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희망연대노조 KT서비스지부가 21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서울서부지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동부가 1년8개월째 KT의 불법파견 사건에 대해 결론을 내리고 있지 않고 있다”며 시정명령을 촉구했다. <정소희 기자>

KT와 자회사인 케이티서비스 북부의 불법파견 의혹에 대한 고용노동부 조사가 지연되고 있어 노동자들이 반발하고 있다.

희망연대노조 KT서비스지부는 21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서울서부지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동부가 1년8개월째 케이티의 불법파견 사건에 대해 결론을 내리고 있지 않고 있다”며 불법파견 시정명령을 촉구했다.

“KT 직원이 직접 업무지시, 연차도 관리”

KT서비스 북부·남부는 2007년 설립된 KT그룹의 자회사다. 수도권은 북부가, 수도권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은 남부가 맡는다. KT의 인터넷·TV를 설치·수리하는 업무를 하고 있다.

KT서비스 북부 소속 설치·수리 노동자 18명은 지난해 2월 KT와 KT서비스 북부가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을 위반했다며 서울서부지청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들이 제출한 진정서에는 불법파견 정황이 담긴 70여개 자료가 포함돼 있다. 자료에 따르면 서울 모 지역의 영업을 담당하는 한 KT직원은 KT서비스 북부 소속 직원에게 상품명과 주소를 메시지로 전달하고 당일 설치를 지시했다. 단체 채팅방에서 영업실적을 공개하며 수시로 실적압박을 가하기도 했다. KT 직원이 이메일을 통해 KT 업무 매뉴얼과 고객 응대 매뉴얼을 안내한 내용도 자료에 포함됐다.

KT서비스 노동자는 매달 기본급과 급식비·통신비로 구성된 임금을 받는다. 5년차 직원 A씨가 공개한 기본급은 185만원으로 올해 최저임금을 약간 웃돈다. 생계를 유지하려면 주 6일, 7일 근무를 해야 한다.

최낙규 KT서비스지부 부지부장은 “사측은 낮은 임금을 실적급으로 채우라는 입장인데 본사 직원이 연차를 묻고 휴일 근무를 강제한 적도 있었다”며 “입사 당시에 KT서비스 남부 사장도 KT에서 지시가 내려오면 지시를 따르라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노동자들의 진정을 대리한 박사영 공인노무사(노무사 사무소 하율)는 “자회사 불법파견에 대한 사건은 대법원 판례와 같은 선례가 없지만 파견법과 증거들을 고려할 때 불법파견으로 판정할 여지가 충분해 이들은 직접고용돼야한다”고 지적했다.

KT 관계자는 불법파견 의혹에 대해 “조사 중인 상황이라 입장을 밝히기 어렵다”고 말했다.

“노동부 결정 지연에 진정인들 퇴사”

지부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서울서부지청장에 항의서한을 전달했다. 진정을 넣은 지 1년8개월이 지났지만 담당 근로감독관이 “검찰 지휘를 받겠다”고 답변했기 때문이다.

박 노무사는 “노동부는 혐의가 없다면 차라리 불법파견이 아니라는 판정이라도 내려달라”며 “노동부가 결정을 무한정 연기하면서 노조 조직력은 약화하고 진정인들이 나쁜 처우를 견디지 못하고 퇴사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문종찬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소장은 “1년8개월간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는 이유로 결론을 미뤄온 것은 노동부가 그 자체로 직무유기를 한 것”이라며 “더 이상 미루지 말고 법률을 집행하라”고 요구했다.

서울서부지청측은 “불법파견이 어려운 문제라 자료 검토에 시간이 걸려 진정인에게 죄송한 마음”이라며 “10월 중으로 검찰의 지휘를 받아 최대한 빨리 처리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