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플랫폼 노동 대안 마련을 위한 사회적 대화 포럼

배달서비스업 플랫폼 노동자와 사용자가 처음으로 플랫폼 노동자 권익 보장에 관한 협약을 체결했다. 사회적 대화를 통해서다. 노동법 사각지대에 있는 플랫폼 노동자의 노조할 권리를 보장하고, 알고리즘을 통한 업무 배분을 투명하고 공정하게 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협약서에 서명한 플랫폼 노사는 상설협의기구를 두고 지속적인 실천도 약속했다. 배달 플랫폼의 새로운 노동협약 틀이 전체 디지털산업으로 확산할지 주목된다.

플랫폼 노사, 사회적 대화로
노동자 권익 최초 명문화


‘플랫폼 노동 대안 마련을 위한 사회적 대화 포럼’은 6일 오전 서울 명동 커뮤니티하우스 마실에서 협약식을 열고 지난 6개월 동안 논의한 합의문을 발표했다. 정부 중재 없이 플랫폼산업의 민간 노사가 주도한 최초의 사회적 협약이다.

협약은 6개 장, 33개 조항으로 만들어졌다. △공정한 계약 △작업조건과 보상 △안전과 보건 △정보보호와 소통 등에 관한 배달노동자의 권익보호 방안을 구체적으로 담았다. 이들은 산재보험과 고용보험, 배달노동자의 사회안전망 체계 마련과 직업훈련, 고용서비스 구축, 배달서비스업 관련 법률 제정을 정부와 국회에 요구하는 건의문도 채택했다.

협약식에는 포럼을 이끌어온 이병훈 위원장(중앙대 교수)을 비롯한 공익 전문가와 노측의 강규혁 서비스연맹 위원장, 박정훈 라이더유니온 위원장,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 김범준 우아한형제들 대표 등이 자리했다. 축사를 위해 참석한 임서정 고용노동부 차관은 “새로운 사회적 대화의 가능성을 보여준 의미 있는 시도”라며 “포럼이 제안한 정책과제를 적극 검토해 전 국민 고용보험과 산재보험으로 이어지도록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 위원장은 “역사의 징표가 될 협약”이라며 “이번 협약이 다른 플랫폼 분야에도 확산하고, 국회에서 법과 제도로 안착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격려했다.

노동자 안전대책 강구,
속도경쟁 방지 의무화까지


이번 협약은 노동법을 온전히 적용받지 못하는 노동자와 사용자가 머리를 맞대 새로운 질서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 있다. 협약의 목적과 적용 대상을 규정한 총칙에서 기업은 노조할 권리를 보장하고 단체교섭 주체로 노조를 존중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기업과 노동자가 대등한 위치에서 공정하고 명료한 계약을 체결하고, 노동자가 자율적으로 노동시간과 업무를 정할 수 있도록 보장키로 했다. 또 기업은 보수정산 시기에 보수에 대한 정보를 알 수 있도록 세부 명세를 제시하고, 업무 배분도 합리적이고 공정하게 하도록 했다. 그동안 플랫폼 기업들은 배달 업무 배분을 알고리즘에 맡기고 보수에 대한 세부 정보도 제시하지 않아 불공정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배달노동자에게 모든 위험을 전가했던 배달 환경도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기업들은 심야 배달이나 혹한·강풍·무더위 같은 악천후와 감염병 위기 시 안전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위험한 속도경쟁을 유발하는 정책도 피하기로 합의했다. 노동자가 배달하다가 인격적 모독이나 폭언을 당하지 않도록 기업에 보호 의무를 부과했다. 소통창구 마련을 의무화 조항도 담겼다. 포럼은 기업이 업무수행 과정에서 겪는 노동자의 고충을 처리하고, 플랫폼이 제시하는 업무 가이드라인에 대해 노동자 의견을 피력할 수 있는 창구를 운영하도록 협약에 명시했다.

포럼 상설협의기구로 전환

문제는 실천이다. 배달 플랫폼 노사는 포럼을 상설협의기구로 전환해 이번 협약을 유지·발전시키기로 합의했다. 상설협의기구에서는 배달료 기준 및 체계 개선방안, 공정한 업무 배분을 위한 정책·기술, 배달 서비스 직업훈련 인프라 구축 등도 논의할 예정이다.

구교현 라이더유니온 기획팀장은 “이번 협약은 플랫폼 노사가 앞으로 논의할 공식적인 의제를 정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김범준 우아한형제들 대표는 “민간에서 처음으로 노사가 자발적인 협약을 마련했다는 점이 뜻 깊다”며 “한 기업이 단독으로 해결할 수 없는 현장의 목소리가 실효성 있는 정책에 반영돼 노동자분들의 안전과 권익에 보탬이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강규혁 위원장도 “한국에서 최초로 노사가 자율적으로 맺은 협약이라는 것에 큰 의미가 있다”며 “끊임없는 사회적 대화를 통해 노사가 상생하는 첫 발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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