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태진 금속노조 대전충북지부 노동안전보건부장(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산업재해보상보험법(산재보험법)은 1조(목적)에서 “업무상재해를 신속하고 공정하게 보상하며, 재해근로자의 재활 및 사회 복귀를 촉진”해 “재해예방과 근로자 보호에 이바지하는”을 산재보험 제도의 목적이라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산재보험 제도는 ‘신속·공정한 보상’과 ‘치료와 재활’이라는 애초 목적과 달리 처리 과정의 수많은 문제로 재해를 당한 노동자와 가족들의 고통이 오히려 가중되고 있다. 특히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 제도가 도입된 이후 10여년 넘게 고질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문제임에도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다.

근로복지공단 업무처리에서 재해자들에게 가장 고통을 주는 문제는 법정기한을 넘어서는 산재 지연처리다. 즉 신속성이 결여되면서 파생되는 문제를 온전히 재해자와 가족들이 부담해야 한다.

특히 업무상질병 중 가장 다발하고 있는 근골격계 질병은 초진 진단 기간은 대개 4~6주 정도지만, 산재신청 후 승인 여부 판단까지 기본 100일 이상이 걸린다. 건강이 회복되지 못한 상태에서 불가피하게 치료를 중단하고 업무에 복귀하거나 산재승인 이전까지 부담업무에 계속 노출된다. 부상이 악화한 후 요양을 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심지어는 상병휴직 기간이 없거나 한 달밖에 보장되지 못하는 사업장에서는 해고되거나 사직해야 하는 경우까지 발생하고 있다.

이는 산재인정 절차의 복잡함과 까다로움, 그리고 조사와 결정(지사)·판정(질병판정위)의 이중구조 때문이다. 이에 금속노조는 이달 16일부터 전국의 근로복지공단 지사·본부를 상대로 산재지연 업무처리 규탄과 산재보험 제도개선을 위한 투쟁을 진행하고 있다.

근로복지공단 일선 지사·본부에서 지금 당장이라도 산재처리 기간을 단축할 수 있는데도 업무 미숙지 등으로 지연되는 대표적인 사례부터 개선해야 한다.

첫째, 요양 신청시 진단서 등으로 갈음하고 업무처리를 바로 해야 한다.

재해자가 산재요양 신청을 할 때 일선 지사의 담당자들은 아직도 산재용 소견서 제출을 요구하고 있다. 만약 재해자가 소견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업무처리를 진행하지 않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고 있다. 그러나 산재용 소견서는 임의적 서식이기도 하고, 재해자가 산재신청을 하면서 어려움을 겪는 것 중 하나다. 대부분 임상의는 산재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 없는 상태에서 산재용 소견서 작성을 곧 산재인정으로 오인하고 부담을 갖기 때문이다. 그래서 근로복지공단에서도 산재신청을 간소화하면서 일반소견(진단)서로도 산재신청이 가능하도록 했지만, 아직 일선에서 적용이 잘되지 않고 있다.

둘째, 보험가입자 의견서는 10일을 넘지 않도록 해야 한다.

현재 산재와 관련해서 재해자와 의견이 다른 경우 보험가입자 의견서를 받도록 제도가 설계돼 있다. 그런데 이 제도를 오히려 악용해 사업주가 의견서 제출을 고의로 지연하면서 산재처리가 늦어지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따라서 10일 이내에 사업주 의견서가 제출되지 않으면 공단은 사업주 의견이 없는 것으로 간주하고 업무처리를 진행해야 한다.

셋째, 현장조사를 신속하게 진행해야 한다.

최근 코로나19를 이유로 근로복지공단에서 현장조사를 하지 않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심지어 현장조사를 진행하면 오히려 산재처리가 지연되고 언제 질병판정위 심의가 될지 모르니 대체 영상으로 진행할 것을 재해자에게 압박하는 일까지 생기고 있다.

특히 근로복지공단은 재해조사 전문가를 양성하고 인력을 충원했는데 해당 인력이 재해조사를 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산재보험 제도가 사회보험으로서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선 요양처리 후 인과관계 판단 △입증책임 전환 △추정의 원칙 확대와 현실화 △근로복지공단 인력 충원이 근본적으로 필요하다. 하지만 이는 법 개정 등이 필요하기에 우선 당장 근로복지공단이 바로 시행할 수 있음에도 시행되지 않으면서 업무처리가 지연되고 있는 것부터 개선해야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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