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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속기고-특수고용 노동자를 말한다 ④ 플랫폼 노동] 절망에 내몰린 대리운전 노동자들의 삶에 피어나는 꽃

기사승인 2018.11.15  08: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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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주환 전국대리운전노조 위원장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을 3개월 앞둔 지난해 2월 <주간 문재인 6호>에서 특수고용 노동자를 가리켜 "이상한 사장님"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당시 영상에서 "특수고용직에게 노동 3권을 보장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로부터 1년9개월이 지난 2018년 11월 현재 문재인 정부는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1년 넘게 "실태조사 중"이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현장 노조간부와 노동자들이 '이상한 사장님'으로 사는 고충을 담은 글을 <매일노동뉴스>에 보내왔다. 건설기계·화물운송·플랫폼 노동자와 방송작가·경마기수·제화노동자 이야기를 차례로 소개한다.<편집자>

김주환 전국대리운전노조 위원장


"이른 시간 집을 나섭니다. 지금 집을 나서면 40시간 후쯤에야 다시 집으로 돌아올 듯합니다. 밤새 일을 하고 뜬눈으로 내일 오후에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열리는 특수고용 노동자 결의대회 및 전국노동자대회에 참석하면 일요일 새벽에야 귀가할 듯합니다. 잠시 눈을 붙이고 교회에서 예배드리고 또 일을 해야 합니다. 요즘 제가 제 모습을 그려 봐도 이상하고 신기하기만 합니다. 평생을 무리의 뒤끝 어디쯤에서 소리 없이 소시민으로 살아온 사람이, 50 중반을 넘어 손주가 둘 있는 할아비가 노동조합을 하고 거리에서 노동가를 부르고 투쟁구호를 외치게 될 줄은 꿈에도 상상을 못했습니다. 저도 아내랑 맛있는 음식이나 먹으러 다니고 손잡고 좋은 곳에 여행이나 다니고 손주들 재롱이나 보며 살고 싶습니다. 그러나 지금 전국 도처에서는 양아치 업체들이 대리기사들의 고혈을 빨기 위해 발악을 하고 있습니다. 연 300억 이상의 흑자를 기록했다는 카카오는 수익금의 일부를 대리기사들에게 환원하기는커녕 프로서비스란 걸 만들어 대리기사들의 주머니를 엿보고 있습니다. 모 지역에서는 업주가 대리기사를 폭행까지 했습니다. 이런 개돼지 취급을 받으며 눈감고 귀 막고 모른 체 살아간다는 건 사람의 도리가 아닙니다. 나만 바뀌고 우리만 바뀌면 대리판은 바뀔 수 있습니다. 오늘도 대리운전노동조합은 여러분의 동참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습니다. 나 하나 꽃피면 풀밭이 꽃밭이 됩니다."

지난 10일 있었던 노동자대회를 앞두고 부산에서 상경한 한 대리운전 노동자가 남긴 글이다. 전태일 열사가 "근로기준법을 지켜라"는 외침과 함께 산화한 지 반세기가 지난 지금도 이 땅에서는 "인간답게 살고 싶다"는 외침이 울려 퍼지고 있다. 전국적으로 20만명이 넘는 대리운전 노동자는 업체의 횡포와 사회안전망 배제라는 이중의 차별 속에 생존의 위기에 내몰린다.

대리운전 노동자들은 휴일도 없이 장시간 야간노동으로 불면증·시력 저하·위장 장애에 시달리며 하루 평균 10킬로미터 이상 도보 이동에 따른 근골격계질환과 극심한 감정노동에 시달리고 있음에도 최저임금 수준에도 못 미치는 평균 175만원의 월급으로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다. 또한 20%가 넘는 고율의 수수료와 각종 보험료, 프로그램비, 심지어 출근비 등으로 40% 가까이를 업체에 뜯기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속수무책으로 당한다. 최근 ‘친노동 정책’을 표방하며 대리운전 시장에 참여한 카카오드라이버도 보험료와 프로그램비를 받아 바닥난 대리운전 노동자의 주머니를 마저 털겠다고 나섰다. 결국 생존 위기에 내몰려 있는 대리운전 노동자들은 4대 보험 등 사회안전망의 사각지대에서 삶의 위기에 무방비로 노출돼 벼랑 끝에서 하루하루를 살고 있다.

업체들의 일방적인 횡포와 정부의 무관심 속에 당사자들이 모여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노조할 권리마저 부정돼 20만 대리운전 노동자의 삶이 벼랑 끝으로 내몰리는 참극이 벌어지고 있다. 이에 100만 대리운전 노동자와 그 가족의 생존을 지키기 위해 최소한 노동기본권이라도 보장해 줄 것을 요구했으나 정부는 이를 외면하고 전국대리운전노동조합의 설립신고증마저 반려했다. 가장 낮은 곳에서 이중의 차별로 신음하고 있는 대리운전 노동자의 생존권과 인권 그리고 시민권을 박탈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던 차에 전태일 열사 48주기를 앞두고 서울시가 서울지역대리운전노동조합의 설립신고증을 교부했다. 목마른 가뭄에 단비 같은 소식이었으며 희망의 불씨를 살려 줬다. 하지만 이제 그 단초가 열렸을 뿐이다.

그동안 대리운전 노동자들은 시민의 안전귀가를 책임지고 음주사고를 예방함으로써 사회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에도 정부와 지자체의 무관심과 방치 속에서 생존의 위기에 내몰렸다. 정부와 국회는 20만 대리운전 노동자의 절박한 요구에 응답해야 한다. 대리운전 노동자의 노동기본권을 보장하고 아울러 10여년째 국회에서 공전하고 있는 대리운전업법 제정을 서둘러야 한다.

지금도 한 콜이라도 더 타려다 교통사고로, 야간노동과 생계난으로 내몰리고 건강이 악화돼 급작스럽게 혹은 스스로 목숨을 끊는 동료들의 소식이 들려온다. 우리는 인간답게 살고 싶다. 우리는 우리 삶을 지키기 위해 전국 250만 특수고용 노동자들과 노동기본권을 쟁취하기 위해 싸워 나갈 것이다. 우리는 전태일 열사의 정신을 이어 절망에 내몰린 대리운전 노동자들의 삶에 꽃을 피우고자 한다.

김주환 labortoday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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