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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누구에게도 당연한 불행은 없다

기사승인 2020.09.18  08: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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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경태 대구구민교회 목사(외국인 노동상담소장)

   
▲ 김경태 대구구민교회 목사(외국인 노동상담소장)

인구밀도가 세계 최고인 가난한 나라 방글라데시에는 세계 최대 규모의 난민 캠프가 있다. 누더기 조각과 대나무를 엮어 만든 천막집들이 빈 공간 하나 없이 빽빽이 들어차 있고 사이사이의 골목길에는 하수가 흐른다. 그곳에 100만명 이상의 사람이 산다. 그들은 감염병, 식수 오염, 식품 부족, 의약품과 보건시설 부족 등의 온갖 위험에 노출돼 있다.

이들은 미얀마의 소수민족인 로힝야족이다. 불교도가 대부분인 미얀마에서 이슬람계인 로힝야족은 종교적·민족적·역사적 갈등으로 끔찍한 차별과 박해를 받고 있다. 2017년 8월 라카인주 국경초소 습격 사건 이후 미얀마 정부는 이 사건을 빌미로 로힝야 민간인들에 대한 살인·강간·방화·고문 등의 학살을 자행했다. 이로 인해 로힝야족은 생존을 위해 미얀마를 탈출해 주변 여러 나라를 전전하고 있다. 유엔난민기구에 의하면 어디에도 정착하지 못해 보트피플이 된 난민만 8만명이 훨씬 넘는다고 한다. 그 가운데 일부가 방글라데시에 난민촌을 이루고 있다. 그리고 그 캠프에서 코로나19 환자가 발생했고 무섭게 확산하고 있다.

불행에 불행을 더하다

‘구민(救民)’ 즉, 백성을 구하는 것이 신의 뜻이며, 우리에게 맡겨진 사명이 아니면 무엇일까? 대가 없이 사람의 생명을 살리는 일이야말로 거룩한 신의 명령이며, 마땅히 사람이 걸어야 할 길이라 믿었다. 그 길을 ‘구민교회’라는 이름으로 지금까지 이 땅의 가난한 이와 함께하려 노력해 왔다. 그중에서 특히 노동자와 외국인노동자들의 권리를 위해 투쟁해 왔다. 그 과정에서 거리를 떠도는 이들을 위한 남녀 노숙인 쉼터가 마련됐고, 부모와 함께 지낼 수 없는 아이들을 위한 그룹홈이 생겨났다. 또한 외국인노동자들을 위한 노동상담소 등도 운영하고 있다. ‘구민’을 향한 길이 틀리지 않았음을 삶으로 체험하고 있다.

그리고 오래전부터 로힝야 난민 캠프에 관심을 가지고 여러 차례에 걸쳐 구호활동을 진행해 왔다. 난민들에게 가장 절실한 쌀과 음식들, 생필품들을 수차례 지원했다. 빈민들을 위한 무료급식 활동, 숙소 제공, 환자들을 위한 의료비 지원, 약국·병원 운영에도 참여했다. 아이들의 학습을 위해 공책 등 학용품, 축구공·배구공 등 체육용품을 나누었다. 축구공을 얻기 위해 몰려든 수백의 아이들…. 그들의 초점을 잃은 애절한 눈빛들….

나는 여전히 희망을 잃은 아이들의 눈동자를 마주하는 것이 가장 두려웠다. 저 아이들에게서 희망을 빼앗아 버린 세상, 탐욕에 눈이 어두워 스스로 악마가 돼 버린 어른들…. 저 아이들의 눈을 어떻게 바라볼 수 있을까.

그 아이들의 눈속에서, 나 자신의 어린 시절의 모습을 본다. 초등학교 6학년까지 유엔에서 나눠 주던 옥수수죽과 옥수수빵 한덩이…. 주린 배를 움켜쥐고 종일 그 빵 한 조각을 기다리며 거리를 배회하던 내 모습과 다르지 않다.

희망이 있을까

학살과 피난, 이제 돌아갈 수 없는 고향 땅과 삶의 터전, 가족과의 생이별, 낯설고 메마른 땅, 죽음과 같은 캠프의 삶. 캠프 밖으로 나갈 수도, 일을 할 수도, 교육을 받을 수도 없는…. 그곳에도 삶이 있을까.

전체 난민의 55%를 차지하는 아이들. 그들을 바라보며 무엇을 해야 할지, 어떻게 도와야 할지, 너무나 부족한 자원과 능력, 안타까움과 곤혹스러움, 막막함…. 그 무엇보다 힘든 것은 돈이 없고, 집이 없는 문제가 아니다. 미래가 없는 것이고 희망이 없는 것이다. 아이들이 꿈꿀 수 없는 것이다. 그 가운데 일거리를 찾아 헤매는 노동자가 있다. 아이들을 먹일 수 있다면 어떤 힘겨운 일이라도 기꺼이 하는 배고프고 슬픈 노동자들.

불행에 불행을 더한 그들과 아이들을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기껏 마스크 한 장이 전부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것은 무엇보다 노동자들과 아이들의 눈에 희망과 꿈을 찾게 하는 것이 아닐까.

난민 처지로 코로나19 전염병까지 죽음의 목전에서 오로지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치는 방글라데시 로힝야족에게 마스크를 보내기로 주변의 몇몇 분들과 뜻을 모았다. 함께하실 분들은 노동상담소(대구은행 050-08-025230-4 예금주:외노상담소)로 마음을 모아 주시면 난민촌의 희망을 밝히는 불씨가 될 것이다.

김경태 labortoday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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