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상 직접고용간주(고용의제) 조항과 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기간제법)상 사용기간 제한 조항에 대한 위헌소송과 관련해 헌법재판소가 오는 13일 공개변론을 실시한다. 헌재가 공개변론 이후 어떤 결정을 내릴지 노동계·재계·법조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전국법학전문대학원 인권법학회가 옛 파견법 위헌소송에 관한 공동성명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위헌소송을 제기한 현대자동차를 비판하고 상식적인 결정을 주문할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노총은 지난 5일 기자회견까지 열어 “헌법재판소는 법을 어기고도 뻔뻔하게 헌법소원을 제기한 현대차에게 법의 엄중함을 상기시켜 주는 판단으로 철퇴를 내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만큼 두 조항에 대한 위헌소송 결과가 고용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위헌 판결시 현대차 대법 판결 ‘도루묵’=헌재에서 심의 중인 옛 파견법 고용의제 조항에 대한 위헌소송은 총 3건이다. 현대차 울산공장 부당해고 소송과 현대차 아산공장 근로자지위 확인소송, 인터콘티넨탈호텔의 부당해고 소송이다. 사용자들은 법원에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했다가 기각되자 소송을 냈다. 주요 사유는 고용의제 조항에서 파견·도급 기준이 애매하고 기업경영의 자유를 지나치게 침해한다는 것이다.

헌재가 고용의제 조항에 대해 위헌판결을 내릴 경우 현대차 아산공장 사내하청 노동자 6명이 제기한 근로자지위 확인소송과 현대차 사내하청 노동자 1천600여명이 제기한 근로자지위 확인소송에 영향을 주게 된다.

그렇게 되면 현대차 사내하청 해고자 최병승씨를 현대차가 직접고용한 것으로 간주한 지난해 2월 대법원 판결에 대한 재심이 불가피해진다. 권영국 변호사(민변 노동위원장)는 “헌재가 위헌결정을 하게 되면 불법파견 노동자들을 구제할 수 있는 길이 사라지게 된다”고 우려했다.

법원은 아산공장 노동자들이 제기한 소송에서 1·2심은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사용자는 현대차"라고 판결하고, 옛 파견법 고용의제 조항을 적용해 현대차가 사내하청 노동자들을 이미 고용한 것으로 간주했다.

◇잇단 헌법소원, 속내는 판결 지연?=법률 전문가들은 헌재가 위헌결정을 내릴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실제 헌재에 계류 중인 옛 파견법 고용의제 조항 사건은 모두 법원에서 위헌법률심판 제청신청이 기각된 것들이다. 법원이 합헌이라고 결정해 기각한 사안에 대해 헌재가 위헌결정을 하기는 쉽지 않다. 

때문에 사용자들의 잇단 헌법소원을 불법파견 관련 소송을 늦추려는 의도로 풀이하는 시각도 있다. 현대차 아산공장 근로자지위 확인소송에서 회사측을 대리하고 있는 김앤장은 올해 4월 대법원에 의견서를 보내 “원심판결의 전제인 법률조항(옛 파견법 고용의제)의 위헌 여부에 대해 헌재에서 조만간 결론이 내려질 가능성이 높으므로 헌재 결정 이후에 선고돼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지난해 2월 대법원이 사내하청 해고자 최병승씨에 대해 현대차가 고용한 것으로 간주한 것으로 판결한 뒤 중앙노동위원회는 재심의를 거쳐 최씨에 대해 부당해고 판정을 내렸다. 현대차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는데, 4월18일로 예정됐던 선고가 헌재 결정 이후로 미뤄진 상태다.

오민규 전국비정규직노조연대회의 정책위원은 “헌재 위헌소송 때문에 불법파견 관련 소송 대부분이 연기되거나 진행이 멈춘 상태”라며 “시간이 길어질수록 힘없는 비정규 노동자들이 사측의 압력에 타협을 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기간 제한 논란 될 듯=노동계와 법조계는 옛 파견법 고용의제 조항에 대한 위헌소송에 주목하고 있지만 기간제법 제4조(사용기간 제한)에 대한 위헌소송도 지나칠 수 없는 대목이다.

해당 소송은 장기간 일한 회사에서 계약해지된 기간제 노동자 2명을 대리해 우정합동법률사무소가 2009년 12월 제기했다. 기간제 사용기간을 2년으로 제한하는 바람에 해고되면서 행복추구권과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당했다는 것이다.

소송 제기 시점이 정부와 재계가 기간제 사용기간 제한 완화를 추진했다가 노동계와 야당의 반발에 무산된 직후라는 점을 고려하면 재계의 입김이 반영된 위헌소송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옛 파견법 고용의제 조항이 현대차 등 불법파견 판결이 난 사업장의 노동자, 그것도 2005년 7월 이후 입사해 2년 이상 일한 노동자들에게 미치는 조항인 반면 기간제법 사용기간 제한 조항을 적용받는 노동자들은 128만명(올해 1월 기준)이나 된다. 헌재가 위헌 결론을 내리면 고용시장에 만만치 않은 파장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권 변호사는 “4~5년 이상 되는 기간제 노동자들이 넘쳐나면서 고용시장이 혼탁해지고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할 수 없다는 근로기준법 조항은 휴지 조각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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