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용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실과 연합노련 주최로 2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산업현장 과중량물 해소를 통한 산재 저감 국회 토론회에서 이용선 의원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벽돌 묶음 등 40킬로그램 정도의 중량물을 직접 들어보고 있다. <정기훈 기자>

건설 일용직 노동자가 현장에서 처음 맡는 일은 대개 시멘트 포대를 나르는 일이다. 특별한 기술 없이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일은 생각만큼 쉽지 않다. 시멘트 포대 하나의 무게는 40킬로그램이다. 1시간만 40킬로 시멘트 포대를 들고 나르면 건장한 남성이라도 팔과 다리가 후들거릴 지경에 이른다. 도대체 건설현장 시멘트 포대는 왜 이렇게 무거울까. 시멘트 포대처럼 무거운 건설자재는 줄지 않는 건설업 산업재해와는 어떤 관련이 있을까.

23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산업현장 과중량물 해소를 통한 산재 저감 국회 토론회’는 이런 의문에서 출발한다. 토론회를 주최한 이용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역구(서울 양천을)에서 만난 건설 일용직이던 주민이 던진 ‘현장에서 시멘트가 너무 무거워서 죽겠어요’라는 말 한마디에 토론회를 열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 의원은 “건설노동자는 40킬로그램 시멘트를 어깨에 짊어 메고 계단을 하루에 수십 번 오르내려야 하는데 40킬로그램 시멘트는 너무도 후진적인 노동관행”이라고 지적했다.

2013년 시멘트 포장시 40킬로 질량 기준 삭제했지만…

왜 건설현장에서 쓰는 시멘트 포대는 40킬로 단위로 포장될까. 정부가 정량 단위로 취급할 품목에 시멘트를 포함시키고, 40킬로 단위를 의무화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규정은 2013년 사라졌다. 정연수 연합노련 위원장(대한산업안전협회노조 위원장)은 “산업자원부 기술표준원에서 2013년 11월27일 산업표준심의회의를 열어 이날을 기해 기존 포틀랜드 시멘트(건설현장에서 주로 사용하는 시멘트) 포장시 실제 질량 40킬로그램으로 한다는 규정 중 ‘40킬로그램’을 삭제하고 실제 질량으로 하기로 조정했다”며 “40킬로 의무화 규정이 삭제됐지만 현장에서는 관행적으로 40킬로 시멘트를 사용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시멘트뿐만 아니다. 벽돌·철골·철근·비계·거푸집 같은 각종 건설자재가 과중한 무게로 위험하고 위태로운 노동을 유발하고 있다.

‘신체에 과도한 부담 작업’ 9년 전보다 2천600% 이상 증가

국제노동기구(ILO)는 인력으로 들수 있는 중량물의 최대 무게를 25킬로 미만(여자는 15킬로)으로 제한한다. 우리나라는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안전보건규칙)에서 “노동자가 인력으로 들어 올리는 작업을 하는 경우에 과도한 무게로 인해 목·허리 등 근골격계에 무리한 부담을 주지 않도록 최대한 노력해야 한다”고만 명시하고 있을 뿐이다.

건설현장의 과중량 작업은 55세 이상 노동자의 높은 산재율과도 관련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고재철 안전보건공단 산업안전보건연구원장은 “업무상 근골격계질환자 발생 추이를 보면 2010년 대비 2019년 39세 이하 계층에서는 21.6%(464명) 감소한 반면 55세 이상 계층에서는 384.6%(3천261명)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건설업은 780.6%가 증가해 전체 산업 평균의 두 배에 육박한다.

근골격계질환 발생 세부 요인을 분석했더니 중량물 취급 및 부자연스러운 자세 등에 따른 발생, 즉 신체에 과도한 부담을 주는 작업 증가로 인한 요인이 2010년 대비 2019년 건설업에서만 1천10.5% 증가했다. 55세 이상 계층으로 좁혀 보면 이 수치는 더 가파르게 증가하는데, 무려 2천636.4%가 늘었다.

시멘트업계 “수십년째 포대당 4천원, 중량 줄이면 추가부담”

김의철 한국시멘트협회 품질인증센터장은 “시멘트 한 포대 가격이 수십 년 넘게 4천원대에 머물고 있다”고 말했다. 김 센터장은 “포장 단위를 줄이면 포대비용 상승과 작업속도 저하, 운반 인건비 상승으로 추가부담이 커진다”며 “저가정책과 관련한 지원책이 선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날 토론회는 40킬로 무게의 벽돌 묶음과 시멘트 포대 들어 보기 체험으로 마무리됐다. 참가자들은 40킬로 벽돌 묶음을 들면서 사람의 신체에 무리한 부담을 주는 무거운 중량물을 없애자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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