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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그 어떤 노동을 편하다고 하는가

기사승인 2018.09.07  08: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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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민 청년유니온 사무처장

어느새 여름 폭염은 온데간데없고 가을이 왔다. 여전히 한낮 태양은 따갑지만 아침저녁으로는 쌀쌀한 날씨다. 지난여름의 더위가 옛날처럼 느껴진다. 올여름 유난히 더운 날씨는 폭염에 고스란히 노출된 일터 안전에 경종을 울렸다. 폭염만이 아니라 미세먼지·황사·한파에도 배달을 가야 하는 배달노동자들, 방송 일정에 따라 몰아치기 노동을 하는 드라마 촬영보조, 음식점에서 하루 종일 불구덩이에서 일하는 요리노동자, 장시간 야외에 있어야 하는 보안·경호·경비·주차관리 노동자, 특히 단기간·단시간 혹은 소규모 사업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노동자들은 안전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있기 쉽다. 방학을 맞아 단기 아르바이트에 뛰어들었던 대학생에게, 혹은 그런 일자리에서 계속 일하고 있는 청년에게 올여름은 참 힘든 시간이었다.

폭염이 한창이던 지난달 CJ대한통운 물류센터에서 아르바이트로 일하던 대학생이 감전당해 지난 16일 끝내 세상을 떠났다. 9시간30분 동안 일하고 약 9만원을 받았다. 저녁부터 새벽까지 일하는 것이니 야간수당을 감안하면 최저임금 수준이다. 일하다 힘들어서 새벽에 도망쳤다는 경험담이 부지기수일 정도로 악명 높은 고강도 아르바이트지만, 특별한 기술 없이 단기간에 상대적으로 높은 일당을 받을 수 있어서 많은 청년들이 경험한다. 폭염과 열대야에 선풍기 하나로 버티느라 윗옷을 벗고 일하고 있었다고는 하나 물류센터에서 감전을 겪으리라 상상하기는 어렵다. 하루 이틀 일할 것이라고 생각한 곳에서 이렇게 목숨을 잃는 상상은 더더욱 하기 어려울 것이다.

사고가 있었던 신탄진 허브는 CJ대한통운이 운송하는 전국의 모든 택배가 거쳐 가는 5개의 허브터미널 중 하나고, 가장 많은 물량을 처리하는 곳이다. 여러 개 용역업체가 인력을 공급하고, 일하는 사람이 매번 달라진다. 그런 곳에서 누전이 일어나고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기 어렵다. 심지어 이 사고 이후에 다른 컨베이어 벨트에서도 누전이 확인돼 작업을 중지시켰다고 한다. 언제든 발생해도 이상하지 않은 사고였던 것이다. 등록금을 벌기 위해 이마트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대학생이 냉동창고에서 사망한 것이 7년 전이다. 그때보다 청년실업은 심각해졌고, 대학생들은 더욱 빨리 취업경쟁에 내몰리고 있다. 최저임금은 올랐지만 아르바이트 노동의 안전 문제는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은 아닌지 가슴이 아프다.

내년 최저임금은 8천350원이다. 2년 연속 큰 폭으로 오른 것을 두고 누군가는 이제 직장 다니는 것보다 아르바이트 노동을 하는 게 낫다고 말한다. 그 또한 청년세대에게는 선택 가능한 삶의 방식이 돼야 한다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일자리는 월급봉투의 숫자가 전부가 아님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쉽게 대체가능한 아르바이트 일자리에서 개인의 안전과 인격이 너무나도 쉽게 침해당하는 것이 일상이다. 안전은 쉽게 노동자가 주의할 문제로 대체되고, 보장돼야 할 인격은 쉽게 무제한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으로 대체된다. 누군가는 ‘용돈벌이 하는 알바’에게는 최저임금보다 낮게 줘도 되는 것 아니냐고 말하지만 가장 고강도 아르바이트에서도 임금 수준은 노동 강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안전하지도 않은 상황이다. 이런 노동 현실은 마치 한국 사회 전체를 메우는 공기와도 같아서 바꿔 가야 하는 현실의 크기가 막막하기만 하다. 하지만 지금 당장 해 나가야 할 일들임은 분명하다. 특히 이번 사고가 났던 CJ대한통운은 택배 시장을 절반 가까이 점유하고 업계 1위로 독주하고 있는 기업이다. 제1 허브터미널에서 일어난 사고를 ‘도의적 책임’이라는 말로 외면할 것이 아니라, 온당히 사과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세워야 한다.

청년유니온 사무처장 (youngmin@youthunion.kr)

김영민 labortoday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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