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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노조 주 4일제 도입 검토] 은행권 노동시간 줄여 양질의 청년일자리 만든다

기사승인 2018.03.16  08: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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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금양보 포함 주 32시간제 내부 논의 … 최소 2만6천개 일자리 창출 예상

   
금융노조가 주 4일제(주 32시간제)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노동시간단축으로 일자리를 나눠 양질의 청년일자리 창출을 선도하겠다는 복안이다. 줄어든 노동시간에 따라 임금삭감을 감내하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공공상생연대기금을 출범한 공공부문 노동자들, 최근 '하후상박 연대임금'을 결정한 금속노조에, 금융노조 일자리 나누기까지 사회적 책임을 이행하려는 노동계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금융노동자들 "기득권 내려놓자" 논의 시작

15일 금융노조 지부 대표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노조는 장시간 노동 개선과 청년일자리 창출을 목적으로 한 주 32시간·주 4일 노동제 도입과 관련해 의견수렴을 시작했다. 지난 5~6일 경기도 가평 좋은아침연수원에서 개최한 노조 지부대표자회의에서 4차 산업혁명과 정부 일자리정책에 대한 노조 대응방안을 주제로 의견을 나눴다. 대표자회의에 주 4일제 도입 필요성과 이를 위한 과제·쟁점을 분석한 연구 용역보고서가 제출됐다.

<매일노동뉴스>가 입수한 보고서에는 주 4일제 도입안이 담겼다. 주 4일제 도입안은 황기돈 한국고용정보원 선임연구위원이 주도해 마련했다. 보고서에서 연구진은 "은행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고 조기퇴직의 사회적 비용문제를 해결하고 좋은 일자리를 제공하는 고용노동정책을 선도할 수 있다"고 밝혔다.

노조가 대응방안을 마련한 배경에는 노동자들의 장시간 노동이 자리 잡고 있다. 은행 노동자들은 폐점 뒤에도 시재를 맞추느라 일상적으로 장시간 노동을 한다. 노동자들은 지난해 기준 하루 평균 1.72~2.72시간의 연장노동을 하고 있다. 실적경쟁과 스트레스 탓에 금융보험업에서만 지난해 6월까지 10년간 뇌심혈관계질환과 과로사로 160명이 산업재해를 신청했고 그중 51명이 인정받았다. 건설업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급변하는 금융환경도 노동자들을 위협하고 있다. 금융권은 IT기술 개발에 따라 비대면거래가 활성화하고, 인터넷 전문은행이 등장하는 등 급격한 변화를 맞고 있다. 노동자들은 인력 구조조정으로 불거질 고용불안을 우려하고 있다. 노조는 올해 정기대의원대회에서 "노동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하고, 빈자리에 신규인력을 채용해 4차 산업혁명에 따른 기업들의 고용축소 대응을 맞서야 한다"며 주요 사업으로 근로시간단축을 제안했다. 대표자회의에서 공개한 보고서가 교섭 과정에서 노조 요구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이유다.

보고서에 따르면 연구진이 고려한 노동시간단축안은 두 가지다. 은행 주 5일 영업일을 유지하고 노동자는 자율로 4일을 선택하는 안, 영업일을 7일로 연장하고 특정 4일을 기존 노동자가 나머지 3일은 신규채용 인력이 맡는 안이다. 두 가지 안 모두 신규인력을 채용해야 한다. 연구진은 이 같은 노동시간단축 방안을 시행했을 경우 시중은행·지방은행과 일부 국책은행에서 최소 2만6천개의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고 봤다.

금융 노사 주 5일제에 이어 주 4일제 선도할까

노조는 노동시간단축을 중앙산별교섭으로 현실화할 가능성이 높다. 노동자들이 임금삭감을 감내해 재원을 만들고, 사용자들이 추가 재원을 내면 양질의 청년일자리를 대규모로 만들 수 있다는 내용이 보고서에 담겼다.

조건은 나쁘지 않다. 금융 노사가 노동시간단축을 추진할 경우 정부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이던 지난해 1월 주당 노동시간을 52시간으로 줄이겠다고 발표하면서 주 4일제를 실행해 매출과 일자리를 늘린 충북 충주의 화장품 회사 ㈜에네스티 사례를 소개했다. 올해 1월에는 충북 진천의 태양광 셀 생산기업인 한화큐셀의 일자리 나누기 공동선언식에 참석했다. 한화큐셀은 노동시간을 25% 단축하고 임금을 90% 이상 보전하는 방식으로 지역 청년 500명을 신규채용한다고 발표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근로시간단축을 노사가 합의했고 지역 청년을 추가로 채용하는 일자리 창출 모범사례여서 대통령이 직접 격려하겠다고 해 (당시) 행사가 성사됐다"며 "일자리 나누기에 금융권이 앞장선다면 민간영역으로 급속히 확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사회적 대화 테이블에 오를 공산도 크다.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는 산업별·지역별 중층적 사회적 대화를 활성화할 계획이다.

사용자는 부담스러워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 관계자는 "금융 노사가 2002년 공공기관보다 먼저 주 5일제를 도입했던 경험이 있지만 이에 앞서 수년간 근로시간단축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활발히 이어져 왔기 때문에 가능했다"라며 "일단 연차휴가 사용을 활성화하고 연장근로가 없도록 피시오프제를 정착하는 노력을 선행해 근로시간을 정상화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금융권 디지털혁명에 따라 업계 상황이 어떻게 변화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대폭적인 근로시간단축과 대규모 인력채용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노조 관계자는 "노동시간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를 추진하고 있고 그 방법과 아이디어 중 하나로 주 4일제를 검토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노동시간단축이 실현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깊이 있게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정남 jjn@labortoday.co.kr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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