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인해전술로 싸우던 시절을 넘어, 지금은 전쟁 없이 기동전과 전략무기로 상대방을 압도하는 세상입니다. 노조도 마찬가지예요. 새로운 세상에 맞게 달라진 전술로 여론을 움직이고, 민중의 관심이 집중되는 투쟁을 만들어야 합니다.”

기호 1번 이의용(41·사진) 공공운수노조 위원장 후보가 “공공운수, 시대교체”란 선거 슬로건을 내걸고 출사표를 던졌다. 지지부진한 노정교섭, 파업·집회 등 낡은 관성에 기댄 투쟁을 끝내겠다는 것이 그의 의지다. 이의용 후보는 부산지하철노조 위원장 출신으로 박근혜 정부와 임기 4년을 같이했다. 그는 임금피크제·성과연봉제 저지투쟁을 하다 해고됐고 결국 복직했다. 당시 부산지하철노조는 통상임금 소송에서 승소한 뒤 조합원 1인당 평균 1천만원에 해당하는 미지급 통상임금을 청년 540명을 신규채용하는 데 사용하면서 안팎의 주목을 받았다.

<매일노동뉴스>가 노조 임원선거를 앞두고 지난 24일 오전 서울 구로구 토즈스터디 구로센터에서 이 후보를 만나 출마배경과 고민을 들었다. 공공운수노조 3기 임원선거는 이달 28일부터 12월4일까지 온라인과 오프라인으로 치러진다.

“파업·집회 관성적인 투쟁, 조합원 무관심 불러”

- 선거 출마 배경은?
“공공운수노조 선거가 다가오는데 조합원들은 무관심했다. 조합원들의 실질적 사용자인 정부를 향한 대응이 매년 판박이니, 노조 임원이 누가 뽑혀도 나하고는 관계없다고 생각한다. 기존 관행을 깨서 노조가 조합원들의 삶을 실질적으로 바꿀 수 있는 능력 있는 조직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 기존 관행이라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노조도 시대에 맞게 바뀌어야 한다. 집회나 파업도 필요하지만 국민 여론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원하는 변화를 만들 수 없다.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은 정당한 일이지만 자본이 만들어 놓은 분할통치 전략 안에서 원하는 방향으로 가지 못하고 있다. 여론을 움직이고 민중의 관심이 집중되는 투쟁을 만들어야 한다. 최근에는 기존 언론을 통하지 않더라도 다양한 미디어를 활용할 수 있다. 조합원이 자신을 이야기를 전달하고, 공공운수노조와 민주노총이 여론을 만드는 주축이 돼야 한다.”

- 지난 집행부를 어떻게 평가하나.
“결단할 때 결단하지 못하고 발생한 현안 투쟁에만 집중해 온 것이 아닌가 한다. 노사정 합의가 잘 되지 못했을 때 그만두고 새로운 출구를 찾지 못했고 잡월드·김용균 투쟁에는 집중했지만 다른 작은 투쟁을 지원하는 일을 소홀히 했다. 공공운수노조와 조합원을 잇는 플랫폼이 없다. 각 사업장 단위 안에서 소통이 이뤄지고 자신의 요구사항을 가지고 싸운다. 노조가 법·제도 개선 투쟁을 해도 조합원들이 모르는 경우도 있다. 소통이 필요하다. 최근 조직이 성장한 만큼 내부 자원의 재배치도 필요하다.”

- 경쟁 후보와 차별화된 강점은 무엇인가.
“젊다. 담론보다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내용을 이야기하고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사회가 복잡해졌다. A와 B로 구분 지을 수 없는 게 많다. 정규직과 비정규직만 있는 게 아니라 중규직도 있지 않나. 이분법적으로 사회를 보지 않고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려 한다.”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정책 성공하려면,
“정규직 내 격차 줄이고, 노동시간단축 필요”


-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 정책에 대한 평가는.
“매우 불완전하다. 오로지 고용유지에만 초점을 맞췄다. 신분은 변했지만 내용은 바뀐 것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전남도청 공무직은 전남도지사에게 약속을 지키라고 하고, 경북 울릉군 공무직은 노조활동을 보장하라고 요구한다. 돈도 돈이지만 최소한 기본적인 노조활동을 할 수 있게 환경을 조성해 달라는 요구도 많다. 노정교섭을 통해 문제가 있는 지침을 바꾸고 처우를 개선하면서 자회사들을 포함해서 직접고용 투쟁을 해 나갈 것이다.”

- 인천국제공항 사태에서 나타난 공공기관 정규직의 기득권 지키기 문제는 공공운수노조라고 해서 자유롭지 않을 것 같다.
“기획재정부에 연봉 9천만원 받는 사람도 살림이 빠듯하다고 말한다. (정규직 노동자에게도)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설득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현재 소득 기준상 자신이 어느 위치에 있는지 말이다. 같은 정규직이지만 연봉 9천만원을 받기도 하고, 4천만원을 받기도 한다. 연봉 4천만원이 평균임금이라면 3천만원도 안 되는 분들도 있다. 이러한 격차를 해소하면서 일정 부분 노동시간단축을 통해서 신규인력을 채용하자고 이야기해야 한다. 한국 사회 비정규직 대부분은 여성노동자다. 비정규직은 누군가의 가족이고 배우자다. 정규직도 퇴직하면 비정규직이 되는 경우가 더 많다. 청년들에게도 누구를 위한 투쟁인지 이야기해야 한다. 정규직 전환 정책이 일자리 뺏는 투쟁으로 호도되지만 공공부문 좋은 일자리가 민간의 좋은 일자리로 이어진다.”

- 부산지하철노조 시절 통상임금 연대사업으로 주목을 받았다. 연대사업을 공공운수노조에 적용할 수 있을까.
“대법원 통상임금 판결로 받아야 할 통상임금 규모가 꽤 컸다. 1인당 1천만원 상당이었다. 처음에는 그냥 다 받을 생각도 했다. 그런데 당시는 박근혜 정부가 성과연봉제와 임금피크제 도입을 밀어붙이던 때였다. 당시 사람들은 노조가 파업하면 돈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공공기관 노동자들은 ‘철밥통’으로 보는 시각이 강했다. 돈 대신 노동시간단축·근무환경 개선을 위한 인력 충원을 요구하자고 제안했다. 당시 부산지하철 화재 사고로 시민들도 안전에 민감하던 때였다. 1년반에서 2년 정도 설득했던 것 같다. 결국 통상임금으로 신규인력을 채용하자는 내용으로 찬반투표를 부쳤는데 찬성표가 93% 넘게 나왔다. 많은 공공기관 노동자들이 장시간 노동에 힘들어 하고 있다. 때문에 신규인력 채용 요구가 많다. 이러한 부분을 잘 설득해야 한다. 우리가 좋은 일자리와 청년실업 해소를 위해 함께하고 있다고 말이다.”

“노정교섭 선택의 문제 아냐”

- 직무급제 도입을 어떻게 보나.
“정부가 직무급제를 도입하려는 속내는 기본적으로 성과연봉제를 하고 싶다는 것이다. 물론 원칙적으로 ‘동일노동 동일임금’ 투쟁을 하는 노조 입장에서 직무급제를 반대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생애주기별로 소요되는 비용들이 결혼·출산·자녀 교육 등으로 변동이 생길 때 직무급제만으로 대응하기 어렵다. 사회보장제도가 잘 돼 있다면 강력한 직무급제가 만들어질 수 있겠지만, 그게 아니니 개별 사업장 안에서 단위 노조 투쟁을 통해 개선하고 보상받아 온 것이다. 직무급제 도입이 꼭 호봉제 폐지를 뜻하는 것도 아니다. 이에 대한 논의 없이 그저 직무급제 도입을 말해선 안 된다.”

- 지금까지 충분한 노정교섭이 이뤄졌다고 보나. 노정교섭은 어떻게 할 생각인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우리 조합원의 실질적인 사용자다. 반드시 대화해야 한다. 아직 부족한 점이 많지만 공무직위원회 발전협의회·안전운임위원회·공무원보수위원회 등에서 노정협의가 진행되고 있다. 결국 노정교섭이든 사회적 대화든 하느냐 마느냐 문제가 아니다. 어떤 내용을 다루는지, 교섭에서 다룬 의제를 이행할 의지가 있는지와 관련한 신뢰의 문제다. 현재 작은 곳에서부터 신뢰를 쌓아 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지방자치단체 공무직이 하부 단위에서 분과별 요구를 모아 교섭을 하고, 신뢰를 쌓아 가면 이것이 중앙 노정교섭·사회적 대화로도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 코로나19 시기 공공운수노조는 노동자와 국민에게 어떤 희망을 줄 수 있을까.
“국민이 원하는 것은 우리(조합원)만 지키는 것이 아니라 노조 밖 사람들을 지키는 것이다. ‘고용안전망·사회안전망·생명안전망’ 구축을 위해 투쟁할 것이다. 사각지대 없는 고용보험제도가 만들어지도록 할 것이다. 코로나19 같은 재난 상황뿐만 아니라 산업재해 문제에서 노동자 생명이 보호될 수 있도록 기업살인법 제정, 산업안전보건법 강화가 이뤄지도록 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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