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6월30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비정규직 철폐 민주노총 전국노동자대회 참가자들이 최저임금법 개악안 폐기와 비정규직 철폐 등의 구호를 외치고 있다.<정기훈 기자>
한 시간, 그리고 15분.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넓히는 내용의 최저임금법 개정안을 심사했던 올해 5월25일 새벽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고용노동소위. 전날 밤 9시부터 시작된 회의 차수가 자정부터 바뀌면서 지금의 최저임금법과 같은 제안이 급부상했다.

매달 지급하는 정기상여금과 복리후생비의 일정 비율만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넣는 방안이었다. 소위는 정회한 뒤 ‘한 시간’ 동안 문안을 만들었다. 속개한 회의에서는 ‘15분’ 만에 개정안이 의결됐다. 곧바로 소집된 환노위 전체회의까지 통과했다.

듣도 보도 못한 희한한 방식의 최저임금 산입범위는 이렇게 만들어졌다. 이것은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을 달성하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공약포기 선언을 알리는 서곡이었다.

여당 내에서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를 주장한 이들은 “문재인 정부의 공약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산입범위 확대가 불가피하다”는 논리를 폈다. 올해 최저임금이 2017년보다 16.4% 인상된 것에 반발하는 재계·보수진영을 의식했다.

공약달성도 실패했다. 최저임금위원회는 7월14일 내년 최저임금을 올해보다 10.9% 오른 8천350원으로 결정했다.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을 맞추려면 19.76%(1천650원) 인상이 필요한 상황. 공약이행은 어려웠다.

같은달 16일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공약을 지키지 못하게 된 것을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현 정부 최초의 공약포기 선언이 노동정책에서 나온 것이다.

정부는 대놓고 속도조절론을 내세웠다. 최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020년 최저임금은 새로 개편된 결정구조하에서 시장 수용성·기업주 지불능력·경제적 파급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되도록 최대한 준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노총은 5월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에 반발해 사회적 대화를 중단했다. 더불어민주당은 노동계를 달래기 위해 6월28일 “연내에 최저임금 산입임금을 통상임금으로 간주하는 노동관계 법·제도 개선”을 한국노총과 합의했다. “개정된 최저임금법 시행시기에 맞춰 근로기준법 5인 미만 적용을 확대하겠다”는 약속을 했다.

하지만 합의이행을 위한 어떤 움직임도 없다. 이 합의 역시 사실상 파기할 가능성이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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