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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스케치-만도헬라 농성장] "비정규직은 노조하기 어렵다더니, 진짜 너무하네요"

기사승인 2017.08.04  08: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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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도헬라 비정규직 파업 두 달 넘어 … 원청 대체생산으로 사태 해결 '오리무중'

   
▲ 만도헬라일렉트로닉스 노동자들이 원청 직접교섭을 요구하며 지난달 31일부터 모기업인 한라그룹 앞에서 철야 노숙농성을 하고 있다. <금속노조 만도헬라일렉트로닉스 비정규직지회>
전화기 수십 대가 갑자기 동시에 울리기 시작했다.

"아이고, 폭염경보 문자 왔네. 다음 농성자들 오늘 하루 죽어 나겠다."

"밤 온도가 28도래. 잠은 다 잤네. 하하하." "씻고 낮잠이나 좀 잤으면 소원이 없겠다."

3일 오전 11시 서울 송파구 공원 쉼터. 땀에 전 투쟁조끼를 걸친 채 바닥에 주저앉은 노동자들이 왁자지껄 떠들어 댄다.

사내하청업체 두 곳의 간접고용 비정규직으로만 생산공장을 가동하는 회사가 있다. 하청노동자들이 노조를 만들어 교섭을 요구하자 한 하청업체가 느닷없이 폐업을 선언했다. 새로 들어온 하청업체는 곧바로 사업을 포기했다.

노조가 파업을 했고, 원청은 관리직과 단기계약직을 투입해 대체생산을 했다. 노조가 20~30분 단위 시한부파업을 하루에 수차례 하자 원청은 하청업체들과 도급계약을 해지했다. 하청업체들은 직장폐쇄를 했다. 조합원들을 공장 밖으로 몰아내려는 조치다. 올해 2월 자동차 부품업체 만도헬라일렉트로닉스에 금속노조 만도헬라일렉트로닉스 비정규직지회가 설립된 뒤 4개월 동안 일어난 사건들이다.

만도헬라 비정규직 파업 두 달 넘어

지회 조합원들은 원청에 처우개선과 고용보장을 위한 직접교섭을 요구하며 지난달 31일부터 서울 송파구 한라그룹 앞에서 노숙농성 중이다. 만도헬라는 한라그룹 계열사다. 5월31일 시작한 파업은 두 달을 넘겼다.

공장 생산직 350여명의 평균 나이는 35세도 되지 않는다. 이들은 지회가 설립되기 전 2조2교대로 12시간 주야 맞교대 근무를 했다. 연장근무·주말특근이 비일비재해 근로기준법상 최장 노동시간인 주 52시간을 훌쩍 넘어 주당 84시간을 일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임금은 시급 단위로 받았다. 지난해 남성노동자 시급은 6천700원. 회사는 노동자들이 노조를 만들 움직임을 보이자 올해 초 7천260원으로 시급을 인상했다.

만도헬라 비정규 노동자들이 노조를 만든 이유는 소박했다. 연장근무·주말특근을 줄이고, 임금도 인상시켜 보려고 했다. 서울 송파구 한라그룹 인근 공원에서 만난 김종용(36) 부지회장은 "처음 노조를 만들었을 때 잔업·특근을 거부하는 수준에서 회사에 타격을 입히면 교섭이 될 줄 알았다"며 "하청업체는 바지사장들이고, 원청은 일절 대화에 응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비정규직이 노조하기 어렵다는 말을 절감하고 있다"고 한숨을 쉬었다.

현행 법·제도상 하청업체가 계약해지 명목으로 노동자들을 해고하면 대응할 방법이 없다. 하청업체가 변경될 때 고용승계를 강제할 수도 없다. 게다가 하청노동자들이 파업을 하면 원청은 관리직과 새로 채용한 계약직을 현장에 투입하면 된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은 쟁의행위로 중단된 업무를 지속하기 위해 인력을 채용하거나 대체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그런데 이 조항은 하청업체에만 적용된다. 원청인 만도헬라는 해당사항이 없다.

이대우 금속노조 인천지부 수석부지부장은 "지회 조합원들의 파업으로 생산을 중단시킬 수만 있었더라도 투쟁이 이렇게 길어지지 않았을 것"이라며 "간접고용 비정규직은 노동 3권을 행사할 수 없도록 돼 있어 통탄스럽다"고 말했다.

지회는 3월 만도헬라를 상대로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을 냈다. 만도헬라의 사내하청 사용이 불법파견에 해당하고, 원청과 하청노동자 사이에 묵시적 근로계약관계가 형성돼 있다고 주장했다. 이달 중으로 1심 판결이 나올 것으로 예상되지만 회사가 항소·상고하면 최종 판결까지 몇 년이 걸릴지 알 수 없다.

"원청 끄집어내지 않으면 사태 해결 불가능"

파업이 장기화하자 조합원 몇 명이 생활고로 회사를 떠났다. 원청과 단기계약을 맺고 일할 수도 있는데, 아직 공장 안으로 돌아간 조합원은 없다. 회사를 그만둔 이들은 "투쟁에 함께하지 못해 미안하고, 만도헬라가 지긋지긋하다"는 취지의 말을 남겼다.

지회는 하청회사 두 곳과 교섭 중이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최근 하청업체들은 시급 50원도 안 되는 인상안을 요구안으로 냈다. 김종용 부지회장은 "자기들이 제시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서 인상안을 냈을 것"이라며 "간접고용 비정규직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으면서도 하청업체 뒤에 숨어 있는 원청을 끄집어내지 않고서는 사태 해결이 불가능하다"고 갑갑해했다.

지회 조합원들은 하루 60명씩 조를 짜서 24시간 철야농성을 한다. 한라그룹 앞에서 천막도 없이 한뎃잠을 잔다. 한낮의 해가 기운을 잃어 가는 오후 4시. 투쟁구호와 노래·율동을 배운 조합원들이 농성장에 앉았다. 파업 이후 가장 인기 있는 구호로 결의대회를 시작했다.

"나 혼자 안 죽는다. 만도헬라 같이 죽자."

제정남 jjn@labortoday.co.kr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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