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실시간으로 노동자들과 상황실에 노동자들의 위치 정보가 전송되는 송파구의 불법 주·정차 민원 실시간 관제시스템. <공무원노조>

서울 송파구의 불법 주·정차 민원 실시간 관제시스템이 주차관리 노동자들의 이동경로를 실시간으로 노출시켜 감시도구로 악용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4일 <매일노동뉴스> 취재에 따르면 송파구 소속 주차관리 노동자들인 시간선택제 임기제공무원들은 지난 4월부터 시스템을 통해 근무시간 중 실시간으로 위치가 추적되고 있다. 노동자들이 문제제기를 하고 나서야 송파구측은 개인정보 3자 제공 동의서를 작성하게 했다.

효율성·편리함 얻었지만,
노동자 위치정보 실시간 노출


논란이 되고 있는 불법 주·정차 민원 실시간 관제시스템은 지난해 4월 도입했다. 지역 내 모든 주차민원 현황을 지도 위에 시각화하고 현장요원을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방식이다. 시스템 도입 이전에는 민원이 들어오면 주차상황실에서 확인 후 현장요원을 배치했다.

지금 시스템을 사용하면서 건당 처리시간이 평균 1시간18분에서 1시간3분으로 20% 단축됐다. 시스템에는 길안내 기능이 있어 노동자들이 자신의 위치를 쉽게 파악하고 빠르게 민원처리를 할 수 있도록 했다. 경력이 짧아 송파구 지리에 익숙지 않은 노동자들에게 도움이 되고 있다. 시스템은 송파구의 수범사례로 선정됐고 강서구는 연내에 같은 시스템을 도입할 예정이다.

문제는 실시간으로 노동자들의 위치정보가 노출된다는 점이다. 당사자 동의 없이 노출되는 것은 물론 감시도구로 악용될 소지가 적지 않다. 임미영 공무원노조 서울본부 조직2국장은 “한 노동자가 관리자에게 불려가 왜 특정 장소에서 오래 머물렀냐는 질책을 듣는 일이 있었고, 관리자가 ‘너희를 계속 모니터링하고 있다’는 등의 말을 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노동자들이 노조를 통해 문제제기를 하자 송파구쪽에서 개인정보 3자 제공 동의서를 작성하게 하고, 이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은 시스템을 사용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지리에 익숙하지 않은 노동자들은 시스템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 임 국장은 “주차관리 노동자들은 2인1조로 근무하는데 한 사람이 지리에 밝아 시스템을 사용하지 않아도 나머지 한 사람이 익숙지 않아 시스템을 쓰게 되면 결국 두 명 모두 위치정보가 노출된다”며 “결국은 대부분 노동자들이 동의서를 작성해 시스템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구청 “관리자 접속 차단할 것”
임기제 공무원은 문제제기 어려워


해당 문제는 공무원노조와 송파구의 단체협상에서 다뤄지고 있다.

송파구는 시스템을 통해 노동자들을 감시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구청 관계자는 “위치추적 의도가 있는 시스템이 아니었고 상시적으로 감시할 만큼 한가하지도 않아 지속적 감시 가능성은 거의 없다”며 “노동자들이 그렇게 느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관리자들의 시스템 접속을 불가능하게 하는 방식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송파구측 계획대로 시행이 돼도 문제는 남는다. 관리자가 시스템에 접속하지 못하더라도 시스템 접근권한이 있는 관계자에게는 여전히 노동자 위치정보가 노출되기 때문이다.

송파구의 경우 공무원노조가 있어 단체협상에서 논의라도 할 수 있지만, 노조가 없는 곳은 문제제기도 쉽지 않다. 경쟁채용을 통해 뽑힌 뒤 1년이나 2년마다 한 번씩, 최대 5년까지 재계약하고 이후 다시 경쟁채용을 통해 신규채용으로 뽑히는 시간선택제 임기제공무원은 더욱 어렵다. 서울시 기초자치단체 주차관리 노동자들의 경우 시간선택제 임기제공무원이 많다.

임미영 국장은 “이 시스템이 다른 구로 퍼진다면 그곳의 주차관리 노동자들도 같은 문제를 겪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