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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질에 위험작업 내몰리는 LG·SK브로드밴드 설치·수리기사들

기사승인 2016.09.30  08: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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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신업계 만연한 원·하청구조로 사고 잇따라 … 원청은 웃고, 노동자들은 치열한 생존게임

   
▲ SK브로드밴드비정규직지부 제공

지난 27일 SK브로드밴드의 협력업체에서 설치·수리업무를 하는 도급기사가 인터넷 설치작업 중 전신주에서 추락했다. 협력업체인 의정부홈고객센터와 도급계약을 맺고 센터에서 일감을 받는 김아무개씨는 비오는 날 무리하게 작업을 하다 추락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는 28일 오후 결국 사망했다.

김씨의 사망으로 SK브로드밴드·LG유플러스 같은 원청의 우회적인 실적압박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통신업계의 복잡한 하청·도급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지난 6월 삼성전자서비스 에어컨 수리기사가 추락사한 데 이어 이달 22일에도 SK브로드밴드의 협력업체 설치기사가 전신주 작업 중 추락해 크게 다친 사고도 있었다. 29일 <매일노동뉴스> 취재 결과 통신업계 도급기사와 설치·수리기사들이 원청의 갑질로 인해 김씨같이 위험에 노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까라면 까야’하는 도급기사, 원·하청 안전은 모르쇠

희망연대노조 LG유플러스비정규직지부와 SK브로드밴드비정규직지부에 따르면 도급기사들은 협력업체로부터 영업실적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원청업체는 장애신고 발생건수와 영업실적을 따져 전국 협력업체의 등수를 매긴다. 협력업체는 등수에 따라 원청에서 수수료를 다르게 받는다.

28일 사망한 김씨와 동료 도급기사 그리고 협력업체가 참여하고 있는 카카오톡 채팅방에 따르면 업체 관리자는 사고 당일 “장애점수에서 보이는 것처럼 방심할 여유 없다. 99점대가 (전국센터 등수) 22위다”고 도급기사들의 실적을 독촉했다. 또 다른 관리자는 “본인 물량을 체크하고 빨리 처리해서 원망듣지 않게 하라”며 “퇴근 전 미처리 사유는 명확히 답변해야 하며 어처구니없는 사유는 자르겠다 ”고 압박했다. 김씨는 비오는 날 작업을 하다 변을 당했다. 지부는 김씨가 감전됐거나 실족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김씨는 전신주에 오르는 등 고공작업을 했지만 협력업체로부터 안전장비를 지급받지 않았다는 의혹도 일고 있다. 실제 김씨는 사고 당일 안전화와 안전모를 쓰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SK브로드밴드 관계자는 “수수료에 안전장비 구매 비용까지 포함돼 있다”고 해명했다.

통신업계의 원·하청 사용자들은 노조에 가입할 수 없는 도급기사를 선호한다. SK브로드밴드 협력업체 설치·수리기사들 중 57% 가량이 도급기사다. 조합원들은 단체협약을 통해 위험작업일 경우 설치·수리를 거부할 수 있지만 도급기사에게는 그런 보호장치가 없다. SK브로드밴드비정규직지부 관계자는 “조합원과 도급기사 모두 실적 압박을 받지만 적어도 조합원들은 단체협약이 있어 야간과 주말근무를 가급적 안 한다”며 “하청업체는 조합원들이 퇴근하거나 근무를 안 하는 시간에 일하도록 도급기사를 압박한다”고 강조했다.

조합원 설치·수리기사들은 ‘포인트’ 채우기 위해 발동동

LG유플러스와 SK브로드밴드는 작업별로 포인트를 매겼다. 협력업체에서 근무하는 설치·수리기사들은 포인트를 환산해 급여를 받는다. LG유플러스는 120포인트(138만원)를 넘는 경우 초과 포인트당 1만2천500포인트를 지급한다. SK브로드밴드는 110포인트(138만원)를 기본급으로 책정했다. 인터넷 회선 한 건을 설치할 경우 아파트는 1포인트가 지급되고 주택은 1.2포인트가 지급되는 식이다. 기본급은 최저임금을 약간 웃도는 수준이다. 추가 포인트를 얻으려 일을 더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런데 가정용 인터넷 시장이 포화상태인 탓에 기본포인트를 달성하는 것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기사들은 근무시간 동안 쉬지 않고 일해야 기본을 채운다고 입을 모았다. 그럼에도 10명 중 3명 이상은 기본급밖에 못 받는 실정이다. 김재완 SK브로드밴드비정규직지부 사무국장은 “조합원들도 실적급 체계보다 고정급이 높은 걸 선호하지만 사용자들의 반대가 심하다”며 “협력업체가 조합원보다 도급기사에게 일감을 몰아주는 경우고 있다”고 토로했다.

노조는 도급기사 체계를 없애야 한다고 요구했다. 협력업체 정규직으로 채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제유곤 LG유플러스비정규직지부 수석부지부장은 “원·하청 모두 책임을 지지 않고 이윤을 창출하려고 도급기사를 쓴다”며 “이윤을 창출하기 위해선 그만큼 책임이 뒤따르는 만큼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 문제는 원청만이 풀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SK브로드밴드 관계자는“(사망자에게) 애도를 표하며 이런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안전사고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구태우 ktw9@labortoday.co.kr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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