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촛불민심이 눈치만 살피던 새누리당 비박계를 박근혜 대통령 탄핵 대열로 끌어들였다.

새누리당 비박계 의원들로 구성된 비상시국위원회는 4일 오후 국회에서 모임을 갖고 논의를 거듭한 끝에 "여야 합의가 없으면 9일 탄핵소추안 표결에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무조건 탄핵 표결에 찬성하겠다는 뜻이다. 박 대통령 탄핵 가능성은 그만큼 높아졌다.

황영철 의원은 이날 브리핑에서 "(여야에 박 대통령 임기 단축에 관한) 협상에 임할 것을 다시 한 번 촉구한다"며 "여야가 합의에 이르지 못한다면 우리는 9일 탄핵 표결에 조건 없이 참여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황 의원은 "탄핵안이 가결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오늘 회의에 참석한 26명 의원은 모두 동참하기로 했고 그 외에 많은 분들이 참석하지 않았기 때문에 탄핵 가결 정족수는 채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환영의 뜻을 밝혔다. 그는 비박계의 표결 참여 결정 직후 서면브리핑을 통해 "여야 정치권은 모두 국민의 뜻을 겸허히 따르고 국민만 바라보며 대통령 탄핵에 나설 것을 재차 촉구한다"며 "남은 일주일 우리당은 탄핵안을 발의한 172명의 의원들, 그리고 탄핵에 찬성하는 새누리당 양심세력을 최대한 이끌어 내고 대통령 탄핵 성사에 총력을 다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고연호 국민의당 대변인은 "당장 퇴진 선언을 하고, 여야 합의에 따른 국무총리를 세운 후 검찰의 철저한 수사에 나서야 한다는 게 촛불민심"이라며 "새누리당도 이번 사태에 책임을 지고 적극 협조하라는 것이 국민의 명령임을 알아야 한다"고 밝혔다.

한창민 정의당 대변인은 "국회는 민주공화국의 헌법기관으로 남을 것인지 박 대통령과 함께 국민과 역사의 심판을 받을 것인지 결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치권 기류 변화에도 새누리당은 여전히 "질서 있는 퇴진"을 되뇌고 있다. 염동열 새누리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현안 브리핑에서 전날 6차 촛불집회와 관련해 "열번 백번 끝없이 반성하고, 다시 한 번 사과와 용서를 구하고자 한다"면서도 "탄핵과 질서 있는 퇴진 어떤 것이 국정혼란을 최소화하고 재도약의 국민 에너지로 모아 갈 수 있을지 청와대와 정치권의 선택과 고민이 필요한 때"라고 탄핵에 선을 그었다.

염 수석대변인은 "이번주는 국가의 운명이 좌우되는 천금같은 시간"이라며 "여야가 마주 앉아 국정안정과 난국타개 해법이 나와 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의 질서 있는 퇴진을 위한 여야 간 협상에 나서자는 얘기다. 하지만 비박계가 탄핵 찬성으로 기울면서 '질서있는 퇴진'은 물 건너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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