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월1일부터 만성과로의 업무상질병 인정기준이 대폭 개선됨에 따라 지난해까지 산업재해 불승인 사건의 경우 재심사를 청구하면 새로운 기준에 따라 재심사를 받을 수 있게 된다.

6일 고용노동부와 근로복지공단은 "산재 소멸시효가 남아 있고 법원에서 확정판결이 나오지 않는 사건에 한해 재심사를 청구하면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에서 새로운 기준으로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노동부는 지난해 12월29일 '뇌혈관질병 또는 심장질병 및 근골격계질병의 업무상질병 인정 여부 결정에 필요한 사항'(산재 인정기준) 고시를 개정했다. 만성과로의 업무상질병 여부를 판단할 때 야간·교대노동이나 유해환경작업 같은 질적인 요소를 고려하겠다는 게 고시 개정안의 핵심이다. 기존에는 발병 전 12주 동안 업무시간이 1주 평균 60시간을 초과하는 경우에만 업무 관련성이 강하다고 규정했다. 기준에 부합하지 않으면 산재가 불승인되기 일쑤였다.

노동부에 따르면 전국 여섯 곳의 근로복지공단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의 뇌심혈관계질환 승인율이 2016년 22%, 지난해 32.6%에 머물렀다. 나머지 불승인된 사건에 대한 구제가능성이 열린 것이다. 유족급여 청구권 시효는 사망일부터 3년, 요양·휴업급여는 요양이나 치료종결 뒤 3년까지 청구할 수 있다.

문제는 이 같은 사실을 모르는 노동자들이 많다는 것이다. 고시에는 "2018년 1월1일 시행한다"고만 명시돼 있다. 과거 뇌심혈관계질환으로 산재를 신청했다가 불승인된 사건에 대한 소급적용을 둘러싸고 현장의 혼란이 계속됐다. '뇌혈관질병·심장질병 업무상질병 조사 및 판정 지침'에도 "2018월 1월1일부터 시행하되, 지침 시행 후 이루어지는 재해조사, 업무상질병 판정, 업무상재해 여부 결정 및 심사 결정시 이 지침을 적용"이라는 애매한 문구로 표현돼 있다.

지난달 열린 산업재해보상보험재심사위원회에서 "지난해까지 불승인된 사건을 개정된 고시 기준으로 재심사해야 하느냐"를 놓고 위원들 간 논란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공단 관계자는 "개정된 고시에 따라 산재 승인이 될 사건이 몇 건이나 되는지 특정할 수 없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홍보하지 못한 면이 있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불승인된 사건을 청구할 경우 다시 조사할 내용이 있으면 공단이 추가적으로 조사한 뒤 질판위에 올리고, 질판위가 개정된 고시 기준으로 다시 판단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권동희 공인노무사(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는 "바뀐 기준으로 재심사했을 때 구제될 수 있는 사람들이 나올 수 있는 만큼 재청구가 가능하다고 알려 줘야 한다"며 "공단에 인적정보가 축적돼 있는 만큼 관련 내용을 안내해 주고 재청구할 수 있도록 적극적 행정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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