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노총 등 만원행동 참가 단위 대표자들이 17일 오후 서울 정동 민주노총 회의실에서 최저임금1만원·비정규직 철폐·노조할 권리 보장을 위한 5·27 촛불행동 참여를 호소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서울지하철 2호선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를 정비하던 10대 하청노동자가 열차에 끼여 숨진 사고(5월28일) 1주기를 맞아 최저임금 1만원과 비정규직 철폐, 노조할 권리를 요구하는 대규모 촛불집회가 열린다. 최저임금 논의를 정부가 독단적으로 진행할 것이 아니라 광장시민들과 머리를 맞대고 결정해야 한다는 요구가 분출하고 있다. 최저임금위원회에 참여하지 않고 있는 노동계의 고민도 깊어지는 모양새다.

"새 세상을 만들기 위해 다시 촛불을 밝혀 달라"

최저임금 1만원·비정규직 철폐 공동행동은 17일 오후 서울 정동 민주노총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새 정부에 최저임금 1만원 당장 실현과 비정규직 철폐 같은 민중의 요구를 천명하기 위해 27일 촛불집회를 한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은 최저임금을 단계적으로 인상해 2020년까지 1만원으로 만들겠다고 공약했다. 그런데 최근 '임기 내 1만원'으로 목표를 수정하자는 목소리가 정부·여당에서 나오고 있다. 만원행동은 "공약 수정이 필요하다면 2020년이 아니라 그보다 앞당겨 최저임금 1만원을 실현하는 방향이어야 한다"며 "재벌에게 책임을 묻고, 정부의 사회경제정책을 노동자·서민 중심으로 바꾸고, 중소·영세 자영업자에 대한 적극적 대책을 마련한다면 2018년 최저임금 1만원을 실현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구의역 스크린도어 정비노동자 사망 1주기를 하루 앞둔 27일 서울 광화문에서 대규모 촛불집회를 열고 비정규직 철폐와 최저임금 1만원을 새 정부 우선과제로 삼으라고 촉구한다. 이영주 민주노총 사무총장은 "지난해 연말부터 시민들은 촛불광장에서 박근혜 이후 새로운 사회가 어때야 하는지를 두고 끊임없이 토론하고 개혁해야 할 적폐를 하나하나 밝혀 왔다"며 "비정규직을 없애고, 당당한 임금을 받으며 살고, 모든 노동자가 노조할 권리를 가질 수 있는 새 세상을 만들기 위해 다시 촛불을 밝혀 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노총은 촛불집회에 앞서 서울 곳곳에서 사전대회를 열고 시민들의 참여를 호소한다.

구의역 사고로 숨진 김군은 고등학교 3학년 때 실습생으로 스크린도어 관리업무를 시작했다. 졸업 후 하청업체에 계약직으로 취업한 그가 받은 임금은 시급 6천459원이었다. 김군과 같은 제자들을 노동현장으로 떠나보내고 있는 전교조 선생들은 이날 전국교사대회를 대학로에서 열어 또 다른 김군이 나타나지 않는 세상을 염원한다. 민주노총 산하 비정규직 노조들과 대학생들은 서울 도심 곳곳에서 최저임금 1만원을 주제로 거리연설을 한다.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조합원들은 재벌개혁을 요구하며 결의대회를 연다.

만원행동 "당장 1만원 가능"
양대 노총 노정대화 추진


만원행동은 "정부는 최저임금위원회에 최저임금 결정을 맡겨 둘 게 아니라 공개적인 토론을 통해 최저임금 1만원 실현을 위한 방법을 논의해야 한다"며 "6월에 결정해야 할 최저임금 문제를 어떻게 풀어 가느냐 하는 것은 문재인 정부가 표방하는 새로운 대한민국이 어느 방향으로 갈 것인지 가늠하는 시금석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최저임금 1만원을 요구하는 시민사회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노동계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양대 노총을 포함한 최저임금위 근로자위원들은 정부 주도 최저임금 결정방식에 항의하며 지난해 직을 사퇴한 상태다.

민주노총은 최근 청와대에 최저임금위 제도개선과 1만원 실현을 위한 로드맵 수립을 요구하며 노정교섭을 제안했다. 청와대 비서실은 노동정책 담당자 인사가 마무리되면 업무를 이관해 논의되도록 하겠다고 답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사용자에 기울어진 최저임금위를 통해서는 최저임금 1만원 실현이 불가능하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라며 "노정교섭에서 최저임금위 제도개선과 1만원 실현 로드맵을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노총도 최저임금위 틀에 논의를 국한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문재인 대통령 후보 시절에 정부와 상시적인 대화협의체를 구성하기로 정책연대협약을 체결했다"며 "다양한 노정 대화채널을 통해 최저임금·비정규직 문제·사회보장제도 같은 현안을 논의해 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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