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정희 후보

“와서 모여 함께 하나가 되자.” 경쾌한 멜로디의 노래가 시작되자 현정희(54·사진) 공공운수노조 위원장 후보가 오른쪽 주먹을 치켜들었다. 현정희 후보조를 알리는 선거운동 영상 <흔들리지 않게>의 한 부분이다. 현재 24만 조합원이 가입해 가장 규모가 큰 산별노조인 공공운수노조가 지금껏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비판 의식과 앞으로 조합원들을 하나로 모아 공동투쟁을 이끌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현정희 위원장 후보는 “각자 현장과 지역에서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서로를 연결하는 기획이 없다”며 공공운수노조 내 상황을 ‘각자도생’으로 정의했다. 코로나19라는 재난시대, 끌려다니지 않고 주도하는 산별투쟁을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1994년 서울대병원노조 사무국장을 시작으로 노동운동에 뛰어든 현정희 후보는 의료연대본부장으로 2019년 국립대병원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을 주도해 왔다. <매일노동뉴스>는 3기 노조 임원선거를 앞두고 24~25일 서면인터뷰와 전화인터뷰를 통해 현 후보의 출마배경과 고민을 들었다. 선거는 이달 28일부터 12월4일까지 온라인과 오프라인으로 치러진다.

- 선거 출마 배경은.
“공공운수노조가 24만이라는 민주노총 최대 산별노조로서 제 역할을 못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우리 노조는 촛불항쟁 이후 비정규직 정규직화, 노동 주도의 사회대개혁을 선도해야 할 역사적 임무를 부여받았다. 그런데 다양한 조합원들의 요구를 모아 힘 있는 공동투쟁을 만들지 못했고, 사회와 연대를 조직하는 기획도 전략도 없었다.”

“제1 산별노조 역할하도록 공동투쟁 전선 확대”

- 지난 집행부를 평가해 달라.
“제1 산별노조로 체격은 커졌지만, 체력은 더 약해졌다. 조직이 갑자기 커졌다면 조직발전·초기업교섭 전망이나 업종과 지역에서의 투쟁 기획 등 ‘선 굵은’ 투쟁을 기획했어야 했는데 부족했다. 공공기관 노정교섭을 주장했지만, 정부와 협의 틀 마련에 매몰돼 정작 무엇을 어떻게 하겠다는 전략도 없이 끌려다녔고 급기야 최근 임금체계 개악 사태까지 맞고 있다. 현장에 든든한 힘이 돼야 할 산별노조의 존재감은 사라지고, 현장은 그야말로 각자도생하고 있다.”

- 경쟁 후보와 차별화된 강점은 무엇인가.
“기호 2번 후보는 공공기관을 포함한 공공부문, 운수부문, 비정규직 조합원 모두를 대표하고 있다. 전국적인 조직화와 투쟁을 통해 조직을 성장시켜 왔고, 정부와 교섭하고 의료·교통·물류·교육·사회서비스 분야에서 공공성 강화를 위해 투쟁했던 경험과 실력을 가지고 있다. 다양한 업종과 고용형태의 노동자들이 함께하는 우리 노조 24만 조합원의 힘을 모아 나갈 적임자다.”

-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정책은 어떻게 평가하나.
“성과가 없지 않지만 한계 또한 명백하다. 민간위탁은 20만명 중 1%도 전환되지 않았고, 학교 강사 직종 등 기간제 70%는 전환 제외됐다. 공공기관 파견·용역 전환자의 70%인 5만명은 자회사로 전환됐다. 중간착취, 고용불안, 사용자 책임 회피 등 간접고용 문제가 지속되고 있다. 민간으로 성과를 확산하기 위한 법·제도 개선이 없다 보니 정규직 전환이 일부 노동자의 특혜로 여겨지기까지 한다. 지금이라도 잘못을 바로잡고 한계는 극복해 상시·지속업무 정규직 고용원칙을 다시 확립해 가야 한다.”

- 현정희 후보가 소속된 서울대병원은 비정규직 정규직화 성과가 두드러졌다. 당시 경험을 공공운수노조에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
“가장 처음 정규직 전환이 된 병원이 서울대병원이었다. 노조 의료연대본부 소속 5개 국립대병원의 용역·하청 비정규 노동자들이 정규직화됐다. 의료연대본부는 2006년부터 기업 지부를 대부분 지역지부로 전환하면서 비정규 노동자들을 조직했다. 같은 지역지부에 소속된 용역·하청노동자들은 십수 년간 정규직과 함께 투쟁해 왔고, 이런 정서적 연대를 바탕으로 본부 차원에서도 전국적 공동투쟁을 만들어 갈 수 있었다. 서로의 노동에 대한 ‘앎과 존중’과 ‘연대의 경험’을 쌓아 가고 정규직화를 가로막는 제도와 예산·지침 등에 대해 공동투쟁을 실천해 간다면 많은 현장에서 충분히 적용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사회적 대화에 반대하지 않아,
정부·지자체교섭 포함 다양한 층위 교섭 필요”


- 인천국제공항 사태에서 나타난 공공기관 정규직의 기득권 지키기, 공공운수노조도 자유롭지 않을 것 같다.
“원칙은 지키되 조합원을 설득하며 해결해 나가겠다. 조합원이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문제를 왜곡된 고용구조를 바로잡는 과정으로 바라볼 수 있게 교육과 토론이 필요하다. 서울대병원은 과거 외주화됐을 때 직영화를 요구하며 싸웠다. 조합원의 반발이 있었지만 병원 공공성에 도움이 되는 길을 묻고 계속 설득했다.”

- 직무급제 도입에 대한 생각은.
“정부의 직무 중심 임금체계 개편 방향은 기업별 직무급으로 차별을 고착화하고 노동자를 갈라놓으며 경쟁만 키운다. 이미 차별적 직무급을 받는 비정규직과 신입 직원이 가장 큰 피해를 입을 것이다. 임금체계 개선은 필요하다. 단 고용형태에 따른 차별을 없애고 기업 간 격차를 줄이기 위한 산별 임금체계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산별교섭 구조 마련도 동반해야 한다. 공공운수노조는 공공기관 임금체계 개편에 대한 노정협의를 지속적으로 요구해 왔지만 정부는 충분한 교섭 없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다. 단호하고 신속한 대응이 필요하다. 빠르게 입장을 정리하고 직무 중심 임금개악 저지투쟁에 나설 것이다.”

- 지금까지 충분한 노정교섭이 이뤄졌다고 보나. 앞으로 노정교섭 계획이 있다면.
“정부가 실질적인 사용자인 공공부문은 산별교섭이 곧 노정교섭이다. 노정교섭은 정부가 결단하면 얼마든지 가능하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는 노사정교섭(사회적 대화)에 공공부문 노정교섭을 연계시켰다. 자본·노동·정부, 세 세력이 각 축으로 있는 노사정교섭은 불안정할 수밖에 없다. 합의점을 찾기 어렵다는 의미다. 사회적 지지를 받는 공동투쟁을 조직하면 대정부 교섭은 열린다. 다음 대선과 지방선거를 앞두고 조합원의 요구를 모아 사회적 지지를 받는 공동투쟁을 위력적으로 조직하겠다.”

- 사회적 대화에 반대하는 건가?
“사회적 대화는 여러 층위로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노사 문제는 노사 교섭만으로 풀리지 않는 경우가 많다. 특히 공공기관은 사용자가 곧 정부고, 지자체 산하 공공기관이나 출차·출연기관은 지방정부가 바로 사용자다. 대정부 교섭과 대지자체 교섭이 바로 산별교섭이자 노사정보다 더 중요한 교섭이 될 수 있다. 사회적 대화는 의제나 목적에 따라 다양한 층위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서로 정보를 교환하기 위한 사회적 대화도 있을 수 있다. 노정교섭이나 노사교섭에서 (사실이나 정보를) 다르게 알고 충돌하는 경우도 많아서 서로 정확한 정보를 가지고 소통하는 것은 필요하다. 어떤 정책을 만들기 위한, 소통하기 위한 사회적 대화가 필요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코로나19로 ‘국가 역할의 귀환’ 화두
보편서비스에 공공성 강화할 것 ”


- 코로나19 시기 공공운수노조는 노동자와 국민에게 어떤 희망을 줄 것인가.
“코로나19는 국가의 역할이 중요함을 알려 준 사건이다. 지난 3월 대구에서 코로나19가 폭발적으로 확산되던 시기 온 국민이 마스크 한 장을 못 구해 발을 동동 굴렀다. 이때 국가가 나서 문제가 해결됐다. 마스크뿐 아니라 의료·보육·돌봄·주택 등 모든 국민이 누려야 할 보편적인 서비스는 공공부문이 직접 공급하는 사회로 가야 한다. 고용보험·산재보험·공적연금 등 사회안전망도 튼튼히 해야 한다.”

- 구체적인 계획이 있나.
“당선된다면 사회공공성위원회를 노조 내 공공성 투쟁의 컨트롤타워로 발전시키겠다. (노조는 지난 7월 공공성 강화를 위한 정책연구와 제도개선 사업을 할 사회공공성위를 출범시켰다.) 현장과 외부의 정책 네트워크를 만들어, 공공성 담론의 확대와 구체적인 정책 개발에 나서겠다. 지역·풀뿌리 단체까지 연대를 확대하고 2022년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사회공공성을 대세 담론, 대세 의제로 만들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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