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말까지 임금피크제 도입 선도기관으로 분류된 LH가 직원들에게 임금피크제 도입을 위한 취업규칙 변경 개별동의서를 받고 나서면서 노조 반발을 사고 있다. LH는 관리자들에게 임금피크제 관련 매뉴얼까지 배포해 취업규칙 변경 개별동의서 찬성을 독려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직원 동의절차 시행 매뉴얼' 배포, 취업규칙 불이익변경 개별동의 독려=20일 LH 노사에 따르면 이재영 사장을 포함한 경영진들이 이날부터 10개 지역본부로 흩어져 전 직원을 상대로 임금피크제 도입 설명회를 시작했다.

LH 관계자는 "오늘(20일)부터 설명회를 시작했다"며 "정부에서 8월 말까지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라고 했기 때문에 경영진 의지가 강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 직원들은 7대 3 정도로 임금피크제 도입에 찬성하고 있다"며 "늦게 하면 할수록 손실은 직원들에게 돌아간다"고 주장했다.

회사는 늦어도 26일까지는 직원들에게 개별동의를 받겠다는 방침이다. 과반수노조가 없는 것도 영향을 미쳤다. LH노조(옛 토지공사노조)와 한국토지주택공사노조(옛 주택공사노조) 모두 조합원 과반수를 점하지 못하고 있다. 최근에는 LH통합노조까지 설립된 상황이다.

이재영 사장은 지난 17일 간부회의에서 "이달 말까지 임금피크제 도입을 마무리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19일 전체 지역본부장·단장·총괄부장을 진주 본사로 소집해 '직원 동의절차 시행 매뉴얼'을 배포했다.

<매일노동뉴스>가 입수한 매뉴얼에서 회사는 '임금피크제 도입 사규 개정 찬반회의'를 열어 직원들의 동의를 받으라는 지침을 내리고 있다.

'전문직제도개편추진단' 명의로 작성된 매뉴얼은 "임금피크제 도입에 따른 법적 분쟁 발생 가능성 최소화 및 기획재정부 승인 등을 위해 근로자 과반수 동의가 필요하다"며 "사용자의 지배·간섭이 배제된 상태에서 부서별 찬반 의견을 취합하는 방식으로 시행하라"고 명시하고 있다.

찬반회의를 진행하는 선임부장이나 주무차장들이 직원들에게 어떻게 설명하라는 시나리오까지 예시로 첨부했다. 시나리오를 보면 관리자들은 직원들에게 "임금피크제 도입에 찬성하면 찬성란에, 반대하면 반대란에 체크하라"며 "이 자리에서 찬반 표시가 불편하면 각자 자리에서 작성해 제출해 달라"고 요구할 예정이다.

매뉴얼에는 "찬반여부 강요 금지"라는 표현이 여러 차례 등장한다. 하지만 이어진 첨부자료에는 처·실·본부별로 임금피크제 도입 사규 개정 찬반회의 결과 취합 양식을 붙여 놓고 매일 오후 5시까지 전문직제도개편추진단 앞으로 찬성률을 보고하도록 했다. 관리자들이 직원들을 압박하고 강요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든 셈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LH 직원은 "회사에서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면 신입사원을 채용할 수 있고 승진도 가능하다며 취업규칙 개정에 찬성하라고 독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조들 "개별동의 금지·노조에 위임" 지침=회사가 직원 개별동의를 강하게 밀어붙임에 따라 공공연맹 한국토지주택공사노조(위원장 김진만)는 이날 오후 대전에서 대의원대회를 열고 개별동의 금지와 노조에 위임장 제출을 결의했다. 공공노련 LH노조(위원장 박해철)도 이날 조합원들에게 개별동의를 하지 말고 노조에 위임장을 보내라는 지침을 내렸다.

박해철 위원장은 "지난해 1단계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 당시에는 두 노조와 합의 후 조합원 대의원대회를 거치는 등 동의절차라도 밟았는데 이번에는 최소한의 절차조차 건너뛰려고 한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전문직제도개편추진단 관계자는 "노조에서는 상급단체 중심으로 정부와 협의를 하려고 하기 때문에 노사 간 협상이 제대로 안 되고 있다"며 "회사는 최대한 정부 정책에 따라 빨리 추진해야 하는 부분이 있지 않겠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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