아이를 홀로 집에 남겨 두고 보험회사 사무실로 출근을 하고 있다.

A씨뿐만 아니다. 코로나19는 여성노동자에 특히 가혹했다. 여성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대면 서비스·돌봄노동 일자리가 직격탄을 맞았다. 또 학교 같은 공적 돌봄서비스가 중단되면서 여성노동자가 가정에서 돌봄을 전담하는 구조가 더욱 공고해졌다.

한국여성노동자회는 16일 여성노동자 318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조사결과 8.2%가 코로나19로 실직을 경험했는데 20대와 50~60대, 비정규직, 서비스·판매업, 단순노무 종사자, 소규모 사업장에 특히 집중됐다.

코로나19로 직장 내 불이익을 경험했다는 여성노동자도 2명 중 1명꼴(53.6%)이다. 불이익한 처우는 업무강도(양) 증가가 12.8%, 무급휴업 강요 9.2%, 재택근무 불허(7.3%), 연차 강요(6%) 순이다. 업무량 증가의 경우 “외부인 방문을 꺼리는 고객으로 인해 여러 차례 반복적으로 방문하느라 업무가 증가했다”거나 “동료의 무급휴직으로 인해 휴가자 업무까지 도맡았다” “근무시간을 임의로 줄여 업무강도가 증가했다”는 응답이 주를 이뤘다. 또 25.2%는 “아파도 쉴 수 없어 일한다”고 응답했다. 정부가 권고한 방역수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것이다.

소득도 크게 감소했다. 코로나19 이후 가구소득이 감소했다는 응답은 48.4%(157명)를 차지했다. 이들의 경우 코로나19 이전 월 평균 302만원을 벌다가 209만원으로 줄어 93만원(30.8%)의 소득감소를 경험한 것으로 조사됐다. 가구소득이 코로나19로 3분의 1 가까이 준 셈이다.

반면 돌봄노동은 증가했다. 여성노동자 5명 중 3명이 돌봄노동 시간이 증가했다고 답했다. 6시간 이상 돌봄노동이 증가했다는 응답도 13.8%였다. 가정 내에서 돌봄노동 분담 비율을 물었더니 여성노동자 본인이 73.5%를 담당하고 배우자가 14%를, 기타(가족구성원·돌봄노동자 고용 )가 12.5%를 차지했다.

코로나19로 가중된 돌봄노동 해결 방법으로는 “아이(돌봄대상)를 집에 남겨 두고 출근한다”는 응답이 27.3%로 가장 많았다.<그래프 참조> 그 밖에는 재택근무(11.6%), 연차사용(7.9%), 휴직(5.4%), 아이와 함께 출근(4.5%), 사직(2.1%)이 차지했다. 가족돌봄휴가는 4.5%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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