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는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CJ대한통운은 분류작업 인력투입 비용을 전부 부담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소희 기자>

택배노동자 과로사의 주된 원인으로 지목된 분류작업에 대해 CJ대한통운이 인력투입을 약속했지만, 현장에서는 투입 비용이 노동자에게 전가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는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CJ대한통운이 분류작업 인력투입의 책임과 비용을 택배노동자에게 전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대리점주 부담분 전부 노동자에게 전가하기도”

대책위가 제보받은 내용에 따르면 경기도 A대리점주는 택배기사에게 인력투입비용 부담률을 ‘본사(50%)·대리점(30%)·택배기사(20%)’로 고지했다. B대리점주는 ‘본사(50%)·택배기사(50%)’로 기사에게 일방적 부담을 강요했다.

대책위는 “CJ대한통운이 지난주에 지역별 대리점 소장들과 논의하며 ‘본사는 인력투입 비용의 50% 수준만 부담하겠다’고 통보했다”며 “사실상 나머지 비용을 대리점과 택배노동자에게 전가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CJ대한통운 사측 관계자는 이날 “분류지원 인력 비용은 집배점과 절반씩 부담하는 것을 전제로 해, 집배점의 규모와 수익에 따라 다양한 비율로 부담하는 것에 대해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며 “집배점에서 택배기사에게 비용을 부담시키지 않도록 하겠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과로사 대책위는 사측의 이 같은 태도가 대리점과 노동자 간 갈등을 부추기는 꼴이라고 지적한다.

유성욱 택배연대노조 CJ대한통운본부장은 “원청은 (사측과 대리점 비용 분담 비율이) 50대 50이라고 주장하지만 실질적으로 인력고용 방안을 포함한 모든 책임과 운영을 대리점에 떠넘기고 있다”며 “대리점은 당연히 기사에게 (분류인력 투입 비용을) 전가하려는 것이 택배현장의 관행”이라고 지적했다.

김인봉 전국택배노조 사무처장도 “대리점주가 갑의 위치에 있어 기사들이 자유롭지 못한 것”이라며 “다른 이들을 짜 낼수록 수입이 늘어나는 구조이다 보니 대리점주가 비용을 기사에게 전가하는 형태가 된다”고 꼬집었다. 대책위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노조 조합원이 없는 지역이나 소규모 터미널의 경우, 택배기사가 더 많은 비용을 부담하도록 요구받는다. 지난 9월에도 대책위는 “택배사가 추석 기간 분류인력을 노조 조합원이 있는 곳에만 투입했다”고 주장했는데, 비슷한 논란이 반복되고 있는 셈이다.

롯데·한진은 100% 원청부담인데
“CJ대한통운도 전부 책임져야”


대책위에 따르면 CJ대한통운은 지원인력 1명당 필요한 임금을 월 100만원으로 보고 1명당 50만원의 비용을 부담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는 실제 비용보다 다소 낮게 책정된 것으로, CJ대한통운의 실질 부담률은 50%에도 못 미친다는 지적이다. 최저임금을 기준으로 하루 5시간·주 6일 근무할 경우 주휴수당을 포함한 주급은 31만원에 가까워, 월급으로 환산하면 130만원 수준이다. 사측이 밝힌 대로 분류인력 고용비용의 50%를 부담하려면 1명당 월 65만원 수준의 금액이 필요하다.

롯데글로벌로지스와 한진택배는 지난달 “분류지원인력 1천명을 투입하고 사측이 비용을 부담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대책위는 CJ대한통운도 약속한 규모의 분류인력을 모두 투입하고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최소한 노조·정부·시민단체와 사회적 논의기구를 구성해 관련 내용을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대책위는 11월부터 본격화할 것으로 보이는 택배사 분류인력 투입이 제대로 되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분류작업 인력투입 약속 이행점검단’을 꾸려 터미널을 순회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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