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총리 산하 민주화운동 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심의위(위원장 이우정)가지난 85년의 미국 문화원 점거농성사건 성격을 민주화운동으로 규정한 것은 이사건의 표면에 나타난 `반미'보다는 기저에 깔려 있는 `반독재 민주화 운동'이란적극적인 의미를 평가한 것으로 받아 들여진다.

이 사건은 당시 군부정권에 의해 은폐. 왜곡됐던 광주민주화운동의 진상과 신군부 집권 과정의 불법성을 밝히는 촉매제로 작용, 결과적으로 87년 6월민주화운동까지 이어진 전두환정권 퇴진운동 및 직선제 개헌운동에 불을 지폈다는것이 위원회의 평가다.

이번 결정은 그동안 제도권내에서 평가가 금기시됐던 반미운동을 군사독재를극복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권위주의 통치 항거 운동의 한 흐름으로 성격을규정했다는 점에서 역사적 재평가로 볼 수 있다.

미 문화원 사건은 85년 5월23일 전국학생총연합(전학련) 소속 대학생 73명이광주민주화운동 무력진압에 대한 미국의 책임규명 및 사과 등을 요구하며 서울 중구 미문화원에 진입, 2층 도서관을 점거해 72시간 동안 철야농성을 벌였던 사건.

이 사건은 미국에 대해 80년 광주민주화운동 무력진압 이후 출범한 군사독재정권에 대한 지원. 방조자로서의 책임문제를 본격적으로 제기함으로써굳건한 우방이라는 미국에 대한 일반의 기존인식에 변화를 불러일으켜 이후학생운동의 노선 변화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이 사건이 민주화운동으로 성격이 규정됨에 따라 82년 부산미문화원방화사건과 85년 광주 미문화원 점거사건 등 80년대를 풍미했던 각종 반미운동의역사적 평가와 재조명작업도 상당한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번 결정은 자칫 `반미=민주화운동'이라는 해석의 소지를 남길 수있는데다 제3국인 미국을 항거대상으로 한 경우도 민주화운동에 포함될 수 있느냐 하는부분 등에서 논란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논란을 우려한 듯 위원회측도 이 사건은 근본적 항거대상이 미국자체가 아닌 미국이 묵인. 방조한 당시 군사독재정권이었기 때문에 민주화운동으로 인정된 것이며 반미운동이라고 해서 모두 민주화운동으로 볼 수는 없다는 입장을분명히 하고 있다.

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반미운동을 무조건 부정적으로 보던 기존의 시각에서벗어나 사건의 동기에 초점을 맞춰 이같은 판단을 내렸다"며 "다른 반미운동에 대한 평가는 사안별로 민주화운동 관련성 여부를 따져 개별적으로 이뤄질 것"라고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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