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까지 산업재해 사고사망자 절반 감소 목표를 세운 정부가 지난 9일 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안을 입법예고한 가운데 양대 노총 반응이 엇갈렸다. 민주노총은 재검토와 수정을, 한국노총은 조속한 국회 통과를 요구했다.

11일 노동계에 따르면 민주노총은 지난 9일 논평을 내고 "방향은 잡았지만 언 발에 오줌 누기 대책"이라고 혹평했다. 특수고용 노동자 보호와 위험의 위주화 방지, 원청 책임·처벌 강화처럼 노동계가 제기한 내용을 반영한 개정안 방향에는 동의하지만, 법 적용 대상자나 범위가 협소하고 제한적이라는 이유다.

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안은 보호대상을 '근로자'에서 '일하는 사람'으로 바꿨다. 사업자와 근로계약을 맺고 일하는 노동자뿐만 아니라 택배기사나 대리운전사 같은 특수고용 노동자나 배달앱 같은 플랫폼 노동자들의 안전과 건강까지 보호하겠다는 취지다. 종속성이 강한 일부 특수고용 노동자에게 업무를 위탁한 사업주는 안전보건교육을 해야 한다. 배달앱 사용주들은 오토바이 배달원 안전조치를 취해야 한다.

원청 책임도 강화했다. 회사 대표이사 등은 매년 회사 전체의 안전과 보건에 관한 계획을 수립해 이사회에 보고하고 승인을 받도록 해서 산재예방에 실질적인 책임을 지도록 했다. 감정노동 사업주는 고객의 폭언·폭행·괴롭힘 예방조치를 해야 한다. 안전조치 미이행으로 사망자가 발생하면 원청·하도급업체 사업주 모두에게 1년 이상 7년 이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 벌금을 부과한다.

민주노총은 "일하는 사람에 대한 보호를 명시한 것은 의미 있는 진전"이라면서도 "이를 현장에서 구체화하는 방안에 전속사업장을 전제로 하고 있어 화물·건설기계 등에 대해서는 보호방안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건설기계나 유통매장의 임대차 계약형태 노동자에 대한 원청의 책임강화 대책이 없는 점도 지적했다. 예컨대 유통매장에서 장소임대나 판매위탁을 하는 서비스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감정노동 보호나 의자제공 같은 기초적인 보호조치가 빠졌다는 것이다. 서비스연맹 관계자는 "건설·제조·화학부문 산재예방 중심으로만 돼 있다"며 "서비스산업의 다양한 업종과 직종을 염두에 둔 산재예방 내용을 담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민주노총은 "하청·특수고용 등 비정규직 산재가 넘쳐나고, 각종 일터 괴롭힘으로 정신건강을 위협받고 자살하는 현실을 개선하기에 턱없이 허술한 방안"이라며 법안 재검토와 수정을 요구했다.

반면 한국노총은 "아쉬운 점도 있지만 대체로 긍정적"이라는 입장이다. 조기홍 한국노총 산업안전보건연구소장은 "산업안전보건법 목적이 '근로자' 개념에서 '일하는 사람'으로 바뀌면서 특수고용 노동자나 플랫폼 노동자들을 포괄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근거가 확보됐다"며 "다만 근로자와 사업주 정의가 바뀌지 않은 점은 아쉽다"고 평가했다. 그는 "노동부가 전향적인 방향으로 전면개정안을 입법예고한 만큼 공은 국회로 넘어갔다"며 "부족한 점은 있지만 노동자 안전보건을 위해 국회가 조속히 개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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