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일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회관에서 열린 삼성전자 단체교섭 상견례 자리에서 김만재 금속노련 위원장(대표교섭위원)이 발언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삼성전자 노사가 상견례를 가지고 단체협약 체결을 위한 단체교섭에 돌입했다. 지난 9월 삼성전자 내 4개 노조가 공동교섭단을 구성한 뒤 처음 노사가 마주한 자리다. 무노조 경영을 고수해 왔던 삼성전자 노사관계에 변곡점이 될지 주목된다.

교섭위원 활동시간 보장 등 기본합의 체결

삼성전자노조 공동교섭단(삼성전자사무직노조·삼성전자구미지부노조·삼성전자노조·전국삼성전자노조)은 3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한국노총 대회의실에서 사측과 상견례와 1차 본교섭을 진행했다. 공동교섭단측 교섭위원으로 김만재 금속노련 위원장과 진윤석 전국삼성전자노조 위원장을 비롯해 11명이 참석했다. 사측 교섭위원으로는 나기홍 삼성전자 경영지원실 인사팀장(부사장)과 최완우 DS부문 인사담당 전무 등 11명이 자리했다.

김만재 위원장은 “삼성전자의 괄목할 만한 성장에는 노동자들의 눈물과 헌신이 있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며 “초일류 100년 기업의 첫 걸음은 노동자와 노조를 존중하는 것이고, 상견례 자리가 역사적 현장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기홍 부사장은 “삼성의 새로운 노사관계를 만들어 나가는 의미 있는 시간”이라며 “노사 모두가 상호 이해하고 상생과 협력적인 노사관계 모델을 만들어 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노사는 이날 상견례에서 교섭위원 활동시간 보장과 임시사무실 제공 등 내용이 담긴 합의서에 서명했다. 정기교섭은 월 4회로 진행하고 필요시 실무교섭을 개최하기로 했다. 차기 교섭은 이달 17일 한국노총에서 열린다.

노사는 앞서 교섭위원 구성과 교섭 일시·장소·방식 등을 두고 두 차례 실무협의를 진행했다.

공동교섭단은 금속노련 산하 전국삼성전자노조(4노조)와 상급단체가 없는 삼성전자사무직노조(1노조)·삼성전자구미지부노조(2노조)·삼성전자노조(3노조)로 구성돼 있다. 규모가 큰 전국삼성전자노조에서 7명, 나머지 노조에서 1명씩 총 10명이 참여하고 있다.

1노조·3노조는 공동교섭단 구성 이전에 사측과 개별교섭을 진행했지만 단협 체결에는 이르지 못했다. 1노조는 교섭 시작 단계에서 공동교섭단에 참여했다. 3노조의 경우 교섭과정에서 사측이 노조 활동을 제약하는 안을 제시해 논란이 됐다.

단협 마무리한 뒤 임금협상
삼성디스플레이 단체교섭은 난항


이번 교섭은 단체협약 체결에 집중돼 있다. 공동교섭단은 교섭을 통해 단협을 체결한 뒤 임금협상을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삼성전자는 이미 지난 3월 노사협의회를 통해 지난해 대비 임금을 2.5% 인상했다.

금속노련 관계자는 “2020년 임금과 관련해서는 단협이 마무리된 뒤 논의를 통해 요구안을 낼지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며 “노사협의회에서 이미 임금협상 타결을 했다고 해서 (공동교섭단이) 인정하고 넘어가는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진윤석 전국삼성전자노조 위원장은 “노동자의 건강권 확보와 고과제도 선진화 등을 중점으로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조는 지난해 11월 출범 당시 최우선 과제로 ‘급여와 PS(경영성과급) 산정의 공정한 지급’을 지목했다. 최근 삼성전자 광주사업장에선 산업재해 은폐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단체협약 체결까지는 난항이 예상된다. 같은 연맹 산하 삼성디스플레이의 경우 지난 5월 상견례를 시작한 뒤 지난주까지 6차 본교섭을 진행했지만 노사가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디스플레이노조에 따르면 회사는 단협에 ‘취업규칙에 따른다’ ‘인사규정에 따른다’식의 문구로 대체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 노사는 이번주부터 단협 관련 실무협의를 진행한다. 노조는 내년 3월 새 연봉계약이 이뤄지는 시점 이전에 임금협약 요구안을 제시해 협상을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삼성전자디스플레이 사측은 외부 노무법인 소속 공인노무사에 교섭을 위임하고, 상견례 장소를 충남 아산 탕정행복복지센터(면사무소)로 지정해 ‘불성실 교섭’ 논란을 자초한 바 있다. 이후 노조가 중앙노동위원회에 조정신청을 해 지난 7월 조정회의에서 임시 전임자와 사무실을 제공받기로 합의한 뒤 교섭을 진행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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