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지엠이 추진 중인 법인분리가 분할매각 혹은 분리먹튀 가능성을 키운다는 지적이 나왔다. 노조 단체협약이 개악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됐다.

오민규 전국비정규직노조연대회의 정책위원이 27일 낸 이슈페이퍼에 실린 내용이다. 한국지엠은 올해 7월 “100명의 엔지니어를 추가 채용하고 연구·개발 전담법인을 신설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회사 계획이 이행되면 한국지엠은 생산업무를 전담하게 된다. 연구·개발부문은 글로벌지엠 산하 법인이 될 가능성이 높다. 한국지엠은 최근 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의 법인분리 관련 질문에 “새로운 엔지니어링 회사는 글로벌 소형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전력화 관련 기술개발 등의 업무를 수행함에 있어 적극 지원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한국지엠은 또 "글로벌지엠에서 차세대 콤팩트 SUV의 개발과 엔지니어링, 디자인 업무를 배정받았다"고 밝혔다. ‘적극 지원’과 ‘배정’이 담고 있는 온도차를 감안할 때 신설법인이 글로벌지엠 하청업체로 전락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들다.

오민규 정책위원은 “법인 분할 이후 새로 신설되는 연구·개발 법인의 경우 글로벌 개발업무 ‘지원·협력’이 대부분이며, 실제 개발 책임을 맡게 되는 것은 콤팩트 SUV 하나”라며 “회사가 신설법인을 ‘엔지니어링 서비스 회사’라고 부르는 것을 보면 글로벌지엠의 다양한 업무를 하청받아 수행하는 법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회사 답변으로 추정컨대 이제 한국에서 생산되는 차량은 더 이상 한국에서 연구·개발하지 않게 되고 한국 책임하에 연구·개발되는 차량은 한국에서 생산되지 않을 수 있다”며 “이런 극단적인 분리는 생산법인과 연구·개발법인에 대한 분리매각이나 먹튀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법원은 현대중공업이 4개 회사로 분할하는 과정에서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가 제기한 단체협약 보전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한국지엠은 지부가 법인분리시 단협 승계 여부를 질의하자 "근로조건은 모두 유지될 것"이라고 답했다. 오민규 정책위원은 “단체협약 승계 여부에 명시적으로 답변하지 않은 것은 결국 신설법인으로 단협 승계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분명하게 표현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신설법인의 단협 개악은 결국 존속법인에게도 강요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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