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민간기업 최초로 정규직 전환을 했다고 자랑하는 SK브로드밴드·홈앤서비스의 실체가 어떤지 정부가 정확하게 들여다봐야 합니다.”(박대성 희망연대노조 공동위원장)

희망연대노조 SK브로드밴드비정규직지부가 지난달 31일 오후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2차 총파업 결의대회’를 열었다. 노동자들은 SK브로드밴드 자회사인 홈앤서비스 정규직으로 전환된 뒤에도 처우가 열악하고 부당노동행위가 반복되고 있다며 정부에 문제 해결을 촉구했다.

조합원 1천500여명은 이날 하루 파업을 하고 결의대회에 참석했다. 주황색 노조 조끼와 국방색 모자를 쓴 조합원들은 청와대 사랑채 앞 도로변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서울 중구 SK남산그린빌딩 앞에서 집회를 한 뒤 결의대회 장소인 청와대까지 행진했다.

지부 전체 조합원이 한자리에 모여 파업하는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2일 업계에 따르면 홈앤서비스 노사는 올해 4월4일부터 임금교섭을 했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중앙노동위원회는 6월15일 쟁의조정을 중지했다. 지부는 같은달 29일 첫 파업을 했다.

“자회사 전환 뒤에도 기본급 최저임금 수준”

지부는 SK브로드밴드의 자회사 방식 정규직화를 "가짜 정규직화"로 규정했다. 홈앤서비스로 직접고용된 뒤에도 노동조건이 나아지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지부는 “민간 대기업 정규직 전환 모범사례로 홍보된 SK브로드밴드·홈앤서비스의 실체를 정부가 확인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SK브로드밴드는 지난해 7월 협력업체 인터넷·IPTV 설치·수리기사들을 홈앤서비스로 직접고용했다. 그런데 실적급 위주 임금체계는 바뀌지 않았다. 홈앤서비스 급여체계는 최저임금 수준의 기본급과 실적급(건당 포인트제)으로 구성돼 있다.

지부는 기본급 위주로 임금체계를 바꾸자고 제안했다. 시급 1만원 수준으로 기본급(월 209만원)을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부는 “실적급 위주 임금체계에서는 노동자들이 먹고살기 위해 휴일도 없이 밤낮으로 포인트(실적) 쌓기에 매달려야 한다”고 비판했다. 박대성 공동위원장은 "대기업 자회사 홈앤서비스에서 일하는 노동자는 월 기본급 158만원을 받는다"며 "올해 최저임금을 약간 웃도는 기본급을 받으며 일한다는 것을 정부는 모를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동부, 대체인력 투입에도 수수방관”

파업 대체인력 투입도 도마에 올랐다. SK브로드밴드는 홈앤서비스 노동자들이 파업에 들어가자 대체인력을 투입했다. SK브로드밴드는 고용노동부 행정해석을 근거로 "원청의 인력투입은 불법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노동자들은 “불법 논란을 피하려 홈앤서비스 업무인력을 SK브로드밴드가 채용했지만 사실상 지휘·감독은 홈앤서비스가 한다”며 “불법적으로 대체인력을 투입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노조 관계자는 “7월24일 SK브로드밴드와 홈앤서비스의 대체인력 투입 등 부당노동행위를 조사하라고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 고발장을 접수했다”며 “한 달이 지났는데도 조사를 하고 있는지조차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사측의 부당노동행위 단속 의지를 밝혔다”며 “정부는 사측의 대체인력 투입과 부당노동행위를 신속히 조사해 달라”고 요청했다.

SK브로드밴드는 7월22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IPTV 사업을 재허가해 달라는 신청서를 접수했다. 지부는 “케이블TV 재허가 심사에 협력업체 노동자의 임금·노동환경을 평가하는 항목이 신설됐지만 IPTV 재허가 심사에는 이런 항목이 반영돼 있지 않다”며 “IPTV 재허가 심사에도 협력업체 노동자들의 임금·노동환경·고용안정성을 평가하는 항목을 신설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지부는 이어 “정부는 SK브로드밴드의 대체인력 투입과 홈앤서비스의 부당노동행위가 시정되지 않으면 SK브로드밴드의 IPTV 사업권 재허가를 불허해 달라”고 요구했다. 지부는 이런 내용이 담긴 요구서를 청와대에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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