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은행들이 배당성향을 높이면서도 고용창출에는 인색한 것으로 나타났다. 배당성향은 주주들에게 지급하는 당기순이익 대비 현금배당액의 비율을 말한다.

◇18개 시중은행들 고배당 잔치=15일 금융감독원이 국회 정무위원회 김기준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에게 제출한 '국내은행 배당 현황' 자료에 따르면 18개 시중은행이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6년간 주주를 대상으로 지급한 배당금 총액은 17조7천410억원이다. 같은 기간 은행계 5대 지주사의 배당총액도 6조842억원이나 된다.

지난해 시중은행들의 평균 배당성향은 43.9%로 전년(33.4%)보다 10.5%포인트 증가했다. 사상 최대 배당잔치를 벌인 2010년(51.5%) 이후 최대치다. 은행들은 지난해 벌어들인 당기순이익 6조245억원 중 2조6천419억원을 올해 3월 주주총회에서 현금으로 배당했다.<표1 참조>

지난해 기준 배당성향 1위는 영국계 한국스탠다드차타드(SC)금융지주가 100% 지분을 가지고 있는 스탠다드차타드(SC)은행이다. 배당성향은 무려 279.3%다. SC은행은 552억원의 영업적자에도 1천500억원을 배당했다. 모기업인 SC금융지주는 당기순이익의 4배(배당성향 369%)나 되는 5천억원의 배당금을 영국 본사로 송금했다.

배당성향 2위는 농협이다. 2천17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벌어들여 95%인 2천61억원을 배당했다. 특수은행으로 분류되는 농협은 금융위기 이후부터 매년 높은 배당성향을 보이고 있다. 다음으로 높은 배당성향을 보인 곳은 우리은행(73.6%)·씨티은행(42.3%)·신한은행(32.4%)이다.

지방은행 중에서는 부산은행이 당기순이익(3천323억원)의 120.4%인 4천억원을 배당해 가장 높은 배당성향을 기록했다.

최근 통합한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은 똑같이 당기순이익의 30%를 배당했다. 하나금융지주 배당액은 당기순이익(943억원)의 두 배에 가까운(184.4%) 1천739억원이었다. 하나금융지주는 2012~2013년 연속 1천억원 이상 적자를 기록했는데도 1천억원 이상을 배당했다. 하나금융지주의 외국인 지분은 68%다.

◇은행들 고용은 '찔끔'=은행들은 주주 배당잔치를 벌이면서도 일자리 창출에는 소극적이었다.<표2 참조>

최고 배당기록을 경신하고 있는 SC은행의 고용인원은 올해 5천88명으로 2010년(6천181명)보다 17.7%(1천93명) 감소했다. 씨티은행은 지난 3년간 17.6%(761명)나 고용을 축소했다.

2008년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KB국민은행은 6년간 5천319명(21%)의 일자리가 줄어들었다. 김기준 의원은 "(임금피크제로) 인건비를 절감하고 배당은 늘렸지만 신규채용은 거의 없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통합한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은 지난해부터 고용을 줄이고 있다. 외환은행은 최근 1년 반 동안 전체 직원의 10%인 763명을 감축했다. 김 의원은 이와 관련해 "은행들이 경영이 어렵다는 핑계로 수천 명의 베이비부머 직원들을 내쫓고 있으면서도 사상 최대 고배당 잔치를 벌이고 있다"며 "지금은 배당을 늘릴 때가 아니라 일자리를 창출하고 가계부채를 줄이도록 유도해야 할 때"라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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