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자은 기자

연세대가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청소·경비 인력을 줄이는 구조조정을 추진해 논란이 일고 있다. 정년퇴직으로 생긴 빈자리를 채우지 않고 기존 노동자의 업무 범위를 늘리거나 하루 3시간짜리 단기 아르바이트생으로 채우는 식이다. 연세대뿐만 아니라 고려대·홍익대 등에서도 비슷한 인력 구조조정을 추진해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건물 짓고, 비용은 노동자들에게 전가”

공공운수노조 서경지부는 3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신촌캠퍼스 학생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연세대가 비정규직 제로시대, 최저임금 대폭 인상이라는 사회적 흐름을 역행한 채 새해 벽두부터 물의를 빚고 있다”며 “원청 연세대는 구조조정을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지난해 12월31일자로 정년퇴직한 청소·경비 노동자는 30여명이지만 충원된 인력은 단 한 명에 불과하다. 하루 3~4시간만 일하는 단시간 아르바이트생을 5명 채용했다. 2일에는 산학협동관의 경비초소를 폐쇄하고 무인시스템을 도입했다.

이경자 지부 연세대분회장은 “학교가 번듯한 건물을 짓는 데 쓴 비용을 청소노동자들에게 전가하고 있다”며 “명문대라고 자부하는 학교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이 개탄스럽다”고 말했다.

연세대 누적적립금은 2016년 기준 5천307억원이다. 청소·경비노동자 시급 인상분은 적립금 규모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지부는 “대학은 노조와 면담에서 돈이 없다는 얘기를 노골적으로 했다”며 “최근 교비회계로 1천497억원을 유가증권 투자에 사용한 것이 드러나기도 했는데 청소·경비노동자 인건비만 쥐어짜려 한다”고 비판했다

지난해부터 청소·경비노동자 구조조정 준비

대학본부가 청소·경비 인력 구조조정을 지난해부터 계획했다는 증거도 확인됐다. 지부가 입수해 이날 공개한 ‘노무문제 현안 보고’ 문건에는 인력감축 계획이 기록돼 있다. 해당 문건은 대학본부 총무처가 지난해 7월3일 작성했다.

총무처는 학내 청소·경비노동자 시급을 100원 인상할 경우 연간 1억9천500만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했다. 노조 요구안대로 시급을 7천780원으로 인상하면 16억1천만원이 추가로 든다고 분석했다.

총무처는 ‘우리의 대응방안’에서 “서울지역 대학별 공동대응과 대학의 어려움을 사회적으로 호소할 필요가 있다”며 “장기적 방안으로 정년이 도래하는 인력에 대해서는 신규채용하지 않고 인력을 축소해 운영함으로써 인건비 증가에 대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인력 감축하고 나쁜 일자리 만드는 대학들

서울시내 다른 대학들도 연세대와 비슷하게 대처하고 있다. 고려대는 지난달 31일 정년퇴직자 10명을 단시간 아르바이트로 대체했다. 홍익대는 이달 1일 하청업체를 교체하면서 청소 인력 4명을 줄여 계약했다. 덕성여대·숙명여대·인덕대에서도 퇴직 이후 인원을 충원하지 않거나 단시간 알바로 바꿔 투입하는 유사한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부는 “생활임금을 보장해 달라고 했더니 아예 일자리를 빼앗는 격”이라며 “임금인상을 핑계로 한 인원감축 시도와 임금인상 무력화 꼼수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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