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7월3일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간호사 1인당 환자수를 제한하라는 내용의 피켓시위를 하고 있는 김은정 강원대병원 간호사. 현장 간호사들은 1인당 환자수 법제화를 주장해 왔다. <행동하는 간호사회>

간호사들의 높은 이직률을 낮출 방법으로 유연근무제가 거론되면서 보건의료계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유연근무제는 업무량이나 일의 성격 등에 따라 업무시간을 탄력적으로 배분하는 제도다. 대한간호협회와 대한병원협회 등은 임신·출산·육아에 따른 간호사 경력단절을 막을 수 있기 때문에 유연근무제가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반면에 현장 간호사들로 구성된 의료연대본부와 행동하는 간호사회 등 관련 단체는 23일 입장문을 내고 “유연근무제가 저임금 간호사를 양산하고 간호사를 소모품화 한다”고 비판했다.

“퇴사 원인은 출산·육아 때문,
시간선택제로 장기근속 촉진”


간호사의 이직률을 낮출 방법으로 유연근무제가 이야기되는 이유는 이직률의 원인을 ‘일·가정 양립의 어려움’으로 보기 때문이다. 지난 16일 국회 도서관에서 열린 ‘일·가정 양립을 위한 다양한 간호사 근무 형태 도입을 위한 토론회’에서 발표된 병원간호사회의 2019년 병원간호인력 배치현황 실태조사에 따르면 간호사의 평균 이직률은 15.4%다. 현장을 떠나는 원인으로 “일·가정 양립의 어려움”이라는 답변이 42.5%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김진현 서울대 간호대 교수는 토론회에서 병원의 환자군과 중증도, 근무부서 업무 특성에 따라 간호사가 직접 근무시간과 업무형태를 선택하는 시범사업 도입을 제안했다. 의료기관 중 간호관리료 차등제 신고기관인 100~900병상 미만 364개 기관을 대상으로 하되 공공병원부터 실시하는 안이다. 경력 간호사 이탈을 방지하고 유휴 간호사 복귀를 유도할 수 있는 근무환경을 조성하자는 의도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시간선택제 근무는 정규직 근무 형태여야 한다”며 “간호사가 개인 사정을 반영해 근무형태를 선택할 수 있게 되면 경력 간호사의 장기근속 촉진과 함께 의료서비스 수준도 높아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문제는 낮은 보수와 과중한 업무,
간호사 1인당 환자수 법제화해야”


하지만 현장에서는 간호사 유연근무제는 본질적 대책이 아니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간호사 처우가 다 같이 낮아질 수 있다는 이유다. 10년 경력의 대구지역 간호사는 “유연근무제가 도입되면 더 싼 인력을 투입하고, 필요가 없어지면 그만두게 할 것”이라며 “현장과 논의했다면 이런 말이 나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복준 보건의료노조 정책국장도 “외래진료와 같이 업무강도가 높고 유휴인력이 많은 곳에서는 유인책으로 쓸 수는 있겠으나 1순위 대책은 아니다”고 밝혔다.

노동계는 인력 확충을 근본 해결책으로 제시한다. 인력 부족으로 인한 노동강도 상승이 높은 이직률의 원인이라는 것이다. 보건복지부와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우리나라 간호사의 1인당 환자수는 16.3명이다. 유럽 12개국과 미국 평균인 8.8명의 2배에 이른다.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는 “1인당 환자수가 바뀌지 않은 상태에서 근무형태만 달라진다고 간호사들이 열악한 노동환경에서 일하는 문제가 바뀌지는 않는다”며 “1인당 담당 환자수 법제화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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