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은주 정의당 의원이 23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민간위탁 정상화법 발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이은주 정의당 의원이 공공부문 민간위탁 오남용을 방지하기 위한 ‘행정사무의 민간위탁에 관한 법률안’ 제정안을 발의했다. 지난 6월 정부가 같은 취지의 법안을 발의했지만 민간위탁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패·비리·산업재해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부족함이 많다는 판단에서다.

이은주 의원은 23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제출한 ‘행정사무의 민간위탁에 관한 법률안’ 제정안은 기존보다 진일보한 면이 있지만 노동조건 보호를 비롯한 사항이 미비해 보완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해당 법안 소관위원회인 행정안전위원회 의원들에게 전향적인 심사를 당부했다. 노동계는 “그동안 공공부문 민간위탁 과정에서 부정·부패 문제가 심각함에도 이를 감시·감독하거나 해결할 법도 없었다”며 “법안이 제정되면 문제 해결의 물꼬가 트일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이은주 의원과 민주노총·민변이 주최했다.

“민간위탁 업무 중 87%가 지자체
적용 대상서 지자체 빠진 정부안은 빈 그릇”


이은주 의원안은 지난 17일 발의됐다. “민간위탁 오남용을 방지하고 공공사무의 공공성과 책임성을 보장하며 민간위탁의 운영·관리에 관한 사항을 체계적으로 정립하겠다”는 목적이다.

제정안에는 5년이 지난 민간위탁 사무에 대해 민간위탁운영위원회의 타당성 검사를 거쳐 위탁 지속 여부를 판단하도록 한 조항이 있다. 민간위탁 사무를 공공부문이 직접수행하는 방식으로 전환하는 길을 연 것이다. 수탁기관이 바뀌더라도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상시업무 노동자들의 고용을 승계해야 한다는 조항도 들어갔다.

위탁노동자를 보호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장치도 마련했다. 위·수탁기관, 노동자 간 3자 동수의 민간위탁근로자보호협의회를 구성해 노동자들의 노동조건과 작업환경 산업안전보건에 대한 사항을 협의하게 했다. 수탁기관이 노무비를 지급받은 날부터 2일 이내에 노무비 전용계좌에서 이체하는 방식으로 노동자에 노무비를 지급해야 한다는 조항을 넣었다. 재하도급도 금지했다. 적용 대상에는 중앙행정기관뿐 아니라 지자체와 국회·법원·헌법재판소·중앙선거관리위원회까지 포함했다.

노동계는 이은주 의원안이 정부가 지난 6월 발의한 법안보다 진전됐다고 평가했다. 정부가 지난 6월 발의한 ‘행정사무의 민간위탁에 관한 법률안’은 적용 대상을 중앙행정기관과 그 소속기관으로 한정했다. 지자체는 포함되지 않았다. 정부 안엔 민간위탁 업무의 재직영화를 촉진하거나 재하도급을 금지하는 내용 등도 언급되지 않았다. 노동계는 “민간위탁의 폐해를 막기엔 부족함이 많은 법”이라고 지적했다.

민간위탁 노동자들 “임금삭감에 고용불안”

이은주 의원은 “공공부문이 민간에 위탁한 행정사무 1만99개 중 87.3%인 8천807개가 지자체 사무”라며 “지자체를 배제한 현재 정부 법안은 빈 그릇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이어 “외환위기와 공공기관 선진화 정책 이후 많은 공공사무가 민간으로 위탁됐지만 위탁사무의 94.3%가 상시·지속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며 “환경·보건·보육 등 필수업무에 종사하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다루고, 위탁 비용이 직영 비용을 초과하는 사업이라면 재직영화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주장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민간위탁 노동자들이 이은주 의원 제정안 국회 입법을 촉구했다. 석소연 공공운수노조 정부민원안내콜센터분회장은 “정부민원안내콜은 공공기관인 국민권익위원회가 운영하는 콜센터지만 실제로는 민간에 맡겨져 콜센터 상담사들이 안정적인 소속감을 느끼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매년 국민권익위와 재계약을 하는 수탁사는 원청인 국민권익위에 성과를 보여줘야 하기 때문에 상담콜수로 상담사들의 성과를 반영하고, 그래서 상담사들은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상담업무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봉현 민주연합노조 안양지부 부지부장은 “직접고용돼 있던 환경미화원들은 외환위기 이후 민간위탁으로 내몰려 인원감축·임금삭감에 시달렸다”며 “계약기간이 갱신될 때마다 언제 해고될지 모르는 불안에 떨어야 했고, 해고되지 않는다고 해도 매번 바뀌는 작업 환경에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인다”고 호소했다. 그는 이어 “업체사장들은 돈밖에 몰라 인건비를 횡령하고 차량 연식을 속여 가며 감가상각비를 받아먹고, 기름값을 속여 유류비를 타먹는 등 불법 비리가 판을 쳤다”며 “위탁 환경미화원은 청소차량에서 떨어져 죽고, 덮개에 깔려 죽고, 차에 치여 죽고, 폐병으로 죽어 나갔다”고 하소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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