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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대한통운 대표 사과한 날] 밝혀진 또 다른 죽음, 이번엔 간선차 노동자

기사승인 2020.10.23  07:3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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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망 전날 밤샘 일하고 5시간 뒤 출근 … 노동계 “택배업계 전반 개선해야”

   
▲ 박근희 CJ대한통운 대표이사가 22일 오후 서울 중구 태평로빌딩에서 택배노동자 사망 사건에 사과하며 고개숙이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최근 잇따라 발생한 택배노동자의 과로사 추정 죽음에 박근희 CJ대한통운 대표이사가 사과한 22일 또 한 명의 택배업계 노동자가 일하다 숨진 사실이 확인됐다.

이날 택배노동자 과로사대책위원회에 따르면 CJ대한통운 간선차 노동자 A(39)씨가 지난 20일 저녁 11시50분께 휴게실에서 갑자기 쓰러졌다. 이후 병원에 후송됐지만 다음날 새벽 숨을 거뒀다. 대책위가 유족을 통해 확인한 결과 고인이 12일 오후 4시에 출근했지만 15일 오후 2시까지 나흘간 집에도 들어오지 못하고 일했다. 그는 18일 오후 2시께 출근해 19일 정오까지 근무했고, 같은날 오후 5시 다시 출근해 근무하다 결국 쓰러졌다.

올해 과로사로 추정되는 죽음을 맞은 택배업계 종사자는 A씨를 포함해 모두 12명이다. CJ대한통운은 22일 오후 서울 중구 태평로빌딩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분류지원 인력 4천명 투입 △택배노동자 산재보험 가입 100% 유도 등을 포함한 대책을 발표했다. 그렇지만 지금은 정부가 택배업계 전반을 점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과로사의 그림자가 물건을 고객에게 배송해 주는 택배기사뿐 아니라 간선차 노동자와 쿠팡 물류센터에서 일하는 일용직 노동자에게도 드리우고 있어서다.

“10시간 근무 후 또 근무”

<매일노동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A씨는 자신 소유 차량을 갖고 있지 않은 간선차 노동자로 화물차 기사(개별 지입차주)가 고용한 알바로 일했다. A씨는 주로 컨테이너박스 접안·이안 업무를 했다. 곤지암허브터미널 안 하차지에서 소위 ‘까대기’라 불리는 하차 업무가 완료돼 비어 있는 컨테이너박스를 터미널 내 상차지로 옮기고, 상차지에서 물건 상차를 완료한 컨테이너박스를 밖으로 빼는 업무다. 다시 말해 허브터미널 내 상·하차 업무가 유연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돕는 업무다.

동일한 업무를 수행한 적이 있는 화물차주 김선명(가명)씨는 “코로나19로 물량이 많이 늘어났다”며 “(접·이안 업무에 관해) 담배 하나 필 새가 없다”고 말했다. 김씨에 따르면 접·이안 업무는 주간·야간조로 나눠 운영된다. 주간은 오전 8시부터 오후 6~7시까지, 야간은 오후 6~7시부터 오전 8시까지다. 곤지암허브터미널에만 20여명의 접·이안 기사가 일한다고 한다. 고인은 통상 10시간가량 근무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근무시간은 물량에 따라 유동적이다.

고인이 며칠 동안 집에 돌아가지 못한 이유는 접·이안 업무뿐 아니라 허브터미널에서 컨테이너박스를 싣고 서브터미널로 옮겨 주는 간선차 업무를 동시에 수행했기 때문이다. 현장노동자들 증언에 따르면 고인은 화물운송중개업체인 ㅇ사와 ㄱ사에서 그날그날 간선 업무를 받아 수행했다. 허브터미널에서 서브터미널까지 이동해 물건을 내려 주고 다시 허브터미널로 올라오는 시간은 최소 3~5시간이 소요됐을 것으로 예상된다. 많게는 하루 15시간 이상 노동을 했다는 의미다.

“다단계 하청구조 가장 아래 노동자가 쓰러졌다”

고인은 노동시간 대비 수익이 많지 않았을 것이라고 추정된다. ‘화주-CJ대한통운-간선사(도급업체)-개별(지입)차주-개별차주가 고용한 알바’라는 다단계구조 속 가장 아래 위치해 있기 때문이다. 김선명씨는 “개별 지입차주가 접·이안 업무를 수행하면 620만원 정도를 받는다”며 “고용된 기사는 350만원가량 받고, 추가 간선 업무를 뛰면 5만원씩 더 받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간선 업무 한 건당 개별 지입차주가 도급업체에서 받는 금액은 16만~17만원 수준이다. 다만 차량 유지비용 등은 개별 지입차주가 낸다. 제대로 계약서를 작성했을 리 없다는 게 현장 노동자들의 말이다.

4년차 화물차 기사인 이지혁(가명)씨는 “대부분 화물차 기사는 CJ대한통운이든 간선사든 따로 서면 계약을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며 “CJ대한통운과 같은 물류회사가 접·이안 차량이 필요하다고 하면 간선사가 이를 구하고 화물차주가 자기 번호판을 등록하면 일을 시작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인이 근로계약서를 작성했을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박연수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 정책국장은 “실제로 꽤 많이 존재하는 노동 형태”라며 “화물차 값이 비싸다 보니 대부분 화물노동자가 할부금을 갚기 위해 일하고, 본인이 일하는 것만으로 화물차 비용을 갚기 어려워 알바를 고용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물류업계 전반을 점검하고 물류비 절감을 위해 만들어진 관행이나 편법을 개선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열악한 노동자들에게 비용을 전가하는 문제가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현재 화물차 안전운임제가 시행되고 있지만 수출입 컨테이너박스와 시멘트에만 적용된다. 내수용 컨테이너박스는 적용되지 않는다.

강동헌 화물연대본부 전략조직부장은 “현장에서 집배송하는 노동자들을 포함해 간선차 기사까지 과로사 문제가 번지고 있다”며 “엄청나게 빠른 방식으로 배송하는 것이 과로 노동을 조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CJ대한통운 관계자는 “고인은 도급사가 계약한 임시용차 기사가 고용한 알바로 파악된다”며 “평소 심장비대증을 앓고 있어 근거리 배차를 잡아 줬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강예슬 yeah@labortoday.co.kr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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