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상규 변호사(법률사무소 시대)

부산·울산 지역에서 버스를 만드는 대표 향토 기업으로 자리 잡은 자일대우상용차 주식회사의 모태는 신진공업이다. 신진공업은 한국전쟁 당시 망가진 미군의 차량을 수리하는 일로 1955년부터 사업을 시작했다.

영안모자그룹(회장 백성학)이 2003년 대우자동차의 버스산업 부문을 인수해 설립한 대우버스 주식회사가 현재의 자일대우상용차 주식회사(대우버스)가 되기까지, 이 버스 회사는 65년간 쌓은 기술력으로 국내 버스산업의 한 축을 담당해 왔다. 그런 대우버스가 올해 6월까지 계약직 노동자 164명 전원을 계약해지했다. 그 뒤 세 차례 희망퇴직 신청을 받아 정규직 노동자 473명 중 55명이 희망퇴직했다. 이어 지난 4일자로 남은 정규직 노동자 중 356명을 정리해고했다. 총 637명의 노동자 중 90%에 해당하는 575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영안모자가 대우차 버스부문을 인수한 이후 18년간 1천600억원의 적자가 누적돼 경영이 어렵다면서 울산공장 폐쇄 수순을 밟겠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정리해고는 긴급한 경영상의 필요에 의해 기업에 종사하는 인원을 줄이기 위해 일정한 요건 아래 근로자를 해고하는 것으로서 기업의 유지·존속을 전제로 그 소속 근로자들 중 일부를 해고하는 것”이라고 정의한다(2001다27975호 판결 등). 정리해고는 회사의 경영상 필요에 따라 노동계약의 상대방인 노동자의 귀책사유 없이 일방적으로 이뤄진다. 따라서 일정 수의 노동자를 감원하지 않으면 안 될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성이 있을 것, 합리적이고 공정한 해고 기준을 정하고 그에 따라 대상자를 선정할 것, 해고를 피하기 위한 노력을 할 것 등의 요건을 갖춰야만 한다.

그런데 과연 대우버스에 노동자 총원의 90%를 정리해고해야 할 만큼의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가 있었는지부터 의문이다. 코로나19 국면으로 경제 전반이 어려움을 겪는 와중에도 대우버스의 올해 1분기 생산량은 전년 동기보다 오히려 12.5% 증가했다. 같은 기간 버스업계 평균 생산량이 30% 이상 감소한 것과 비교하면 눈에 띄는 실적이다. 1천600억원 적자라는 대우버스 주장과 달리 같은 기간 누적 당기순이익은 약 577억원 흑자에 달한다. 백성학 회장이 올해 3월30일 돌연 울산공장 폐쇄와 베트남공장 증설·이전을 선언하기 불과 한 달 전인 2월27일, 노사는 2019년도 임금협약에 따라 10명을 신규채용한 것과 마찬가지로 올해에도 추가로 10명을 신규채용하기로 합의했다. 정년 퇴직자의 경우 종전과 달리 미사용 연차 휴가를 수당으로 전환해 지급하기로 하는 임금인상 합의를 새로이 체결하기도 했다.

한편, 대법원은 “위장폐업이란 기업이 진실한 기업폐지 의사가 없이 노동조합을 와해시키기 위한 수단으로서 기업을 해산하고 조합원을 전원 해고한 다음 새로운 기업을 설립하는 등의 방법으로 기업의 실체가 존속하면서 조합원을 배제한 채 기업활동을 계속하는 경우”라고 정의한다(91누2762호 판결). 대우버스 경영진은 울산공장 폐쇄와 베트남공장으로의 이전을 선언하기 직전에 내부 문건에서 “적자의 원인은 노조 문제”라고 적시했다. 조합원 중 육아휴직자, 산재노동자처럼 법적으로 정리해고할 수 없는 사람과 필수 시설관리자가 아니면 모두 정리해고됐다. 해고자 356명 중 조합원이 355명이고, 비조합원은 1명에 불과하다. 대우버스는 조합원들이 제기한 통상임금 소송의 대법원 최종 판결 선고(10월15일)를 앞두고 경영이 어려워 정리해고를 할 수밖에 없다며 대법원을 보채 왔다. 회사가 근로기준법상 강행규정을 위반해 체불한 380억원의 임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는 판결이 2심까지 나온 상황이었다.

대우버스는 베트남으로의 이전 계획에 따라 기존 고객이 발주 물량을 취소한 뒤 베트남 법인과 재계약하도록 유도했다. 인천지법 부천지원은 지난 7월22일 노조와 합의 없이 추진하는 공장 이전·증설 움직임에 대해 “노사의 단체협약에 따라 베트남공장 이전과 같은 경영상 결단에 관해서는 조합과 사전에 합의해 진행해야 할 의무가 있음에도 일방적인 공장이전 절차를 진행하고 있으므로 이와 관련된 행위를 금지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2020카합10193호 결정).

대우버스가 진실한 기업폐지 의사가 없이 기업을 해산하고 조합원 전원을 해고한 다음 베트남에서 새로운 기업활동을 계속 이어가고자 하는 것은 정리해고 법리가 아닌 위장폐업 법리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 정리해고의 요건은 갖추지 못했고 위장폐업으로서 부당한 해고에 해당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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