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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관계] 정권 바뀌었지만 금융관료는 바뀌지 않았다

기사승인 2018.05.28  08: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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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융 노정관계 1년 만에 '삐걱' … 금융노조·사무금융노조 "못 믿겠다" 금융공투본 출범

   
▲ 사무금융노조
문재인 정부를 바라보는 금융노동자들의 시선이 싸늘해지고 있다. 박근혜 정부는 공정인사 지침·취업규칙 해석 및 운영지침을 통해 저성과자 퇴출과 임금피크제·성과연봉제 확대를 추진했다. 고임금 노동자라는 여론몰이에 수세에 처한 금융노동계는 정부를 등에 업은 사용자들에게 속수무책 당했다. 은행들은 노동계가 성과연봉제 도입에 반발하자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에서 탈퇴하는 강수를 뒀다. 2016년 16개 은행이 탈퇴하면서 금융노조와 사용자협의회가 진행하던 산별중앙교섭이 중단됐다. 저성과자 퇴출 프로그램이 도입돼 노동자가 해고되는 사업장이 늘어났다.

금융권 노사관계는 지난해 5월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뒤 급속도로 회복했다. 같은해 9월 고용노동부는 양대 지침을 폐기했다. 10월에는 산별중앙교섭이 복원됐다. 그런데 최근 정부와 금융노동계 관계에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올해 5월 금융노조와 사무금융노조는 금융공공성 및 금융민주화를 위한 금융노동자공동투쟁본부(금융공투본)를 구성했다. 사용자와 정부를 상대로 싸우기로 뜻을 모았다. 지난 1년 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여전한 낙하산 인사, 견고한 금융관료

금융결제원·서울외국환중개·한국금융연수원·신용보증기금·한국신용정보원·한국감정원·금융보안원·건설공제조합·한국거래소·한국예탁결제원. 최근 6개월 사이 두 노조가 낙하산 인사를 했다고 지목한 기관들이다.

문재인 정부가 단행한 인사 중 노동·시민·사회단체가 가장 많은 비판을 내놓는 분야가 금융권이다. 정부는 출범 초기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을 다시 금융위원장에 앉히려다 곤욕을 치렀다. 시민사회는 물론 여당 내부 반발에 직면했다. 결국 후보군에서 배제했다. 김 전 위원장은 론스타의 외환은행 먹튀를 승인했다는 비판을 받은 대표적인 모피아(기획재정부+마피아) 인사다. 최흥식 전 금융감독원장 인선 당시에도 뒷말이 무성했다. 하나금융지주 출신 인사인 그가 금융회사들을 제대로 감독할 수 있겠느냐는 비판이 적지 않았다. 최 전 원장은 하나은행에 재직했을 때 채용비리에 관여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사퇴했다.

두 노조가 금융기관이나 협회의 낙하산 인사를 비판하며 출근저지를 하거나 회사 앞에 농성장을 꾸리는 풍경도 재현되고 있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연임과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 3연임은 금융공투본 결성의 도화선이 됐다. 회장이 임명한 이사가 회장후보추천위원회를 구성하고, 그 위원회가 회장을 후보로 추천하는 '셀프연임'이 발생했다. 노동계는 정부가 '회장 1인 지배체제'인 금융권을 개혁하기 위해 금융지주 회장 선임 과정에 개입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정부는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았다. 민간회사 경영에 간섭한다는 비난을 의식한 것으로 풀인된다.

대선공약인 노동이사제는커녕 노동자가 추천하는 인사를 이사에 임명하자는 제안도 먹히지 않았다. 금융노조 KB국민은행지부는 우리사주조합을 통해 노동자 추천이사 선임을 두 차례 추진했지만 주주총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기관투자자인 국민연금은 노조 안건을 외면했다. 산업은행·수출입은행·신용보증기금을 비롯한 국책금융기관에 노동이사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금융노동계의 제안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지난해 12월20일 금융위원회 자문기구인 금융행정혁신위원회는 "금융공공기관에 노동이사제를 도입하라"고 금융당국에 권고했다. 그런데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이튿날 기자간담회에서 "민주적 의사결정을 위해 이사회 구성을 다양하게 해야 한다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노동이사제를 도입한 유럽 국가와 비교하면 법체계나 노사문화가 분명히 다르다"며 "노사 문제 전반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루려는 노력이 선행되고 나서 (노동이사제) 도입 여부를 검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대선공약을 이행하라는 권고가 나오자마자 선을 그어 버린 것이다. 정권은 바뀌었는데 금융관료는 바뀌지 않았다는 탄식이 나오는 대목이다.

"이명박·박근혜 잘못 답습해서야"

금융노조와 사무금융노조는 이달 2일 금융공투본 출범식에서 △금융산업 구조조정을 촉발하는 금융정책 철폐 및 개선 △과당경쟁으로 인한 성과주의·노동탄압 및 시장 교란행위 개선 △낙하산 등 금융적폐 청산 △노동이사제 도입 등 노동자 경영참가로 금융민주화 쟁취 △신기술 도입에 따른 노동환경 변화 대응 △금융의 사회적 역할 강화로 금융공공성 쟁취 등 6가지 공동 투쟁과제를 제시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금융정책은 '대형화와 경쟁'이라는 단어로 요약할 수 있다. 이명박 정부는 대형은행 육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메가뱅크 전략'을 추진했다. 박근혜 정부는 금융회사 인수합병과 경쟁환경 조성을 도모하는 '금융업 경쟁력 강화방안'을 내놓았다. 메가뱅크 전략과 금융업 경쟁력 강화방안은 예상대로 구조조정을 동반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08년 12월 전체 은행 직원이 13만9천840명이었는데 지난해 9월에는 11만8천633명으로 급감했다. 은행 점포 7천356곳 중 279곳이 지난해 문을 닫았다.

노동계는 문재인 정부 금융정책도 이명박·박근혜의 그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고 보고 있다. 실제 금융위원회는 은산분리(산업자본의 은행 지분보유 제한)와 투자은행(IB) 규제를 축소 또는 폐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올해 3월에는 금융 분야 빅데이터를 기업들이 손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비식별 개인정보 사전동의' 같은 보호규제를 완화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금융위는 박근혜 정부 때인 2015년 6월에도 '금융권 빅데이터 활성화 발안'을 발표하면서 규제완화를 추진했다.

반면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에서 "주민등록번호 수집과 개인정보의 상업적 이용을 규제하겠다"고 공약했다. 김경수 사무금융노조 기획국장은 "이명박·박근혜 정부는 금융회사 대형화를 추진하면서 중소형 금융회사 구조조정을 촉발시켰다"며 "대형 투자은행 육성정책을 유지하는 등 문재인 정부의 금융정책이 지난 정권과 다르지 않은 데다, 정책을 담당하는 관료들이 과오를 반성하지 않고 답습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노사정 대화기구에서 단일 목소리 낸다

금융공투본은 노동이사제 도입을 요구하고 금융회사 지배구조 개선을 모색하는 토론회를 첫 사업으로 삼았다. 이달 2일과 2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잇따라 토론회를 열고 대선공약 이행을 촉구했다. 특히 기관투자자 의결권 행사 지침인 스튜어드십코드를 도입해 금융지주 회장의 제왕적 권력을 감시·견제하자고 정부에 제안했다.

금융공투본은 △대외·홍보 △법무·정책 △현장투쟁을 담당하는 조직체계를 갖춰 상시적인 공동사업을 펼칠 예정이다. 새로운 사회적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산하에 업종별위원회를 설치해 6가지 공동 투쟁과제를 대화의제로 다룰 계획이다.

허권 금융노조 위원장은 "일부 금융관료들과 이들을 이용해 사익을 추구하는 경영자들에 의해 금융산업이 심각하게 오염돼 있다"며 "공공성이 강하게 요구되는 금융산업이 제 항로를 벗어나지 않도록 노동이사제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김현정 사무금융노조 위원장은 "민주주의를 직장 안으로 가져오려면 경영참가를 통해 노동자 권리를 실현해야 한다"며 "금융공투본이 금융공공성을 강화하고 금융민주화를 쟁취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도록 연대하겠다"고 밝혔다.

제정남 jjn@labortoday.co.kr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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