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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레오전장 노조파괴에 '노동부 교섭협력관' 개입 정황

기사승인 2018.08.20  08: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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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용노동행정개혁위 조사보고서 입수 … 조직형태변경·국민노총 가입 제안

   
▲ 지난 2012년 발레오전장시스템스코리아의 한 관리자가 ‘화랑대 교육’ 이라는 명목으로 노동자들을 체벌하고 있다. 기업노조에 가입하지 않으면 체벌 대상이 됐다. <금속노조>

8년 전 자동차 부품회사 발레오전장시스템스코리아(발레오전장)에서 벌어진 노조파괴 사건에 창조컨설팅뿐만 아니라 고용노동부가 특별채용한 교섭협력관이 개입한 정황이 확인됐다. 해당 교섭협력관은 금속노조 경주지부 발레오만도지회와 사측에 조직형태변경을 제안하고, 새로 생긴 기업노조에 국민노총 가입을 권유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같은 사실은 지난달 말 활동을 종료한 고용노동행정개혁위원회 조사 과정에서 드러났다. 고용노동행정개혁위는 이달 1일 최종 조사 결과와 권고사항을 발표했는데, 발레오전장 관련 내용은 당시 발표자료에서 제외했다.

발레오전장은 창조컨설팅이 작성한 일련의 노조파괴 시나리오에 따라 노조가 무력화된 첫 사업장이다. 발레오전장은 2010년 2월 경비업무 외주화에 반대해 쟁의행위를 한 금속노조 발레오만도지회를 상대로 직장을 폐쇄했다. 사측은 같은해 3월 창조컨설팅과 계약을 체결한 뒤 발레오만도지회 대항세력인 기업노조를 설립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강기봉 대표이사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지난해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저한테 좋은 아이디어가 있는데…"
조직형태변경 제안한 노동부 교섭협력관


19일 <매일노동뉴스>가 입수한 개혁위 발레오전장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2010년 발레오만도지회에 조직형태변경을 처음 권유한 사람은 당시 노동부 교섭협력관이었던 황아무개씨다.

교섭협력관은 2009년 노동부에 신설된 직제다. 노사관계 경험이 풍부한 노동계와 사용자 출신 민간전문인력에게 현장 노사갈등을 예방·조정하는 역할을 맡긴다는 취지로 만들어졌다. 노동부는 당시 황씨를 포함한 3명의 교섭협력관을 특별채용해 지방노동관서에 배치했다. 청계피복노조 위원장과 민주노총 간부 출신으로 한나라당 노동위원회 조직본부장이었던 황씨는 2009년 7월 대구지방노동청 포항지청에 배치됐다.

황씨는 발레오만도 직장폐쇄에 맞서 특근·잔업 거부와 부분파업 등 업무방해를 한 혐의로 정연재 발레오만도지회장이 체포·구속된 2010년 3월16일 이후 지회를 찾았다. 개혁위는 당시 회사 남문 앞에 차려진 지회 상황실을 방문한 황씨가 지회 간부에게 "지금 지도부로는 안 된다. 비상대책위원회를 만들어서 새로운 집행부를 꾸려 조직형태변경까지 생각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는 전 발레오전장노조 간부 A씨의 진술을 확보했다. 정연재 지회장 구속 직후 비대위 구성을 논의하던 지회에 황씨가 처음으로 조직형태변경을 언급한 것이다.

개혁위는 황씨가 같은해 4월 회사 본관 앞 등나무 밑에서 강기봉 발레오전장 대표이사를 만나 "저한테 좋은 아이디어가 있는데 밥 한 그릇 사라"며 조직형태변경 이야기를 꺼냈다는 진술도 보고서에 담았다. 개혁위는 "황씨가 (발레오만도지회에) 조직형태변경을 권유할 당시 지회 내부에서 조직형태변경이 논의되지 않았음에도 교섭협력관 직권을 남용해 민주노총 소속 지회에 조직형태변경을 권유했다"며 "(황씨가) 당시 발레오전장 노조파괴 전략의 핵심 전술인 금속노조 탈퇴를 통한 친사노조 설립에 적극 가담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개혁위에서 노조파괴 의혹 조사를 담당했던 김상은 변호사(법률사무소 새날)는 "교섭협력관 개인이 판단해 한 일이라고 보지 않는다"며 공무원들의 조직적 움직임에 대한 의혹을 제기했다. 실제 2012년 국정감사에서 발레오전장 직장폐쇄 당시 이아무개 대구지방노동청 포항지청 근로개선지도과장이 창조컨설팅이 작성한 문건을 전달받아 정부 관계기관 대책회의에 사용한 사실이 밝혀졌다. 이 과장이 같은 포항지청 교섭협력관이었던 황씨를 움직인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황씨가 발레오전장노조에 국민노총 가입 권유" 진술 확보

발레오만도지회가 무력화되자 황씨가 새로 만들어진 기업노조에 국민노총 가입을 권유한 정황도 있다.

당시 사측 지원을 받아 발레오만도지회 일부 조합원들이 만든 '조합원을 위한 조합원들의 모임(조조모)'은 2010년 5월19일과 6월7일 1·2차 총회를 열어 조직형태변경을 결의했다. 금속노조를 탈퇴하고 기업노조인 발레오전장노조를 설립한 것이다.

황씨가 발레오전장노조에 국민노총 가입을 권유한 것은 이듬해 하반기였다. 국민노총은 2011년 11월 설립됐다. 개혁위 관계자는 "황씨가 국민노총 설립 무렵 발레오전장노조 위원장을 찾아가 국민노총 홍보물을 주면서 '함께하지 않겠냐'며 가입을 권유했다는 노조 관계자 진술을 받았다"고 말했다.

개혁위는 "기존 민주노총 노조를 깨고 기업노조를 만든 경우 대부분 국민노총 가입을 적극적으로 권유했다"는 창조컨설팅 관계자 증언까지 확보했다. 이명박 정권의 제3 노총(국민노총) 설립 프로젝트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검찰에 따르면 이동걸 전 경남지방노동위원장은 2011년 이채필 전 노동부 장관 보좌관 시절에 장관 지시로 국가정보원에서 1억7천여만원을 받아 국민노총을 지원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동걸 전 경남지노위원장과 황씨는 2007년 대선 때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지지선언 명단에는 정연수 전 국민노총 위원장·김준용 전 국민노총 상임자문위원를 비롯해 제3 노총 흐름을 주도했던 인사들이 망라돼 있다.

김상은 변호사는 "발레오전장 노조파괴는 단순히 단사 차원에서 결정되고 집행된 게 아니라 청와대가 관여하고 노동부 실무자가 적극 개입한 것으로 추론되고, 국민노총 추진과도 연관된다"며 "개혁위 권한 한계상 조사를 확장하지 못한 만큼 노조무력화 공작 실체규명과 정부기관·컨설팅업체 유착 의혹에 대한 진상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황씨는 개혁위 조사보고서 내용을 전면 부인했다. 그는 <매일노동뉴스>와의 통화에서 "교섭협력관으로서 지회 농성장에 일주일에 두 번 정도 들러 노동부나 지청 돌아가는 상황을 전달한 적은 있어도 조직형태변경을 말한 적은 절대 없다"며 "확인되지 않은 뜬소문"이라고 일축했다. 국민노총 가입 권유에 대해서도 "사실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한편 노동부 고위관계자는 "교섭협력관은 사업장 노사분규를 예방·조정하면서 노조와 소통을 하는 역할인데, 당시 (황씨가) 과도하게 사업장에 들어가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게 문제가 돼서 재임용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배혜정 bhj@labortoday.co.kr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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